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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6·25 발언 분노' 논란되자, 기사 슬쩍 삭제한 中환구시보

중앙일보 2020.10.13 12:40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의 홈페이지, 붉은 색으로 표시한 기사가 방탄소년단(BTS)의 수상 소감이 중국 네티즌의 분노를 일으켰다는 내용의 12일자 기사다. 현재 해당 기사의 내용을 볼 수 없다. [환구시보 홈페이지]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의 홈페이지, 붉은 색으로 표시한 기사가 방탄소년단(BTS)의 수상 소감이 중국 네티즌의 분노를 일으켰다는 내용의 12일자 기사다. 현재 해당 기사의 내용을 볼 수 없다. [환구시보 홈페이지]

 
"방탄소년단(防彈少年團·BTS)의 수상 소감이 중국 네티즌의 분노를 일으켰다"고 전했던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 기사가 홈페이지에서 삭제됐다. 13일 오전 환구시보 홈페이지에는 전날 게재됐던 기사가 열리지 않고 있다. 링크는 남아 있지만 기사 내용은 볼 수 없는 상태다.
 
다만, 환구시보의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를 출처로 한 기사는 남아있는데, 제목 등 논조가 '톤 다운' 됐다. 당초 환구시보 기사는 '중국의 존엄성'을 거론하며 "방탄소년단 발언이 중국 네티즌을 격노케 했다"는 제목을 썼지만, 지금 남아있는 기사는 "6·25 전쟁을 언급한 방탄소년단이 중국에서 저격당했다"는 제목을 쓰고 있다.
 
인민일보 홈페이지에서도 중국 외교부가 BTS에 대해 언급한 기사 정도만 검색된다. 신화통신, CCTV, 중국신문망(CNS) 홈페이지에는 이번 논란 관련 기사가 나오지 않는다. 환구시보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에서만 "BTS가 중국 네티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삭제하지 않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의 '방탄소년단(BTS) 수상 소감 논란' 기사 페이지. 13일 오전 현재 기사가 삭제돼 있다. [환구시보 홈페이지]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의 '방탄소년단(BTS) 수상 소감 논란' 기사 페이지. 13일 오전 현재 기사가 삭제돼 있다. [환구시보 홈페이지]

앞서 BTS는 12일 미국 비영리재단인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연례행사에서 밴 플리트 상을 받았다. 밴 플리트 상은 한·미 우호 관계 증진에 공을 세운 한국인과 미국인에게 수여된다. 
 
환구시보는 이날 리더 RM이 수상 소감에서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양국(한·미)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 부분이 중국 네티즌의 반발을 불러왔다고 전했다. '양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는 부분이 중국의 존엄성을 해쳤다며 분노를 표했다는 것이다. 
 
환구시보는 특히 "(BTS의 발언은) 6·25 당시 침략자였던 미국의 입장에만 맞춘 발언"이라며 "한국인은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중국인인 나는 팬클럽을 관두려 한다"는 익명의 팬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중국 교과서는 6·25 전쟁을 항미원조(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돕는다는 뜻) 전쟁이라 부르며 미국이 38선을 넘어 압록강변까지 침략했고, 중국이 이에 대응해 지역의 평화 안정을 이뤘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7일 미국의 한미 친선 비영리재단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온라인으로 진행한 밴 플리트 상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BTS)이 수상 소감을 전하고 있다.[코리아소사이어티 온라인 갈라 생중계 캡처 제공]

지난 7일 미국의 한미 친선 비영리재단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온라인으로 진행한 밴 플리트 상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BTS)이 수상 소감을 전하고 있다.[코리아소사이어티 온라인 갈라 생중계 캡처 제공]

 
보도 이후 한국 기업들이 BTS의 흔적을 지우는 등 파문이 커지자 12일 중국 외교부도 입장을 내놨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BTS의 수상 소감이 중국의 존엄성을 해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관련 보도와 중국 네티즌의 반응을 봤다. 역사를 교훈 삼고 미래를 바라보며 평화를 귀하게 여기고 우호를 촉진하는 것이 우리가 함께 추구하고 노력해야 할 바"라고 답했다. 
 
환구시보 기사 삭제 시점은 외교부 브리핑 이후인 지난 밤으로 추정돼, 당국의 판단과 관련이 있는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환구시보의 보도 이후 파장이 커지면서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들도 관련 기사를 게재하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정은혜 기자, 김지혜 리서처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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