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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만에 문열자 '반짝 손님'···노래방 사장님이 못 웃는 이유

중앙일보 2020.10.14 05:00
지난 13일 노래방을 운영하는 업주 김모씨가 서울 한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지난 13일 노래방을 운영하는 업주 김모씨가 서울 한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13일 오후 1시쯤 서울의 한 코인노래방. 20개 방 가운데 2곳에서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노래를 부르던 한 중학생은 “매주 금요일마다 노래방에 갔는데 그동안 못가 너무 답답했다”며 “부모님이 걱정하시긴 하지만 위험한 건 어디든 비슷하지 않나. 정부도 관리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노래방은 지난 8월 16일 정부가 서울·경기도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하면서 고위험 업종 집합금지명령에 따라 문을 닫았다가 57일 만에 영업을 재개했다. 지난 12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 완화 결정이 나오면서다. 서울시가 지난 5월 22일부터 7월 10일까지 집합금지 한 것을 더하면 올해 약 3개월 반을 쉰 셈이다. 
 
노래방 탁자에는 마이크 덮개 여분과 수기 명부, 손소독제, QR코드 인식용 휴대전화, 체온계가 놓여 있었다. 한쪽에 소독용 분사기와 청소도구가 보였다. 
김씨가 운영하는 노래방 입구. 한 손님이 QR코드로 출입 인증을 하고 있다. [사진 노래방 업주 김씨]

김씨가 운영하는 노래방 입구. 한 손님이 QR코드로 출입 인증을 하고 있다. [사진 노래방 업주 김씨]

 
노래방 업주 김모씨는 “오랜만에 문을 열어 아직 좀 어수선하다”며 “오래 안 쓴 탓인지 마이크가 절반 가까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수리기사를 불렀다”고 말했다. 12일 0시부터 문을 연 이곳을 찾은 손님은 생각보다 많았다. 김씨는 그동안 ‘노래가 고팠던’ 손님들 덕에 반짝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그가 기자와 대화하는 동안 학생 몇 명이 더 들어오더니 알아서 명부에 이름을 적었다. 
 
영업 재개에 손님도 이어지는데 김씨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는 “1단계 하향이 고마우면서도 고마운 게 아닌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노래방 업주들이 질병관리청을 항의 방문할 예정이며 정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직무유기, 생존권 침해 등이 이유다. 이들은 왜 화가 났을까. 
 
김씨는 “정부는 거리두기 단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업종 종사자들 의견은 듣지 않았고 금지·해제 통보 모두 일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업을 할 수 있는지 하루만 일찍 알려줘도 생계대책을 세울 수 있지 않겠느냐. 앞으로 2주 동안 또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답답해 했다.  
노래방 업주 김씨가 매장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 하루 두 번씩 직접 소독한다고 했다. 최은경 기자

노래방 업주 김씨가 매장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 하루 두 번씩 직접 소독한다고 했다. 최은경 기자

 
김씨는 “확진자 수를 토대로 거리두기 단계를 정하는 게 아니라 정부 기관들끼리 미리 짜고 발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래방 업주들은 지원금 지급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정부는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한 일반업종에 100만원, 노래방 등 집합금지업종에 200만원, 일반음식점·커피숍 등 영업제한 업종에 150만원을 각각 지급하고 있다. 음식점은 일정 기간 오후 9시 이후 매장 영업을 제한한 데 대한 조치다. 
 
김씨는 “거리두기 2.5단계였던 2주 동안만 문을 닫은 당구장과 도중에 고위험시설에서 제외된 PC방, 2달 넘게 계속 영업을 못한 노래방 모두 똑같이 200만원을 받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에 관해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신속하게 지급해야 하고 어차피 보상에 충분한 금액은 아니라 몇십만원 차이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노래방 업주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부의 집합금지명령에 반발하며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수도권 노래연습장 비상대책위원회]

지난 9월 노래방 업주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부의 집합금지명령에 반발하며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수도권 노래연습장 비상대책위원회]

 
마지막으로 김씨는 근본적으로 고위험시설 지정 기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관공서 직원들이 많이 가는 음식점에서조차 마스크 쓰기, 1m 거리두기 등의 수칙을 지키지 않고 침을 튀어가며 식사하는데 이곳이 과연 노래방보다 덜 위험하냐”는 얘기였다. 
 
그는 “5월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하며 교회·카페 등의 방역이 중요하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는데 결국 그런 곳에서 집단감염이 터지니 노래방은 기준도 모른 채 지정된 고위험 시설이라는 이유로 개 끌려가듯 영업금지를 당했다”며 “또 언제 갑자기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르니 분통이 터진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은경 내셔널팀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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