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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규제에 전셋값 매매가 역전…보증금 못 받는 세입자 늘어

중앙일보 2020.10.13 18:22
서울 도봉구에 56㎡(이하 전용면적) 아파트를 보유한 한모(45) 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를 전세시세 수준인 2억2000만원에 매물로 내놨지만 팔리지 않아서다. 거래를 맡긴 부동산 중개업소에선 가격을 1000만원 더 내려 보라고 권했고 한 씨는 한 달만 더 기다려보고 가격을 내릴 생각이다. 한씨는 “가격을 1000만원 더 낮추면 집 팔면서 매수인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줘야 하는데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외곽 일부 단지의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넘어섰다. [연합뉴스]

서울 외곽 일부 단지의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넘어섰다. [연합뉴스]

 
서울 외곽 일부 단지의 아파트 전셋값이 매매 가격을 넘어서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대개 소형 아파트거나 서울에서도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의 아파트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 신주아파트 56㎡형은 최근 1억9000만원에 팔렸다. 같은 달 이 아파트는 1억9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미성 81㎡형의 전셋값은 4억원이다. 같은 크기 아파트는 3억9000만원에 주인이 바뀌었다.  
 
아파트 전셋값과 매매가격의 역전 현상이 벌어진 데는 부동산 규제가 영향을 미쳤다. 세금‧대출 등 잇달아 강력한 규제가 쏟아지면서 집을 사려는 수요가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전세를 찾고 있다. 여기에 전‧월세 상한제(5%), 계약갱신청구권(2년+2년)이 시행되면서 전세물건이 귀해지자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7월 이후 상승 폭이 확 줄었다. 7월 첫 주 상승률은 0.11%였지만, 이후 꾸준히 상승 폭이 줄면서 8월 넷째 주부터는 0.01%로 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의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7월 첫 주 0.10%에 이어 8월 첫 주는 0.17%, 9월 들어서도 매주 평균 0.09% 오르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매매 선호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전셋값이 계속 오르면서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셋값이 매매가격보다 비싼 집은 이른바 ‘깡통 전세’로 불린다.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모두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커서다. 전세 계약이 만료돼도 전세금을 제때 돌려받기 어렵다.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되면 전세금을 회수는 더 어려워진다. 경매로 넘어가면 해당 주택의 가치가 대개 주변 시세의 80% 수준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전셋값과 매매시세가 모두 3억원인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가면 이 아파트 감정가는 2억4000만원 수준에 책정된다. 이 가격에 주인을 찾아도 전세보증금 6000만원은 받기 어렵다.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 변동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 변동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최근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세입자가 돌려받지 못한 전세보증금도 늘고 있다.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세입자가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보증금 미수 금액)은 4597억6976만원(1만3691건)으로 집계됐다. 
 
보증금 미수 금액은 2018년 602억원, 2019년 730억원, 올해는 7월까지 589억원으로 매년 금액이 증가하고 있다. 박 의원은 “깡통전세 등으로 세입자가 제대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해 전세보증보험 등 세입자 주거안정 대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한 임대차보증금 소송도 늘고 있다. 전세보증금반환 소송을 포함한 임대차보증금 소송 건수는 2017년 9138건에서 2019년 1만1530건으로 26%나 증가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전세가율이 80%가 넘는 아파트에 세를 얻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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