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집값 올라 2만명 장학금 불이익…이게 '복권'이라는 장학재단

중앙일보 2020.10.13 19:03
서울 강북의 한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강북의 한 아파트 단지. 뉴스1

문재인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학생 수만여명이 국가장학금 수령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관련 기관장은 집값 상승을 '복권 당첨'에 비유해 학생들이 처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집값 상승, 복권당첨과 비슷한 원리"

 
13일 국회 교육위원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교육위원회의실에서 진행한 한국장학재단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전세나 부동산 가격도 본인의 재산"이라며 "복권에 당첨된 사람을 예로 들어 보면, 당첨은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된 것이지만 재산이 증가해 장학금에서 다소 불이익이 있도록 할 수밖에 없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답했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의지와 무관하게 집값 상승으로 장학금을 못 받게 되는 학생들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된다'고 질의한 데 따른 대답이었다.
 
곽 의원이 "복권은 현금화가 가능해 실제 주머니에 들어오는 것"이라며 "이사장 집 가격 시세가 올랐다고 이사장 주머니에 늘어난 것이 있느냐"고 재차 지적하자 이 이사장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은 더 많은 국민을 생각하면 분명히 이익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곽 의원실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국가장학금을 기존보다 덜 받거나 못 받게 되는 학생 수는 2만 4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교육위원회의실에서 열린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등 2020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교육위원회의실에서 열린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등 2020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학생들이 부동산 실패 짊어지는 꼴"

 
국가장학금 '1유형'은 소득연계형 장학금이다. 가구의 소득인정액에 따라 차등 지원된다. 근로소득과 재산소득, 차량 등 동산을 모두 포함한 가구의 환산소득을 1~10구간으로 나누고, 이 중 8구간까지 지원한다. 1구간(환산소득 138만원)의 경우 최대 지원금액인 연 520만원을 지원하고, 8구간(환산소득 949만원) 가구 학생에게는 연 67만 5000원을 지원하는 식이다. 9, 10구간 학생은 지원 대상이 아니다.
 
예컨대 지원 상한 가구인 8구간 가구의 월 소득이 '제로(0)'라고 가정할 때, 해당 가구가 소유한 주택가격이 공시가 기준 7억 4000만원 이상일 경우 국가장학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된다. 부동산 자산을 환산소득으로 바꾸면 950만원으로 계산돼, 8구간 가구의 지원 상한 환산소득인 949만원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주택을 소유한 가구뿐만이 아니다. 소득이 평균(월 소득 485만원)인 전세를 사는 무주택 가구의 학생도 전셋값이 3억8800만원 이상이면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는 8억4400만원이다. 부동산 정보 업체 직방 분석 결과 올해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 중간가격은 4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가구의 특별한 소득 증대가 없더라도 살고 있는 주택의 매매·전세 가격 상승에 따라 학생들이 장학금 혜택에서 밀려나게 된다.
 
곽상도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이사장은 가구의 부동산 재산이 늘어난 경우 해당 학생들한테 지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이를 마치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며 "그러나 그냥 가만히 앉아 집값만 올랐는데 작년에는 받았던 국가장학금을 올해에는 못 받게 된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이를 수긍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곽 의원은 "사실상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학생들이 짊어지는 꼴"이라며 "부동산 실패로 인한 여파가 생각지도 못한 곳까지 번지고 있어 국가장학금 혜택에서 피해를 본 이들에 대한 구제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