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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대사가 한·미동맹 흔들자, 미국 반박문 냈다

중앙일보 2020.10.14 00:09 종합 1면 지면보기
“(한국에) 국익이 돼야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이수혁 주미 대사의 국회 국정감사 발언에 대해 미 국무부가 “우리는 70년의 한·미 동맹이 극도로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양국 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할 고위 외교관이 오히려 지속적으로 갈등의 소지를 만들어내는 모양새다.
 

미 국무부 “동맹과 70년 번영·평화
한·미가 이뤄온 것들 자랑스럽다”
이 대사 ‘동맹 선택론’ 우회적 비판
주미대사관 “동맹 지속한단 뜻” 해명

국무부는 13일(한국시간) 중앙일보의 논평 요청에 “우리는 지난 70년의 동맹 관계와 역내 전체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미가 이뤄온 것들이 매우 자랑스럽다(extremely proud)”고 밝혔다. 이어 “한·미의 공유된 가치를 바탕으로, 우리 동맹이 법규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훼손시키려는 자들을 비롯해 역내에 새롭게 부상하는 도전들에 대응할 수 있도록 양국은 동맹이자 친구로서 지속적으로 함께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사는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화상 국감에서 “한국이 70년 전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해야 하는 게 아니라 미국을 사랑할 수 있어야, 우리 국익이 돼야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제 문제 때문에 중국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경험칙”이라며 “마늘 파동 때 봤고, 사드 때 봤다. 얼마나 후과가 컸느냐”고 말했다. “또 사드 같은 일이 생겨서야 되겠느냐”면서다.
 
동맹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점에서 이 대사의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다. 영원한 동맹은 없다는 게 국제정치의 기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대사의 발언은 중국이 주는 경제적 이익이 크기 때문에 한·중 관계는 중요하고, 미국이 그 이상의 이익을 주지 않으면 미국과 갈라설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릴 소지가 있다. 국무부가 ‘한·미가 공유하는 가치’를 강조한 것은 이에 대한 우회적 반박으로 볼 수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국무부가 큰 불쾌감을 표했다기보다 ‘이 대사가 동맹의 전제로 언급한 대한민국의 국익이란 것도 바로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가치에서 비롯되는 것 아니냐. 그러니 한·미 동맹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대사가 굳이 마늘 파동과 사드 문제를 예로 든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외교가 “이 대사가 차기 외교장관 노려 충성 발언” 해석도
 
2000년 정부가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산 마늘 관세율을 10배로 올리자, 중국이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전면 금지한 게 마늘 파동이다. 이에 한국은 결국 관세율을 이전으로 되돌리는 굴욕을 겪었다. 2016년 정부가 사드를 배치했을 때는 중국이 한국 기업에 불이익을 주고,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을 발령하는 등 경제 보복에 나섰다.
 
하지만 두 사건 모두 원칙과 법규를 어긴 쪽은 중국이었다. 정경분리는 물론 보복적 수출 규제를 금지하는 국제적 약속을 무시하고 경제적 힘을 이용해 한국을 찍어누른 게 사안의 본질이다. 그런데 이로 인해 고통을 겪었으니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중국을 중시해야 한다는 말은 “권투 링에서 중국이 다리로 차며 반칙하는 것은 그냥 둔 채 덜 얻어맞기 위해 한국이 조심하겠다는 논리냐”는 반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는 “양자 관계에서 원칙을 지켜나가야 하는 외교관이 중국은 원래 그런 나라이니 다르게 대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 같아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이런 발언을 대미 외교 현장의 최전선을 지휘하는 대사가 했다는 게 문제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 대사의 발언은 한·미 동맹이 양국 국익에 부합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에 강력하게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외교가에선 강경화 외교장관이 남편의 요트 구매 여행 논란으로 입지가 흔들리는 것과 관련, 이 대사가 과도한 충성 발언을 하는 이유가 차기 외교장관을 노리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 눈물은 ‘인간적 신’의 면모”=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 10일 열병식 연설 도중 눈물을 보인 데 대해 “최고 존엄도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인간적인 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유지혜 국제외교안보에디터·이유정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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