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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우엔 3년, 갓갓엔 무기징역…판사도 놀란 檢구형 격차

중앙일보 2020.10.13 14:58
성 착취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을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진 '갓갓' 문형욱씨가 지난 5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으려 안동지원에 도착하고 있다. 검찰에 그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연합뉴스]

성 착취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을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진 '갓갓' 문형욱씨가 지난 5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으려 안동지원에 도착하고 있다. 검찰에 그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연합뉴스]

검찰이 변했다. 2018년 9월 세계 최대 아동성착취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전 운영자 손정우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던 검찰이, 2년 뒤인 올해 10월엔 n번방의 최초 설립자로 불린 '갓갓' 문형욱(25)에겐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판사들도 놀라는 檢의 구형격차  

두 사람에게 적용된 혐의가 달라 구형할 수 있는 법정최고형(손정우 10년, 문형욱 무기징역)도 달랐던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과 2년만에 확 바뀐 검찰의 디지털성범죄 구형 격차엔 판사들도 놀라는 눈치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법원의 현직 판사 A씨는 "지금 검찰의 구형이 바른 길이라 본다"면서도 "이정도의 구형 격차에 대해선 검찰에서도 최소한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과거 구형에 대한 반성이든, 혹은 현 구형의 합리성이든 시민들에게 말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를 운영한 손정우가 미국 송환이 불허된 지난 7월 6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뉴스1]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를 운영한 손정우가 미국 송환이 불허된 지난 7월 6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뉴스1]

검찰은 N번방 사태 이후인 지난 3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디지털 성범죄자에게 '법정최고형'을 구형하라는 지침을 내려 이를 따르고 있다는 입장이다. 당시 추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N번방 사건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이 빚은 참사임을 반성한다"고 했었다.
 

N번방 전에는 솜방망이 처벌

실제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검찰의 구형은 N번방 전과 후로 확연히 구분된다. 검찰은 N번방 사태가 터지기 전 문형욱씨에게 n번방 운영을 물려받은 '켈리' 신모(32)씨를 구속기소했다. 징역 2년을 구형했고 법원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신씨가 수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항소조차 하지 않았다. 신씨의 재판 과정에서 n번방 사태가 터지고 여론이 들끓자 검찰은 추가 혐의로 그를 다시 구속기소했다. 신씨는 형을 다 마쳤지만 아직 구치소에 있는 상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월 24일 서울고등검찰청에서 디지털 성범죄 강력 대응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월 24일 서울고등검찰청에서 디지털 성범죄 강력 대응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은 텔레그램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유포했던 '와치맨' 전모씨의 경우도 지난 3월 징역 3년 6월을 구형한 뒤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자 변론을 재개했다. 
 
대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대검에선 사건 기사가 하나만 나와도 간부들이 난리가 난다"며 "검찰이 여론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말했다. 검찰은 지난 3월 추 장관의 n번방 관련 지침 이후 디지털성범죄 피고인에 대해선 법정최고형을 구형해오고 있다. 
 

"과거 檢구형이 잘못됐던 것" 

검찰이 여론에 민감히 반응하는 것에 환영한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애초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검찰의 구형 자체가 잘못됐다는 시각이다. 
 
지난 3월 n번방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 시위 운영진들이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n번방 관련자 강력처벌 촉구시위 및 기자회견'에서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지난 3월 n번방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 시위 운영진들이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n번방 관련자 강력처벌 촉구시위 및 기자회견'에서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현직 시절 성폭력 전담검사로 활동했던 오선희 변호사(법무법인 혜명)는 "갓갓의 구형이 아닌 손정우의 구형이 잘못되었던 것"이라며 "법은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해야 한다. 검찰이 과거 디지털성범죄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 말했다. 
 
또다른 전직 검사도 "2016년에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엄벌하라는 지침에 따라 피고인에 법정최고형을 구형했었다"며 "법정에서 15년을 구형하자 당황해 말을 잇지 못하던 변호인의 얼굴이 아직 생생하다"고 말했다. N번방 이후 검찰의 이런 변화가 새로운 현상은 아니란 취지다.
 

"살인범에도 무기징역 흔치 않아"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여론과 언론의 관심이 쏠리는 사건에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부장판사 출신인 오동운 변호사(법무법인 금성)는 "이미 잡아놓은 피고인에게 법정최고형을 구형하는 것은 검찰 입장에선 여론의 비난을 피하는 가장 쉬운 길"이라 말했다. 오 변호사는 "검찰은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하는 구조적 요인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n번방 사건의 주범인 '박사' 조주빈(왼쪽)과 공범 '부따' 강훈의 모습. [뉴스1]

n번방 사건의 주범인 '박사' 조주빈(왼쪽)과 공범 '부따' 강훈의 모습. [뉴스1]

수도권에 근무하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B씨는 "살인을 저지른 피고인에게도 무기징역을 구형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며 "여론도 중요하지만 구형의 형평성에 대한 고민도 잊으면 안된다"고 했다. 
 
오선희 변호사는 "중요한 것은 검찰과 법원이 언론에 관심이 적은 일반 성범죄 사건에도 이런 엄격한 잣대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유명 사건의 검찰 구형만을 보고 검찰이 변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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