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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공단, 맞춤형 노후지원? 상담결과지 오·탈자까지 '복붙'

중앙일보 2020.10.14 06:00
국민연금공단의 노후준비 지원 서비스가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맞춤형 노후 준비를 해준다면서 연령·성별·혼인 여부 등이 다른 대상자에 같은 질문지를 제공하는가 하면 전문 상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노후 준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서비스를 내실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지난 6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지난 6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단이 실시하는 노후 준비 지원 서비스가 무성의한 상담 설문지와 답변 결과지를 내놓고 있다”며 “셀프 상담사 자격증 발급으로 총체적 부실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연금공단 '노후준비 지원' 맞춤형 취지 무색
대상 확대됐는데 예산은 그대로, 상담 인력도 부족

 
노후준비 지원 서비스는 2015년 6월 노후준비 지원법이 제정된 데 따라 연금공단이 2018년 시작했다. 공단 전국 지사 109곳에 설치된 노후준비 지원센터를 찾으면 재무·건강·여가·대인관계에 대한 노후준비 수준과 문제점을 진단 받을 수 있다. 필요하다면 관계 기관을 연계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해 체계적인 노후 준비를 할 수 있게 지원한다는 목표를 갖고 시작했다. 공단은 당초 자체적으로 가입자를 대상으로 이런 서비스를 해왔는데 정부가 고령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법을 만들면서 국가 사업으로 전환됐고 공단이 위탁 받아 진행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모습. 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모습. 연합뉴스

정부는 서비스 대상을 전 국민으로 넓히면서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하듯이 노후 준비 수준을 진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달랐다. 의원실 소속 직원 3명이 공단을 찾아 상담을 받고 해당 진단 결과를 분석했더니 맞춤형 노후 전략을 제시한다는 사업 취지가 무색하게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령·성별·혼인 여부가 각기 다른 참여자에게 같은 질문지를 제공하고 상담을 진행한 결과 발급된 노후준비 종합진단 리포트 내용 또한 대동소이했다. 강 의원은 “참여자도 점수도 다른데 내용은 천편일률적이라 연령대별 맞춤 노후 준비에 효과적이지 않았다”며 “심지어 특정 항목에서 ‘하’ 점수를 받은 20대 여성과 ‘중’ 점수를 받은 30대 남성에 대한 진단 내용은 오·탈자까지 똑같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연금공단 관계자는 “진단 시 공인 지표인 37개 문항을 활용하다 보니 연령별로 세분화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노후준비지원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교육 훈련 과정에 참여해야 하는데 이렇게 자격을 부여 받은 전문 상담사는 전국 58명에 불과했다. 강 의원은 “해당 교육 역시 공단 직원만을 대상으로 진행된다”며 “‘셀프 교육·인증’이 되지 않으려면 상담 인력에 대한 자격 요건을 강화해 내실 있는 상담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대상이 전 국민으로 확대됐지만, 국고로 투입되는 예산이 없다는 근본적 문제도 있다. 현재 이 서비스에 들어가는 돈은 매년 17억~18억원으로 공단이 사업을 위탁 받기 전 자체적으로 가입자를 대상으로 상담하던 때와 차이가 없는데 서비스해야 할 대상이 늘어나니 제대로 운영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영향 등인지 노후 준비 지원 서비스는 은퇴 시기가 지난 60대 이상(44.1%)을 대상으로 가장 많이 이뤄졌고 50대(42%)가 뒤를 이었다. 30대 미만 청년층의 비율은 전체의 1%도 안되는 수준이었다.
 
강선우 의원은 “공단은 해당 서비스를 국민의 안정된 노후생활을 지원하고, 재무·건강·여가·대인관계 분야를 포괄하는 예방서비스라 소개하고 있다”며 “그러나 실제 노후준비서비스를 이용한 대상은 이미 법적 정년 기준인 만 60세가 지난 국민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꼬집었다. 
 
노년기에 진입하기 전 준비를 도와 삶의 질을 높이자는 사업 목표와 달리 운영된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젊은 세대의 참여가 현저히 낮다는 것은 해당 사업의 취지와 완전히 어긋난 방향”이라며 “특정 세대에 편중된 서비스가 아닌 전 연령이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 연령별 맞춤형 상담 및 지원 등 전반적인 서비스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금공단 관계자는 “제한된 예산이나 인력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엔 부족하다 보니 은퇴 예정자나 취약 계층 중심으로 지원할 수 있게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며 “법 취지에 맞게 서비스 품질을 개선해 국민의 노후 준비 수준을 높이고 삶의 질 제고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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