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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유튜브 막던 '만리방화벽' 업그레이드? 中 수상한 실험

중앙일보 2020.10.14 10:16
중국의 인터넷 감시 및 검열 체제인 ‘만리 방화벽’ 운영에 변화의 바람이 일 것으로 보인다. 만리 방화벽은 만리장성(Great Wall)과 컴퓨터 방화벽(fire wall)을 합쳐 만든 용어로, 중국 정부는 이를 이용해 중국과 바깥 세계의 온라인 정보 흐름을 감시하고 차단한다.
 

중국 인터넷 감시 ‘만리 방화벽’ 변화 바람
상하이 펑쉬안정보회사 개발 튜버 브라우저
10일 구글과 유튜브 등 사이트 접속 가능
얼마 후 튜버 다운로드 막긴 했지만
곧 VPN 없이 해외 접속 가능 전망 나와

중국 거리 곳곳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 중국의 인터넷 첨단 기술이 일반을 위한 게 아니라 소수 권력자의 대중 통제를 위해 이바지하는 도구로 쓰이며 ‘디지털 레닌주의’로 발전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거리 곳곳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 중국의 인터넷 첨단 기술이 일반을 위한 게 아니라 소수 권력자의 대중 통제를 위해 이바지하는 도구로 쓰이며 ‘디지털 레닌주의’로 발전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에서 구글이나 유튜브, 넷플릭스 등이 접속이 안 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중국인은 가상사설망(VPN)을 깐다. 그러나 이는 ‘중국 인터넷 안전법’ 위반으로 불법이다. 불법적인 일이라 중국에선 VPN을 ‘담장을 넘다’는 뜻의 ‘판창(翻墻)’이라고 한다.
 
2018년 말 현재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가 8억 2900만 명인데 이중 불법으로 VPN을 사용하는 사람이 무려 1억 4000만 명이나 된다. 만리 방화벽의 존재 탓에 중국은 서방으로부터 언론의 자유를 해치고 있다는 거센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다.
 
2018년 말 현재 중국 인터넷 사용자 8억 2900만 명 가운데 1억 4000만 명이 중국에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바이두 캡처]

2018년 말 현재 중국 인터넷 사용자 8억 2900만 명 가운데 1억 4000만 명이 중국에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바이두 캡처]

한데 지난 10일 중국 인터넷 공간에서 '깜짝 실험'이 진행됐다. ‘튜버(Tuber)’ 브라우저를 설치하면 VPN 없이도 해외 인터넷에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중화권 인터넷 매체 둬웨이(多維)가 즉각 실험에 나섰다.
 
지난 10일 오전 튜버 브라우저를 설치하니 “한 번 클릭으로 유튜브와 넷플릭스,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접속하고 또 유튜브 동영상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는 선전이 떴다. 이런 사이트는 이전까지는 중국에서 모두 VPN 없이는 접속 불가였다.
 
중국에서는 지난 10일 오전 한때 튜버 브라우저를 이용해 VPN 없이도 구글 등 해외 사이트 접속이 가능했다. [둬웨이망 캡처]

중국에서는 지난 10일 오전 한때 튜버 브라우저를 이용해 VPN 없이도 구글 등 해외 사이트 접속이 가능했다. [둬웨이망 캡처]

튜버는 그러나 반드시 휴대폰 번호를 등록해야 한다고 했다. 또 사용자는 ‘7가지 마지노선’과 ‘9가지 불허 사항’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노선이란 ‘사회주의제도’, ‘국가 정권 전복’ 등과 같은 것으로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이 같은 사항을 위반하면 계정이 폐쇄되고 위법 행위와 인터넷 기록이 관련 기관에 제출될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10일 정오께 이 튜버 브라우저는 샤오미(小米) 앱을 이용하는 고객 중 560만 명이 다운로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기자회견에서 튜버 브라우저 사용이 왜 안 되느냐는 외신의 질문에 ’이는 외교 문제가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사항은 관련 부서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기자회견에서 튜버 브라우저 사용이 왜 안 되느냐는 외신의 질문에 ’이는 외교 문제가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사항은 관련 부서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중국의 만리 방화벽 조정 실험은 오래가지 않았다. 10일 오후가 되자 다시 튜버 브라우저를 다운로드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중국 인터넷 당국이 실험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튜버는 상하이 펑쉬안(풍현)정보기술유한공사가 제작한 것으로 이 회사는 지난 9월 이미 ‘뤼광(綠光, 필터라는 뜻의 濾光과 발음이 같음)’이라는 개인 컴퓨터의 브라우저를 선보인 바 있다.
 
중국 환구시보 편집인 후시진은 지난 5월 중국 경찰이 VPN을 사용한 중국 시민을 처벌했다는 발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 눈길을 끌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 환구시보 편집인 후시진은 지난 5월 중국 경찰이 VPN을 사용한 중국 시민을 처벌했다는 발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 눈길을 끌었다. [중국 바이두 캡처]

둬웨이는 10일 오전 튜버를 통해 해외에 접속했던 사람들의 반응을 종합해보니 구글이나 유튜브 등에 들어갈 수는 있었는데 정보가 여과된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예를 들어 중국에 부정적인 정보는 찾기 어려웠고 또 어떤 사이트는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볼 때 중국이 이제까지 운영하는 방식의 만리 방화벽으로는 시대의 흐름을 쫓아갈 수 없다고 보고 인터넷 감시 체제 운영을 바꾸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에서 VPN 사용자는 인터넷 이용 인구의 6분의 1에 달한다.
 
중국에선 인터넷 감시 및 검열을 하는 만리 방화벽의 존재로 구글이나 유튜브 등 해외 사이트 접속이 불가능하다. 가상사설망을 깔아야 접속이 가능하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에선 인터넷 감시 및 검열을 하는 만리 방화벽의 존재로 구글이나 유튜브 등 해외 사이트 접속이 불가능하다. 가상사설망을 깔아야 접속이 가능하다. [중국 바이두 캡처]

따라서 이젠 튜버 등을 이용해 해외 사이트 접속이 가능하게 하고 대신 그 해외 사이트에서 중국에 부정적인 정보를 걸러내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여겨진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중국 인터넷의 자유 공간이 커지는 셈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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