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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탄발전 '단칼' 금지하려는 與…2만개 일자리는 어쩌나

중앙일보 2020.10.14 11:00
해외 석탄발전 사업에 공공 대출 등을 단번에 금지하는 여당발 ‘단칼 법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한 파리기후협약을 지키기 위해 금융 지원을 법률로 아예 막아버리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길게는 10년 이상 장기 프로젝트인 해외 석탄사업을 칼로 무 베듯 단절시키는 법안에 국책 금융기관과 관련 기업은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2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법 통과하면 진행 중인 사업도 철회해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서울 서초구 한국전력 서초지사 외벽에 호주 산불 영상을 투사하며 해외석탄 투자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서울 서초구 한국전력 서초지사 외벽에 호주 산불 영상을 투사하며 해외석탄 투자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1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해외 석탄 사업에 공공기관과 공적 금융이 참여하지 못하게 한 법안은 모두 4건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대표 발의한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은 수은 자금지원 대상에서 ‘해외 석탄발전 투자 및 사업을 제외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한국전력이 해외사업을 할 때 석탄발전 건립·운영 등을 모두 할 수 없도록 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무역보험법 개정안과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한국산업은행 개정안도 공적 금융기관의 해외 석탄발전 투자를 원천 금지한다. 
 
이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신규 해외 석탄발전 사업은 물론이고 현재 진행 중이거나 이미 지어진 발전소의 운영과 수명 연장 사업을 모두 중단할 수밖에 없다. 환경운동연합이 8~9월 국회의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0.3%가 공적 금융기관의 석탄발전 투자 금지에 동의했다.
 
탈석탄 기조는 세계적 추세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지난 3월 공개서한에서 무역보험공사를 언급하며 석탄 금융 중단을 촉구했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와 싱가포르 DBS 은행 등은 베트남 신규 석탄 화력발전 사업인 붕앙-2 사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기도 했다. 

 

수조 원 대형프로젝트 당장 접을 판

주요국 석탄 부문 공적금융 지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요국 석탄 부문 공적금융 지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문제는 속도와 규제 방식이다. 발전소 사업은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이어진다. 완공으로 끝이 아니고 운영과 유지 보수 사업까지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장기 사업에서 하루아침에 대출을 회수하면 손해가 불가피하다. 
 
한전이 건설 중이거나 추진할 해외 석탄발전 사업은 베트남(2곳)과 인도네시아(1곳) 등 3곳이다. 총 사업비만 82억 달러(9조4000억원)에 이른다. 베트남 응이손2 사업은 수은에서 6252억원을 대출받기로 하고, 이 가운데 2233억원을 집행했다. 인도네시아 자바 9&10 사업에 대해선 산은과 4740억원의 대출 약정만 한 상태다.
 
국회에 올라온 투자 금지 법안들은 적용 시점을 ‘법 시행 이후 자금을 공급하는 경우부터’라고 명시하고 있다. 기준 시점을 ‘대출 집행’으로 잡으면 베트남 응이손2 사업과 인도네시아 자바 9&10 사업에 미집행한 대출 약정금 8759억원은 쓸 수 없다. 사업 자체가 중간에 엎어질 수 있는 금액이다. 발전 사업 관련 자금은 투자 회수 기간이 길어 국책 금융기관이 아닌 민간 금융사는 선뜻 나서지도 않는다. 상대 국가와 신뢰가 깨져 다른 사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해외 문제로 끝나지도 않는다. 국내 기업과 일자리도 타격을 입는다. 현재 석탄발전 수출사업에는 약 500여개의 중소·중견 협력업체가 2만10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한전 외에도 두산중공업, 삼성물산 등 대기업도 사업에 참여 중이다.
 

“친환경 기술 전제 수출이 윈윈”

석탄발전을 무조건 반환경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연호 수석전문위원은 수은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2017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첨단기술을 적용한 석탄 발전에 대해서는 공적 기관의 금융지원을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한국은 최첨단 기술인 ‘초초임계압’ 발전설비만 수출하고 있다. 증기 압력과 온도를 극대화해 발전 효율을 높여 황산화물(SOx)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한 기술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개도국은 비용 문제 등으로 상당 기간 석탄 발전을 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초초임계압 기술은 한국만 보유한 기술이어서 우리가 시장을 포기할 경우 기술력에서 뒤진 중국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물량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도 국회에 “한국이 금융 지원을 중단하면 OECD 규약 준수 의무가 없는 중국 자본의 유입으로 개도국 환경위험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진행 중이거나 계획이 구체화한 사업에 대한 여신을 갑자기 줄이거나 중단하면 기업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일률적으로 금지하기보다 친환경적 발전기술을 수출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국내 발전사와 진출 대상국에 모두 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남준·임성빈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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