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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전파자 1%가 n차감염자 59%에 영향 끼쳤다

중앙일보 2020.10.14 00:02 종합 14면 지면보기
바이러스는 ‘감염’으로 흔적을 남긴다. 감염의 경로를 추적하면 바이러스가 어떤 틈을 파고들어 확산하는지, 어떤 방역 대책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중앙일보는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사이람과 함께 지난 10개월간 대한민국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감염 네트워크를 분석했다.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부터 8월 30일까지 수도권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7430명이 분석 대상이다. 방역당국과 지방자치단체의 ‘확진자 접촉 추적 데이터’를 활용했다.
 

사이람·본지 수도권 1~8월 분석
1차확진자 중 집단감염이 60%
집단감염 46% 종교시설서 발생
유흥주점 5.4% 방문판매 4.6%
“감염 우려 큰 곳 우선 방역을”

감염 유형별 감염자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감염 유형별 감염자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의 결정적 원인은 ‘집단감염’이었다. 분석 대상 중 4480명(60.3%)이 집단감염 관련 확진자였다. 감염원 불명(깜깜이 감염)은 1859명(25%), 해외유입은 1088명(14.6%)이었다. 미식별은 3명이다. 집단감염은 2차·3차 등 ‘n차 감염’으로 지역사회에 퍼졌고 새로운 집단감염을 일으켰다. 지난 5월 초 발생한 서울 이태원 클럽의 집단감염이 대표적이다. 이태원 클럽에서 감염된 인천의 학원 강사는 지역사회로 돌아가 학원 수강생에게 옮겼다. 이후 코인노래방→택시기사→돌잔치→경기도 부천 쿠팡 물류센터로 확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태원 클럽의 1차 확진자는 165명이었고 이들을 통해 59명의 n차 감염자가 나왔다.
 
어느 나라서 많이 유입됐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어느 나라서 많이 유입됐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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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수퍼 전파자’의 위력도 확인했다. 전체 확진자의 약 1%(75명)다. 이들은 개인 간 n차 감염으로 인한 확진자(1112명)의 58.9%(655명)에 직간접적인 감염을 일으켰다. 반면 1차 확진자 중 94.3%는 n차 감염을 전혀 유발하지 않았다. 김기훈 사이람 대표는 “수퍼 전파자는 둘 또는 그 이상의 고위험 집단에 중복으로 소속한 감염자들에게서 주로 생겨난다”고 분석했다.
 
1%의 수퍼전파자가 전체의 9.8%를 감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의 수퍼전파자가 전체의 9.8%를 감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로나19의 전파 주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짧아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처음 시행한 지난 3월 22일부터 5월 초까지 전파 주기는 4.78일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한 지난 8월 16~30일은 전파 주기가 1.8일로 줄었다. 확진자 추적조사를 통해 추가 전파의 연쇄 고리를 차단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 그만큼 짧아졌다는 얘기다.
 
1차 확진자 어디서 많이 나왔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차 확진자 어디서 많이 나왔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수도권 집단감염 1차 확진자(3071명)의 절반 가까운 1422명은 종교시설에서 발생했다. 이 중 전광훈 목사의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가 892명으로 가장 많았다. 두 번째로 많은 곳은 경기도 용인 우리제일교회(181명)였다. 이 두 곳에서만 1073명의 집단감염 1차 확진자가 발생했다. 대다수 종교시설이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켰지만 일부 교회가 집단감염의 통로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방역 정책별 확진자 수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방역 정책별 확진자 수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방역당국이 ‘중위험’으로 분류한 종교시설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유흥주점·헌팅포차·노래연습장·방문판매·대형학원 등 ‘고위험’으로 분류한 시설(12종)에서 나온 확진자보다 4.5배 많았다. 고위험 시설 중 집단감염 확진자가 전체의 1% 이상을 넘은 곳은 유흥주점(5.4%)과 방문판매(4.6%)뿐이었다. 중위험 시설 중에선 실내체육시설(1.8%)·학원(1.6%)·공연장(1.2%)에서 집단감염 확진자가 비교적 많이 나왔다. 방역당국의 위험시설 목록에 없는 집회와 요양시설·직장·병원·물류센터 등에서도 집단 감염이 다수 발생했다. 김 대표는 “대다수 중·고위험 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은 집합 금지 등 예방 차원에서 고강도 방역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종교시설 확진자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수도권 종교시설 확진자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문가들은 집단감염에서 n차 감염으로 확산하는 고리를 끊기 위해 역학 추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백신·치료제를 만드는 것 못지않게 추적 조사가 중요하다”며 “통신비로 (1인당) 2만원씩 줄 돈으로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고 역학 조사원을 보강하는 등 추적 조사 비용에 써야 한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동안 정부가 전방위적 방역 기조를 이어왔다면 앞으로는 정밀 타격 위주로 대응해야 한다”며 “어떤 영역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신규 확진자 다시 100명대=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완화한 지 이틀 만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다시 100명을 넘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3일 밤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2명 늘어 총 누적 확진자는 2만4805명이 됐다고 밝혔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세 자릿수가 된 건 지난 7일(114명) 이후 엿새 만이다. 신규 확진자 가운데 지역 발생은 69명이다. 수도권에서만 50명이 나왔다.
 
김태윤·김경진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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