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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산책] 성공하려면 경쟁하지 마세요

중앙일보 2020.10.14 00:33 종합 30면 지면보기
혜민 스님 마음치유학교 교장

혜민 스님 마음치유학교 교장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어느 봄날, 나는 독서실에서 마이마이 워크맨을 통해 흘러나오는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라디오 DJ는 최근 유럽에서 엄청나게 인기있는 곡이라며 아일랜드 가수, 엔야의 ‘오리노코 플로(Orinoco Flow)’ 라는 음악을 틀어 주었다. 나는 그동안 익히 들었던 팝송들과는 너무나도 다르고 특이해서 그 음악이 나오는 내내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 엔야는 메인 보컬과 코러스를 자신의 목소리로 100회 이상 녹음해서 웅장하고도 생동감 넘치는 기법으로 남들과는 차별되는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만들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전 세계 8000만장의 음반을 판매하는 큰 성공을 이루어냈다.
 

경쟁에 몰두하면 혁신은 없어
생존만을 위한 싸움으로 발전
경쟁없는 곳에서 독창성 필요

엔야의 음악이 인기를 얻었을 무렵, 안타깝게도 학교에서 나에게 가르쳤던 성공의 모델은 바로 경쟁에서 무조건 이기는 것이었다. 지금도 너무나 생생한 기억 중의 하나가 700명이 넘는 같은 학년의 중간고사 성적을 1등부터 꼴등까지 교무실 문 위에 모두가 볼 수 있게 성적순으로 이름을 쭉 붙여 놓았던 모습이다. 성공한다는 것은 다른 친구들보다 내 성적이 더 높게 나오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고, 경쟁하기를 포기하고 다른 길로 간다는 것은 선생님과 부모님 눈에는 그 학생이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경쟁하지 않고 성공하는 법을 전혀 알지 못했던 나는 매일 같이 다른 친구들처럼 방과 후 독서실로 가서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남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공부를 해야만 했다.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고 보니 경쟁을 통해 이겨서 성공하는 모델이 문제가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먼저 경쟁을 해서 얻고자 하는 목표가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다 원하니까 나도 당연히 원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따라하는 것인지 구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즉 길을 떠나기 전에 본인이 도달하고 싶어하는 목적지에 대해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그냥 떠나버린 경우인 것이다. 더불어 경쟁을 한다는 것은 똑같은 목표를 성취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뜻이고, 그 확률 게임에서 이기는 것은 정말로 눈물나게 어렵다.
 
『제로 투 원』의 저자이자 페이팔을 창업했던 피터 틸에 따르면 경쟁을 하지 말아야 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바로 경쟁을 하다 보면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경쟁하는데 소모적으로 다 쓰다 보니 정작 혁신적인 기술의 발전이나 새로운 시장의 개척없이 단지 생존만을 위해 싸우다 다 함께 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란다. 90년대부터 미국 항공사들이 서로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갈수록 이윤이 작아져 결국 여러 항공사들이 우르르 파산했던 경우가 그 예다. 마이크로 소프트와 구글이 검색엔진을 포함한 비슷한 여러 사업에서 경쟁하는 동안 애플이 아이폰과 같은 신기술로 세계 최고 기업 가치 회사가 된 것도 또 다른 예다.
 
그렇다면 경쟁하지 않고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은 바로 남들이 이제까지 하지 않았던 식으로 작품이나 일을 하는 것이다. 음악이나 미술·글과 같은 창작을 하는 분이라면 엔야처럼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전에 없던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고, 장사나 사업을 하는 분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불편해 했던 한 가지 일을 새롭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해결해주는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다. 피터 틸에 따르면 새롭게 하는 일은 내가 처음 시작했기 때문에 그 분야를 선점할 수가 있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 다른 후발 주자들이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위치에 먼저 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새로운 분야를 찾아내서 독창적으로 일을 하려고 할 때 기존 사회 질서는 그것에 저항한다는 것이다. 신기술이 나오면 장점보다는 단점에 더 주목하려고 하고 엄청난 가능성이 있는데도 그것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만 봐도 AI(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류가 멸망하는 불안한 그림만 자꾸 보여 준다. 잃는 것도 있겠지만 그와 비교가 안되게 얻는 것이 훨씬 더 많을 것인데도 말이다. 더불어 새롭게 발견할 만한 분야가 없이 이미 다 꽉 찼다고 생각을 하거나, 아니면 시작해봐야 대기업들이 있는데 내가 어떻게 성공할까 하고 미리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좀 더 나은 쪽으로 변화시키면서 성공하고 싶다면 경쟁이 없는 곳으로 가서 독창성을 가지고 새로운 사업이나 창작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 처음엔 주위 반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것에 굴복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면 세상을 바꾸는 큰일을 하게 될 것이다.
 
혜민 스님 마음치유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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