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선 산업1팀 차장
안동찜닭·흑당버블티·마라샹궈
새 요리 창의적 아이디어 훔치기
‘미투 메뉴’에 결국 식당들 공멸
원작자 존중, 보상 풍토 세워야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에서 덮죽과 유사한 메뉴를 선보인 업체는 한 곳이다. 논란이 시작된 이후 이 업체는 배달을 중단하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이 업체는 특허청에 지난 9월 4일 ‘○○ 덮죽’으로 상표 출원까지 했다. 네티즌과 요식업계는 “수개월의 노력을 훔치는 도둑질”이라는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이미 이 회사의 주소와 전화번호, 대표의 신상정보를 공유하며 불매운동에 나선 상태다. 12일 결국 덮죽을 베낀 업체는 사과하고 “덮죽 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온 포항 덮죽집의 ‘시소(시금치+소고기)덮죽’(왼쪽 사진)과 이를 그대로 베낀 한 업체의 소고기시금치덮죽.
메뉴 베끼기 문제가 반복되면서 일각에선 조리법도 창작물로 보고 저작권법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많다. 만약 포항 덮죽 조리법을 저작권으로 보호하려면 요리의 특정한 재료와 계량을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재료는 쉽게 더하거나 뺄 수 있고, 볶는 온도나 양념을 변형했을 때 저작권 침해인지 새로운 창작물인지를 판가름하기도 어렵다.
결국 업계의 자정 능력과 상식 ‘예의’를 기대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법적 책임을 떠나 조리법 원작자를 존중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할 경우 보상하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 복붙 메뉴, 미투 메뉴를 지금처럼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 소비자는 금세 싫증을 낼 것이고 결국 이는 업계 전체가 공멸하는 길이다.
전영선 산업1팀 기자 az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