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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확보 문건대로…남동발전·옵티머스 사업 실제로 진행

중앙일보 2020.10.14 00:03 종합 4면 지면보기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윤 원장은 라임·옵티머스 자산운용 사건과 관련, 청와대 인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에 ’감독 업무를 수행하면서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오종택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윤 원장은 라임·옵티머스 자산운용 사건과 관련, 청와대 인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에 ’감독 업무를 수행하면서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오종택 기자

옵티머스 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의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이하 문건)에 담겼던 사업 프로젝트 중 일부가 실제로 진행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정·관계 로비 가능성을 시사한 문건 속 문구들에 대해서도 한층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일부 내용 사실로 확인된 건 처음
법조계 “문건 신빙성 높아졌다”
‘이헌재 고문이 추천’ 대목 나와
남동발전 “이헌재 협의 사실 없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남동발전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는 지난 3월 13일 남동발전 해외사업 관계자 2명과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남동발전 측은 “당시 회동에서 태국 바이오매스(생물연료) 발전소와 우드펠릿(톱밥 등으로 만든 바이오 원료) 수입 관련 사업을 협의했다”고 의원실에 밝혔다. 2주 정도 뒤인 3월 31일 남동발전 투자심의위는 태국 바이오매스 발전사업에 대해 사업 추진 ‘적격’ 판정을 했다. 남동발전은 지난달 태국 현지 발전개발사인 우드플러스와 사업추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11월엔 사업 타당성 조사 용역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오종택 기자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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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서울중앙지검이 옵티머스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문건에는 ‘이헌재 고문이 추천, 남동발전과 추진하는 바이오매스 발전소 프로젝트 투자 진행 중’이란 대목이 나온다. 이헌재 고문은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말한다. 문건 내용 중 일부 계획이 실제 추진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건 처음이다. 이 의원은 “사업이 이례적으로 신속히 진행된 배경에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 등을 철저히 수사해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남동발전 측은 “이 전 부총리와는 관련 내용을 협의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 대해서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동발전이 의원실에 답변한 내용에 따르면 태국 관련 사업 제안은 국내 A사가 먼저 했다. A사는 2018년 남동발전에 태국 대나무를 이용한 우드펠릿 사업을 제안했지만, 남동발전은 이 사업을 거절한 뒤 바이오매스 발전소 사업을 역제안했다.
 
이후 2년간 지지부진했던 이 사업은 A사의 협력업체인 B사가 옵티머스를 주요 투자자로 끌어온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사업 제안서 제출(2월 25일), 옵티머스와의 회동(3월 13일), 사업 추진 결정(3월 31일)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불과 35일 만에 마무리됐다. 남동발전 측은 “A사의 제안을 검토했지만 대나무를 이용해 우드펠릿을 만든 적이 없어 대신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짓자고 역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동발전이 옵티머스 측과 논의한 발전사업은 태국 남부 송클라주와 중부 수판부리주에 12㎿급 바이오매스 발전소 10개를 짓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5100억원이며 남동발전이 30%를 투자한다. 옵티머스의 투자액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 법조계 인사는 “문건 실체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상황에서 문건 내용 중 일부 사실이 확인됐다는 건 신빙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해당 문건에는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이슈화하면 회사 고문 등이 부각돼 게이트화 우려’ ‘이혁진(전 대표) 문제 해결 과정에서 도움을 준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참여해 있고, 펀드 설정 및 운용 과정에도 관여돼 있다 보니(중략) 권력형 비리로 호도될 우려가 있음’ 등 정·관계 로비 가능성을 시사하는 문구들이 나온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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