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기 굽고, 밤샘 캠핑…공주보 주변 야영·취사 금지에도 캠핑족 북적

중앙일보 2020.10.13 11:00
한글날 연휴 첫날인 지난 9일 오후 6시 충남 공주시 공주보. 공도교 아래 주차장에 트레일러 형태의 대형 캠핑카와 SUV 차량 등 20여 대가 주차돼 있었다. 캠핑카와 차량들 사이로는 숯불로 고기를 굽거나 음식을 조리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공주보 내 주차장, 캠핑카·텐트 점령
공주시장·경찰서장 경고문 무용지물
수자원公 "계도"…공주시 "단속 못해"

지난 9일 오후 충남 공주시 공주보 공도교 아래 주차장에 캠핑과 차박, 취사를 금지한다는 플래카드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이곳에는 캠핑카가 밤샘 주차했고 일부 나들이객은 텐트도 설치했다. 신진호 기자

지난 9일 오후 충남 공주시 공주보 공도교 아래 주차장에 캠핑과 차박, 취사를 금지한다는 플래카드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이곳에는 캠핑카가 밤샘 주차했고 일부 나들이객은 텐트도 설치했다. 신진호 기자

 하지만 공주보 건설 당시 조성된 이 주차장은 주차 외 행위가 일체 금지되는 곳이다. 주차장 입구에 걸린 대형 플래카드 2개에도 ‘이곳은 캠핑, 차박, 취사 등 금지구역입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공도교에서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계단 옆에는 ‘하천 변 및 주차장 내 취사, 야영 금지’라는 철제 안내판이 설치됐다. 하천 변 쪽에는 ‘취사와 시설물 설치를 금지한다’는 공주시장·공주경찰서장 명의의 경고문도 세워져 있었다.
 
 이런 경고문은 무용지물이었다. 일부 시민들의 버려진 양심 때문이었다. 이날 주차장 곳곳에서는 캠핑카나 차량을 세워놓고 음식을 조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일부 가족 단위 나들이객은 아예 텐트를 치고 숯불로 고기를 굽기도 했다. 모두 불법 행위다. 
 
 주차장에서는 캠핑과 야영·취사가 금지돼 있다. 공주보 바로 옆에 위치한 곳이라 환경오염을 우려한 조치다. 공주보 인근 주민들은 금강 물을 이용해 농업용수로 사용한다. 공주보 아래와 하류인 백제보 인근에서는 보령댐과 예당호로 이어지는 도수로로 물을 공급하는 시설이 설치돼 있다.
지난 9일 오후 충남 공주시 공주보 인근 주차장에서 일부 나들이객들이 텐트를 설치하고 취사 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 곳에서는 캠핑과 취사, 야영이 금지돼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9일 오후 충남 공주시 공주보 인근 주차장에서 일부 나들이객들이 텐트를 설치하고 취사 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 곳에서는 캠핑과 취사, 야영이 금지돼 있다. 신진호 기자

 
 이 때문에 금강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는 공주보 상류 700m와 하류 280m를 특별 관리하고 있다. 금강보 상·하류 1㎞ 이내에서는 낚시는 물론 수영도 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만큼 금강 수질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천법(제46조·하천 안에서의 금지 행위)에서는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하천에서 야영 행위 또는 취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천의 이용 목적과 수질 상황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시·도지사가 필요한 지역을 지정·고시해야 한다.
 
 하지만 주차장 내 캠핑·야영·차박·취사 단속은 쉽지 않다. 이곳을 관리·감독하는 한국수자원공사 공주보사업소에는 계도 권한만 있고 단속 권한은 없기 때문이다. 과태료도 부과할 수 없다. 과태료 부과는 자치단체만 가능하다는 게 수자원공사 측 설명이다.
지난 9일 오후 충남 공주시 공주보 인근 주차장에서 일부 나들이객들이 텐트를 설치하고 취사 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 곳에서는 캠핑과 취사, 야영이 금지돼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9일 오후 충남 공주시 공주보 인근 주차장에서 일부 나들이객들이 텐트를 설치하고 취사 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 곳에서는 캠핑과 취사, 야영이 금지돼 있다. 신진호 기자

 
 수자원공사 공주보사업소 관계자는 “민원이 접수돼 단속에 나가지만 실질적 권한이 없어 계도에 그치고 있다”며 “코로나19 발생 이후 캠핑족과 야영객이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강제로 쫓아낼 수도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차장 바로 옆에 설치된 그라운드 골프장에서 만난 시민은 “금강을 보호하기 위해 야영과 취사를 금지했을 텐데 아이들까지 데리고 와서 법을 어기는 것을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며 “공주시든 수자원공사든 강력하게 단속하며 좋겠다”고 말했다.
 
 단속 권한을 가진 공주시에도 ‘주차장 내 캠핑과 야영·취사를 단속해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주차장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고 화재 등 사고 위험도 높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실제 단속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9일 충남 공주시 공주보 공도교 아래 주차장 입구에 취사를 금지한다는 공주시장·공주경찰서장 명의의 경고문이 설치돼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9일 충남 공주시 공주보 공도교 아래 주차장 입구에 취사를 금지한다는 공주시장·공주경찰서장 명의의 경고문이 설치돼 있다. 신진호 기자

 
 공주시 관계자는 “관련 법인 하천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기 위해선 충남도지사의 지정·고시가 이뤄져야 하는 데 현재는 단속만 가능한 상태”라며 “충남도와 협의, 공주보 인근 주차장과 공원에 대해 지정·고시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공주=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