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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보균자, 코로나 국내 첫 감염…다행히 완치판정 받았다

중앙일보 2020.10.14 06:00
HIV보균자가 코로나19에 동시에 감염됐지만, 다행히 치료를 받고 격리해제됐다. 사진은 환자의 초기 엑스레이 사진. 별다른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입원 도중 폐렴증상이 확인됐다. 사진 jkms

HIV보균자가 코로나19에 동시에 감염됐지만, 다행히 치료를 받고 격리해제됐다. 사진은 환자의 초기 엑스레이 사진. 별다른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입원 도중 폐렴증상이 확인됐다. 사진 jkms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보균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사실이 드러났다. 국내 첫 사례다. 다행히 이 환자는 코로나19를 이겨 내고 격리해제 됐다.
 

지난 3월 런던서 온 20대 남성 

13일 질병관리청, 백경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김지연∙김종명 경기도 성남시의료원 연구팀에 따르면 A씨(20대)는 지난 3월 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 전에는 영국 런던에 살았다. 당시 영국은 하루 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500명 이상 쏟아졌다.
 
A씨는 입국 일주일 전부터 가벼운 기침, 근육통 등의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다 3월 26일부터는 미각·후각을 잃었다. 코로나19가 의심됐다. 하지만 A씨는 영국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없게 되자 한국 행을 결정했다. 한국 인천공항에서는 해외입국 발(發) 감염을 차단하려 무증상자도 예외 없이 선별 진료소를 거치게 했을 때다. 
에이즈 치료제 자료사진. AFP=연합뉴스

에이즈 치료제 자료사진. AFP=연합뉴스

 

입원 이틀뒤 CT에서 폐렴 관찰 

A씨는 공항 검역과정에서 목 통증 등을 호소했다. 진단검사를 받았고 격리 도중 확진됐다. 이튿날(3월 30일)부터 입원치료가 시작됐다. 체온은 36.8도였다. 맥박(72회)과 혈압(117~77㎜Hg)도 비교적 양호했다. 하지만 분당 호흡수가 16회로 정상범위 밑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입원 첫날 흉부 X-레이 검사에서 별다른 이상 소견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CT 촬영에서 폐렴이 관찰됐다. 
 
A씨는 HIV 보균자다. AIDS 환자와는 다르다. HIV로 인해 몸 안의 면역체계가 무너져 내렸을 때 AIDS 환자가 된다. A씨는 7년 동안 HIV 치료제(젠보야)를 복용했다. 코로나19 치료 중에도 젠보야를 중단하지 않았다. 의료진은 또 A씨에게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하루 두 차례 200mg씩 투여했다. 코로나19 치료에 쓰인 후보 약제 중 하나다.  
앰뷸런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앰뷸런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타 지병처럼 HIV에 대한 악화우려 

코로나19는 심근경색이나 심부전·뇌졸중·고혈압 등 기저질환(지병)을 앓을 경우 특히 심각해질 수 있다. 일반 환자보다 위중·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면역체계를 공격하는 HIV 보균자도 취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미 스페인 연구에서 A씨 같은 ‘HIV보균자+코로나19환자’가 생존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A씨는 의료진의 도움으로 마른 기침과 미각·후각 상실 외 별다른 심각한 증상을 보이지는 않았다. 폐렴도 경증 상태였다. 다만 미각 상실은 2주간 이어졌다. 후각 상실은 퇴원 전까지 그를 괴롭혔다. 결국 A씨는 의료진 등의 도움으로 입원 31일 만에 격리 해제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5일 대한의학회지(JKMS)에 발표됐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적절한 치료로 HIV 억제 가능" 

연구팀은 “(일반적으로) HIV 보균자는 면역력이 약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하지만 적절한 코로나19 치료를 받으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HIV가 잘 억제되면 임상 양상은 일반 코로나19 환자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질병청의 ‘2019 HIV·AIDS 신고현황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국내 HIV보균자·AIDS 환자는 모두 1222명이다. 2018년과 비교해 16명(1.3%) 늘었다. 남성이 1111명으로 90.9%를 차지했다. 여성은 111명(8.9%)으로 집계됐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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