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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적마스크 끝났는데…100원 짜리 500원에 산 지자체

중앙일보 2020.10.14 05: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마스크를 대량 구매한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전체 구매량의 80% 이상을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통해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월 13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마스크 공급이 원활해지자 공적 마스크 제도가 공식 폐지하고 시장공급체계로 전환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13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마스크 공급이 원활해지자 공적 마스크 제도가 공식 폐지하고 시장공급체계로 전환했다. [연합뉴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국감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지자체는 올해 8월 말까지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25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억7000만장의 마스크를 구매했다. 전체 4247건의 마스크 구매 계약중 수의계약은 3677건(87%)이었고, 액수로는 2000억원(82%)에 이르렀다. 특히 구매량이 가장 많은 서울시는 695건 중 671건(97%)이 수의계약이었다.
 
마스크 수급이 원활해지며 공적 마스크 5부제가 폐지된 6월 이후에도 수의계약은 계속됐다. 한 번에 1만개 이상을 수의계약으로 구매한 사례가 550건에 달했고, 규모는 약 500억원이었다. 또 일부 지자체는 바로 사용하기 위한 마스크뿐 아니라 장기 비축용 마스크까지 수의계약을 통해 사들였다.
 
서 의원은 “80% 이상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면서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마스크를 구매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서울 구로구는 7월 15일 1회용 덴탈마스크 25만6000여장을 구매하면서 1억3331만원을 썼다. 한장당 520원꼴이다. 그러나 당시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는 한장당 100~200원대에 판매됐다. 대량 구매 시 가격이 100원에 못 미치는 제품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는 8월 10일 덴탈마스크 69만3350장을 사면서 총 2억2880만원을 썼는데, 한장당 330원의 가격이었다.
 
주요 지자체 마스크 구매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주요 지자체 마스크 구매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KF94 마스크도 비슷했다. 서울시 자활지원과는 7월 3일 수의계약으로 KF94 마스크 45만장을 6억6825만원에 구매했다. 장당 약 1485원이었다. 그러나 이 무렵 조달청 가격은 900원대였고, 시중에선 더 낮은 가격에 유통됐다.
 
서 의원은 “5월까지는 마스크 품귀 현상 때문에 수의계약이 불가피했을 수 있지만, 공급이 원활해진 6월 이후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며 “한 번에 대량을 구매하는 지자체가 조달청에 올라온 가격보다 50%포인트 이상 비싼, 시장 상식에 벗어난 가격에 마스크를 사며 예산을 낭비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부 지자체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특정 업체와 지속해서 수의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이 같은 마스크 구매가 현행법 위반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자체가 특정 물품을 구입할 때는 지방계약법의 적용을 받는다. 지방계약법 시행령에서는 천재지변이나 감염병의 발생 및 유행 시, 긴급한 행사나 원자재의 가격급등 등으로 입찰에 부칠 여유가 없는 경우에 한해서만 수의계약을 허용하고 있다.
 
서 의원은 “정부에서 체결하는 계약은 경쟁계약이 원칙이고, 수의계약은 법으로 그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며 “6월 이후 계약은 감사원 등 관련 기관에서도 ‘입찰에 부칠 여유가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향후 감사원 감사 청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당 지자체 관계자들은 “감염병이 발생한 상황이라, 6월 이후에도 수의계약을 해도 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는 업체를 찾다보니 조금 비싼 가격에 구매하게 됐다” 등의 취지로 해명했다고 서 의원실은 전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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