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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남동발전, 옵티머스 회동 후 5100억 태국 사업 "적격"

중앙일보 2020.10.13 09:52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앞. 중앙포토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앞. 중앙포토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와 남동발전 관계자가 직접 만나 해외 발전 사업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했다. 남동발전은 옵티머스 대표와 회동 후 약 2주 만에 내부 사업선정 회의에서 해당 사업 추진에 대해 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러한 사실은 검찰이 입수한 옵티머스 내부 문건에 적힌 내용과 일치한다.
 

옵티머스-남동발전 회동 2주 만에 '적격' 판정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남동발전으로부터 받은 답변 자료에 따르면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와 남동발전 해외사업 관련 관계자 2명이 지난 3월 13일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남동발전 측은 당시 회동에서 “태국 바이오매스 발전소와 우드펠릿(톱밥 등으로 만든 바이오 원료) 수입 관련 사업을 협의했다”고 이철규 의원실에 밝혔다. 당시 만남은 태국 바이오매스 발전 사업 투자를 위해 옵티머스 측 요청으로 이뤄졌다.
 
옵티머스와 남동발전 만남이 있고 난 후인 3월 31일 태국 바이오매스 발전사업은 남동발전 투자심의위에서 사업 추진 ‘적격’ 판정을 받았다. 회동 후 사업 적격 판단이 나오기까지 2주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또 지난 9월 남동발전은 태국 현지 발전개발사인 우드플러스와 사업추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11월엔 사업 타당성 조사 용역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철규 의원은 “사업이 이례적으로 신속히 진행되는 배경에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옵티머스 문건 내용 처음 사실로 확인

옵티머스와 남동발전이 해외 발전 사업을 함께 추진한다는 사실은 옵티머스 내부 문건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최근 서울중앙지검이 옵티머스 압수 수색을 통해 확보한 ‘펀드 하자 치유 관련’이란 제목의 A4용지 6장짜리 문건에서는 ‘이헌재 고문이 추천, 남동발전과 추진하는 바이오매스 발전소 프로젝트 투자 진행 중’이란 대목이 나온다. 검찰은 해당 문건을 지난 5월 10일 옵티머스 관계자가 만든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문건 전체가 사실인지는 당사자 등에 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한 상태다. 하지만 남동발전이 실제 옵티머스 대표와 만나 바이오매스 발전 사업을 논의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문건의 신빙성은 커졌다. 남동발전 측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는 관련 내용을 협의한 사실이 없다”고 이철규 의원실에 답변했다.
 

게임회사에 해외 바이오매스 사업 제안?

사업 진행 과정도 석연치 않았다. 남동발전이 이철규 의원실에 답변한 내용에 따르면 사업 제안을 먼저 한 것은 국내 A사다. 2018년 A사 관계자가 남동발전에 직접 연락해 태국 대나무를 이용한 우드펠릿 사업을 처음 제안했다. 하지만 이 사업을 거절하고 태국 바이오매스 발전소 사업을 다시 제안한 것은 남동발전이었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대나무를 이용해 우드펠릿을 만든 적이 없어서 대신 태국에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짓자고 우리가 역제안했다”고 밝혔다. 
A사 법인등기부등본

A사 법인등기부등본

 
그러나 이 과정에서 A사가 태국 바이오매스 사업 경험이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A사 법인등기부등본에는 사업목적이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과 블록체인이라고 나와 있다. 바이오매스와 신재생에너지를 사업목적에 추가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남동발전 설명대로면, 남동발전은 게임회사에 바이오매스 발전 사업을 제안한 것이다.
 
추진 과정도 허술했다. 그러나 결정을 일사천리였다. 지난 2월 25일 사업제안서를 남동발전에 공식 접수한 것은 A사의 협력업체인 B사다. 이후 B사가 옵티머스를 주요 투자자로 끌어와 구체적 사업계획을 완성한다. 2년 넘게 이어졌던 논의가 이를 기점으로 급물살을 탔다. 사업 제안서 제출(2월25일), 옵티머스 회동(3월13일), 사업 추진 결정(3월31일)까지는 35일이 걸렸을 뿐이다. 지난달에는 B사가 지분을 가진 해외법인 우드플러스를 태국 현지 파트너사로 정해 남동발전이 MOU까지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남동발전은 우드플러스가 어떤 회사인지 확인하지 않았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MOU를 체결하지 않으면 회사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MOU부터 체결한 것”이라고 이 의원실에 설명했다. 
 

총 사업비 5100억원…남동발전이 30% 투자

남동발전이 옵티머스 측과 논의한 발전 사업은 태국 남부 송클라주 5개 군과 중부 수판부리주 5개 군에서 12㎿급 바이오매스 발전소 10개를 짓는 사업이다. 발전소 1개당 약 510억원이 투입되며 총 사업비는 5100억원에 달한다. 남동발전에 사업을 공식제안한 B사는 전체 사업비 30%를 남동발전과 옵티머스 등 금융권 투자를 받아 진행할 계획이다. 이중 남동발전은 30%를 투자한다. 옵티머스가 이 사업에 얼마의 자금을 투자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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