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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절반 쏟아졌는데 '중위험시설' 교회...K방역 옥의 티

중앙일보 2020.10.13 16:27
바이러스는 ‘전염’으로 흔적을 남긴다. 그 전염의 경로를 추적하면, 바이러스가 어떤 틈을 파고들어 확산하는지, 그래서 어떤 방역 대책이 필요한지 도출할 수 있다. 중앙일보는 빅데이터 분석 업체인 사이람과 함께 지난 10개월간 대한민국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염 네트워크를 분석했다.  
지난 10개월간 방역당국과 의료인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였다.  한 의료진이 피곤에 지친 듯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개월간 방역당국과 의료인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였다. 한 의료진이 피곤에 지친 듯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 및 전국 코로나19 확산의 주된 ‘도화선’이자 ‘화약고’는 교회 등 종교시설이었다. 종교계의 반발을 의식한 정부는 종교시설을 ‘고위험’이 아닌 ‘중위험’ 시설로 묶어뒀다. 방역당국의 노력과 국민의 적극적 참여로 이룬 ‘K-방역’의 성과를 고려하면 ‘옥에 티’다. 12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됐지만, 실질적인 고위험 영역을 중심으로 방역을 집중하고 역학 추적 조사 역량을 강화하지 않으면 언제든 3차, 4차 전국 대확산으로 다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10개월 네트워크 분석]
중앙일보·사이람 공동기획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8월 수도권 코로나19 확진자 7430명 분석  

중앙일보는 빅데이터 분석 업체인 사이람과 공동으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코로나19 확진자의 전염 경로를 분석했다.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부터 8월 30일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7430명(타지역 제외)이 분석 대상이다. 방역당국과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의 ‘확진자 접촉 추적 데이터’를 활용했다. 수도권 외 지역 관련 데이터는 일관성이 떨어져 분석에서 제외했다. 
감염 유형별 감염자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감염 유형별 감염자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집단감염→n차 감염→집단감염 악순환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의 결정적 원인은 ‘집단감염’이었다. 분석 대상 7430명 중 4480명(60.3%)이 집단감염 관련 확진자였다. ‘감염원 불명(깜깜이 감염)’은 1859명(25%), ‘해외유입’은 1088명(14.6%)이었다. 미식별은 3명이다. 
수도권 코로나19 집단감염 전염 경로를 시각화한 그림 〈사이람〉

수도권 코로나19 집단감염 전염 경로를 시각화한 그림 〈사이람〉

 
집단감염은 2차, 3차 등 ‘n차 전염’을 통해 지역사회로 퍼졌고 새로운 집단감염을 일으켰다. 지난 5월 초 발생한 이태원 클럽이 대표적이다. 이태원 클럽에서 감염된 인천의 한 학원강사는 지역사회로 돌아가 학원 수강생에게 옮겼고, 이후 코인노래방→택시기사→돌잔치→부천 쿠팡 물류센터로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태원 클럽 1차 확진자는 165명이었고, 이들을 통해 59명의 n차 감염자가 나왔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수도권 1차 확진자 절반 가까이 '종교' 관련  

특히 수도권 집단감염 1차 확진자는 3068명(41.3%)이었는데, 이 중 절반 가까운 1422명이 한 영역에서 발생했다. 종교시설이다.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용인 우리제일교회, 구로구 만민중앙성결교회, 노원구 빛가온교회, 수도권 개척교회 모임 등이다. 또한 ‘n차 전염’을 통해 유발된 새로운 집단감염 확진자 중 약 3분의 2는 종교시설 관련이었다. 대다수 종교시설이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켰지만, 일부 교회가 대면 예배 등을 강행하며 신규 집단 감염의 통로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권을 비판하는 집단 일부가 교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겠지만, 데이터를 놓고 보면 일부 교회만 셧다운 했어도 코로나를 효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발생 후 대다수 교회는 비대면 예배 등 정부의 방역 수칙에 적극 동참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교회가 비대면 예배를 보는 모습. 〈뉴스1〉

코로나19 발생 후 대다수 교회는 비대면 예배 등 정부의 방역 수칙에 적극 동참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교회가 비대면 예배를 보는 모습. 〈뉴스1〉

고강도 방역한 고위험시설 확진자 많지 않아 

중위험 시설로 분류된 종교시설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유흥주점·헌팅포차·노래연습장·방문판매·대형학원 등 고위험으로 분류된 12종의 시설에서 나온 확진자보다도 4.5배나 많았다. 더욱이 고위험 지정 시설 중 집단감염 확진자가 전체의 1% 이상을 넘은 곳은 유흥주점(5.4%)과 방문판매(4.6%) 2종뿐이었다. 나머지 10종은 0.2% 미만이었다. 중위험 시설 16종에서도 종교시설과 실내체육시설(1.8%), 학원(1.6%), 공연장(1.2%)을 제외한 12종 시설에서는 확진자 발생이 미미했다.  
 
반면, 위험시설 목록에 없는 집회나 요양시설, 일반 직장, 병원, 물류센터 등에서 집단 감염이 다수 발생했다. 지난 8월 16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으로 사실상 영업을 중단한 고위험 시설 업종 소상공인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는 일이다. 이에 대해 김기훈 사이람 대표는 “대다수 중·고위험 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은, 집합 금지 등 예방 차원에서 고강도 방역을 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수도권 1~3차 대확산은 어떻게 발생했나 

수도권 1차 확산(3월 9일~4월 5일) 때는 구로 콜센터, 이태원 클럽 등의 집단 감염이 발생했지만, 확산을 주도한 것은 해외 유입과 그로 인해 유발된 n차 감염이었다. 수도권 2차 확산(5월 25일~6월 21일)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하면서 발생했다. 이때부터 부천 쿠팡, 인천 주사랑교회, 수도권 개척교회 등에서 산발적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일부 교회 특단조치 했다면 전국 대확산 막았을 것  

수도권 3차 확산(전국 2차 대확산)은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 등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하며 n차 감염으로 확산하는 패턴을 보였다. 또한 집단감염이 n차 감염과 감염원 불명(깜깜이 감염)으로 이어지고, 개인 간 n차 감염이 다시 집단감염으로 확산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됐다. 김기훈 대표는 “이미 5~6월에 전국 2차 대확산에 대한 징후와 경고가 있었다”며 “그때 만약 종교시설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면, 전국 2차 대확산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 7월 초 정세균 국무총리는 “종교시설에서의 작은 불씨가 n차 감염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라며 종교시설의 고위험시설 지정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결국 시행되지 않았다.  
1%의 수퍼전파자가 전체의 9.8%를 감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의 수퍼전파자가 전체의 9.8%를 감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슈퍼 전파자 1%가 전체 10% 감염시켜  

이른바 ‘슈퍼 전파자’의 위력도 확인됐다. 분석 결과 1차 확진자 중 94.3%는 n차 감염을 전혀 유발하지 않았다. 반면, 전체 확진자 중 상위 1%(75명)가 개인 간 n차 감염 확진자(1112명)의 58.9%(655명), 전체 감염자의 약 10%를 직간접적으로 전염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훈 대표는 “슈퍼 전파자는 둘 또는 그 이상의 고위험 집단에 중복적으로 소속된 감염자들로부터 주로 생겨난다”고 분석했다.   
지난 6월 대전 지역 한 방역 관계자의 모습 〈뉴스1〉

지난 6월 대전 지역 한 방역 관계자의 모습 〈뉴스1〉

확진자 추적할 골든타임도 점차 짧아져  

코로나19 전파 주기(전염까지 소요되는 기간)도 시간이 흐를수록 짧아졌다. 분석 기간 중 코로나19의 전파 주기는 평균 3.8일이었다. 첫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된 3월 22일부터 5월 초까지 전파 주기는 4.78일이었지만,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 8월 16일부터 같은 달 말까지는 1.8일로 단축됐다. 확진자 추적조사를 통해 추가 전파의 연쇄 고리를 차단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 그만큼 짧아졌다는 얘기다.  
 
정부는 12일부터 전국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하향조정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12일부터 전국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하향조정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고위험 영역 집중하고 추적조사 역량 강화 시급 

전문가들은 향후 방역 정책의 핵심은 종교시설 등 ‘고위험 영역’에 집중하고, 집단감염에서 n차 감염으로 확산하는 고리를 끊기 위해 역학 추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덕진 교수는 “백신·치료제를 만드는 것 못지않게 추적 조사가 중요하다”며 “전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줄 게 아니라, 그간 쌓인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고 역학 조사원을 보강하는 등 추적 조사 비용에 써야 한다”고 말했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동안 정부가 전방위적 방역 기조를 이어왔다면 앞으로는 정밀 타격 위주로 대응해야 한다”며 “그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다 세부적인 데이터를 산출해 어떤 영역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윤·김경진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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