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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4000억대 투자 회사 찾아가보니 사우나·오피스텔

중앙일보 2020.10.14 00:02 종합 5면 지면보기
부실업체에 투자해 5000억원대 금융 피해를 낸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의 투자금 대부분(4000억원대)이 흘러간 회사를 추적했더니 대개 설립 연한이 1년 전후로 짧았다. 또 회사 주소지에는 정상적인 사무실이 아닌 사우나·오피스텔이 자리하고 있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들 회사가 명목상으로만 존재하는 ‘도관(導管)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전문가 “돈 빼돌리기 위한 통로”
대표는 옵티머스 2대주주 이동열
감사는 전 청와대 행정관 남편
국회, 전 행정관 국감 증인 채택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옵티머스가 2053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힌 ‘씨피엔에스’는 지난해 7월에 설립됐다. 업종은 부동산 투자자문업이다. 씨피엔에스는 경기도 화성시의 한 건물 ‘601호’를 주소로 두고 있다. 이곳은 건물 6~9층을 쓰는 사우나로 파악됐다. 사우나 관계자는 “6층은 601호로 편지를 받고 있으나 부동산 회사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옵티머스사태 관계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옵티머스사태 관계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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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투자금이 두 번째(2031억원)로 많이 들어간 ‘아트리파라다이스’는 지난해 2월 만들어진 부동산 투자자문 업체로 확인된다. 주소는 경기도 용인시의 한 오피스텔이다. 전화번호는 경기도 지역번호(031)가 아닌 서울 지역번호(02)로 시작한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해당 건물은 여성 한 분이 들락날락하는 회사로 알고 있다”며 “그곳이 부동산 투자회사라는 말은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이 건물 관리직원은 “이 오피스텔은 개인 거주용으로 쓰는 사용자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옵티머스는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의 확정 매출채권 등 안전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한다”며 가입자들을 끌어모았다. 펀드 상품설명서에도 ‘공공기관 매출채권’ 같은 문구가 나온다. 하지만 옵티머스는 투자금을 자기들이 설립한 업체로 빼돌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7월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옵티머스는 46개 펀드로 5151억원을 모아 5235억원어치 자산에 투자했다고 장부에 올렸다. 이 투자금 대부분인 4765억원은 씨피엔에스(2053억원)·아트리파라다이스·(2031억원)·라피크(402억원)·대부디케이에이엠씨(279억원)로 흘러들어갔다. 이들 업체의 대표는 옵티머스 2대 주주인 이동열(구속)씨다.  
 
또 감사는 옵티머스 사내이사인 윤석호(구속) 변호사로 파악됐다. 윤 변호사는 옵티머스 지분 9.8%를 갖고 있다가 차명 전환한 의혹을 받는 이모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의 남편이다.  
 
야권에서는 이 전 행정관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청와대에 재직한 사실 등을 근거로 윤 변호사 부부가 옵티머스 사태에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력형 비리 게이트”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국회 정무위는 이 전 행정관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사내이사도 거의 겹친다. 사실상 옵티머스 관련 회사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들 4개 업체가 돈을 빼돌리기 위한 통로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참여연대 출신 김경율 회계사는 “정상이라면 설립 1년도 안 된 회사에 투자할 가능성은 1%도 없다”며 “부동산 투자자문업도 자금 수요가 있는 업종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체가 불분명한 회사들에 투자한 것으로 돈을 빼돌리기 위한 ‘도관(통로)’ 같다”며 “이런 점을 종합하면 사기”라고 지적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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