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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위기 베를린 소녀상 구하기, 슈뢰더 부부도 나섰다

중앙일보 2020.10.13 00:03 종합 14면 지면보기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빗물이 맺혀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빗물이 맺혀있다. [연합뉴스]

베를린 미테구의 ‘평화의 소녀상’ 철거 결정에 대해 현지 시민단체가 행정소송을 내는 등 본격 대응하는 가운데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부부(사진)가 독일 당국에 철거 결정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전달했다.
 

베를린 미테구청장에게 서한
“할머니들 아픔 저버려선 안돼
평화의 소녀상 허가 유지하길”

슈뢰더 전 총리의 부인인 소연 슈뢰더-김(김소연 씨)은 11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슈테판 폰 다쎌 미테구청장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했다. 슈뢰더 부부는 서한에서 “구청의 결정은 잔인한 폭력의 희생자로 고통받은 소위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저버리는 반역사적 결정”이라며 비판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잔인한 전쟁폭력의 역사를 청산하기는커녕 오히려 침묵하도록 압박하는 것은 역사를 망각하는 처사”라며 “베를린 미테구청이 독일 외교부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보이는 일본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일은 나치의 역사 청산으로 전 세계의 존경을 받고 있다. 일본의 전쟁범죄 은폐에 가담해선 안 된다”며 “베를린 미테구가 평화의 소녀상 허가를 유지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총리 시절이던 2017년 9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나눔의 집’을 직접 찾기도 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부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부부

앞서 베를린 미테구청은 7일 소녀상과 함께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담은 비석을 설치한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에 오는 14일까지 철거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사전에 알리지 않은 비문(碑文)으로 독일과 일본 관계에 긴장이 조성됐다. 공공장소의 (정치) 도구화를 거부한다”고 배경을 밝혔다. 앞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 등 일본 당국의 사활을 건 로비가 작용한 결과란 분석이다. 산케이 신문은 일본이 소녀상의 제작비를 지원한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의혹도 외교전에 활용했다고 보도했다. “‘정의연’의 회계 부정 사태가 한·일 역사 외교까지 영향을 미치며 역공을 당하고 있는 것”(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이란 지적까지 나오는 가운데, 정의연은 12일 첫 재판에서 “원고들을 속인 사실이 없고, 후원금을 정관상 사업내용에 부합하게 사용했다”면서 “검찰 수사 결과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만큼, 청구는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연을 이끌어 온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법원에 낸 답변서에서 같은 취지로 “후원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코리아협의회가 베를린 행정법원에 낸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본안 소송으로 이어진다. 이 경우, 법원의 최종 판단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베를린 소녀상 설치기한은 1년. 기한을 연장하려면 재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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