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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억 시장에 휘둘린 BTS…로이터 “중국은 정치적 지뢰”

중앙일보 2020.10.14 00:07 종합 2면 지면보기
12일 환구시보의 홈페이지에 BTS의 수상 소감이 중국 네티즌의 분노를 일으켰다는 기사가 실렸다.

12일 환구시보의 홈페이지에 BTS의 수상 소감이 중국 네티즌의 분노를 일으켰다는 기사가 실렸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가 “방탄소년단(BTS)의 수상 소감이 중국 네티즌의 분노를 일으켰다”고 했던 기사를 홈페이지에서 내렸다. 13일 오전 환구시보 홈페이지에서는 전날 게재됐던 이 기사가 열리지 않았다. 링크는 남아 있지만 기사 내용은 볼 수 없는 상태다. 단 환구시보의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6·25 전쟁을 언급한 방탄소년단이 중국에서 저격당했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유지했다. 환구시보의 기사 삭제는 앞서 12일 오후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중국 당국의 입장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자오 대변인은 “관련 보도와 이번 일에 대한 중국 네티즌의 반응에 주의하고 있다”며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로 나아가며 평화를 아끼고 우호를 촉진하는 건 우리가 공동으로 추구하고  노력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1일과 12일 이틀간 중국 인터넷을 달궜던 중국 네티즌들의 BTS 공격은 13일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외신, 다양성 존중 않는 편협성 지적
야당 “군대 빼주자던 여당 뭐하나”

중국 외교부 “미래로 가자” 한마디에
환구시보 기사 삭제 등 사태 진정

하지만 BTS 비난 사태는 그간 안보·외교·역사 등에서 중국이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이익과 룰을 강요했던 것에서 더 나아가 이젠 중국 정서까지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는 단계에 왔음을 보여준다. BTS가 한·미 동맹 기여자들이 받는 밴 플리트상 수상 소감에서 “우리 양국(our two nations)이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남녀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중국 네티즌들이 십자포화를 가한 건 상식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중국 네티즌의 격렬한 반응에 이어 삼성·현대차 등이 BTS가 나오는 온라인 게시물 등을 내린 것을 놓고 주요 외신들도 보도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2일 “이번 논란은 중국 내 외국 브랜드들이 강해지는 민족주의로 인해 직면한 위험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도 10일 “BTS는 공공연한 도발보다는 진심 어린 포용성으로 잘 알려진 인기 그룹으로 (수상 소감은) 악의 없는 말 같았다”며 “하지만 중국 네티즌은 지체 없이 그들을 공격하는 글을 올렸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논란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에서 대형 브랜드들이 마주할 수 있는 ‘정치적 지뢰’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13일 오전에는 해당 기사가 삭제됐다.

13일 오전에는 해당 기사가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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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중국에서 한순간에 ‘공공의 적’으로 규정되는 것을 보는 가요계는 착잡한 분위기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언젠가는 한 번 터질 일”이라면서도 “그래도 저 발언이 문제가 될 줄은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쯔위 사태랑 판박이”라고 말했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인 쯔위는 2016년 한 방송에서 태극기와 청천백일기(대만 국기)를 함께 흔들었다가 중국 측의 거센 반발로 곤욕을 치렀다.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중국 시장의 특징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며 “장기적으로는 중국 시장을 제외하고 다른 시장에 집중하는 방법도 모색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중국이 부상하면서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힘을 투사하려 하는데 이게 국민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중국이 세계적 국가가 되려면 이런 식으로 움직여선 안 된다는 게 BTS 사태에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13일 페이스북에 “(BTS가) 정치적으로 또는 상업적으로 이용가치가 있을 때는 앞다투어 친한 척하고 챙기는 듯하더니 곤란한 기업은 겁먹고 거리를 두고, 청와대도 침묵하고, 군대까지 빼주자던 여당도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는 글을 올려 비판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유성운·정은혜·석경민 기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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