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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풀어놓고 "가을 산행은 위험"···혼선 부추기는 방역대책

중앙일보 2020.10.13 05:00
지난해 10월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국립공원 내 선재길을 찾은 탐방객들이 울긋불긋 물든 단풍을 감상하며 걷고 있는 모습. 뉴스1

지난해 10월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국립공원 내 선재길을 찾은 탐방객들이 울긋불긋 물든 단풍을 감상하며 걷고 있는 모습. 뉴스1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완화해놓고, 일부 야외활동에 대해 자제를 권고해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은경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거리두기 1단계 완화 첫 날인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위험요인으로 "가을산행 등 단체여행과 행사일 거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단체버스 여행과 이어지는 식사와 뒤풀이 모임 등을 통한 전파도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급적 가족 단위의 안전한 여행을 해달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이번 주중으로 가을단풍, 단체산행 관련 추가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가을철 행사·대회 증가에 따른 신고가 이어졌다고 한다. 이에 따른 추가 방역 대책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거리두기 1단계는 전국적으로 집합·모임·행사가 허용되는 게 골자다. 수도권도 실내 50인, 실외 100인 이상 행사에 대해 기존 금지에서 자제 권고로 변경됐다. 고위험 시설이었던 클럽 등 유흥주점도 12일부터 문을 열었다.  
12일 새벽 영업을 시작한 홍대 클럽 앞에 젊은이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코로나19 방역 대응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에서 1단계로 조정했다.   수도권의 경우 ▲ 클럽·룸살롱 등 유흥주점 ▲ 콜라텍 ▲ 단란주점 ▲ 감성주점 ▲ 헌팅포차 ▲ 노래연습장 ▲ 실내 스탠딩 공연장 ▲ 실내집단운동(격렬한 GX류) ▲ 뷔페 ▲ 대형학원(300인 이상) 등 10종의 고위험시설에 대한 집합금지 조처가 해제됐다. 연합뉴스

12일 새벽 영업을 시작한 홍대 클럽 앞에 젊은이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코로나19 방역 대응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에서 1단계로 조정했다. 수도권의 경우 ▲ 클럽·룸살롱 등 유흥주점 ▲ 콜라텍 ▲ 단란주점 ▲ 감성주점 ▲ 헌팅포차 ▲ 노래연습장 ▲ 실내 스탠딩 공연장 ▲ 실내집단운동(격렬한 GX류) ▲ 뷔페 ▲ 대형학원(300인 이상) 등 10종의 고위험시설에 대한 집합금지 조처가 해제됐다. 연합뉴스

 
이같이 모임·행사를 풀어놓고 하루도 안 돼 가을산행 등 특정 야외 활동을 자제토록하는 방역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대본 한 관계자는 "거리두기를 완화했지만, 현실이 방역 상황을 따라주지 못하면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촘촘한 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거리두기를 전체적으로 1단계로 내려놓고, 2단계에 해당하는 규제 카드를 하나 둘씩 추가할 때마다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6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관련 품질검사 및 현장 조사 결과를 설명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6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관련 품질검사 및 현장 조사 결과를 설명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또 클럽은 열면서 가을산행은 위험하다는 정부의 메시지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학교 등교를 재개하고 스포츠 관중도 30% 허용하는 등 이번 1단계 조치를 보면 정부가 상황을 낙관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일일 신규 환자수는 50~70명선으로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보니, 오락가락하는 메시지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2~3월 대구·경북 사태를 겪고 지난 5월 생활 속 거리두기로 일거에 낮춘 적이 있는데 결국 코로나가 크게 확산했다"며 "한순간 완화하기보다 위험도를 세심하게 따져 시설 및 활동별로 단계적으로 푸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방대본 관계자는 "확진자 추이, 방역 역량 등을 감안해 1단계로 완화했다. 막 풀수도, 막 죌 수도 없다"며 "가을 산행과 단체여행 자제를 권고한 게 1단계 완화와 충돌하지 않는다. 1단계로 완화하되 위험 요인을 지켜달라고 당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설 중심 방역에서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책임성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백민정·김민욱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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