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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빅히트 뒤엔 감독·작가·배우 우먼 파워

중앙일보 2020.10.13 00:03 종합 18면 지면보기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무지개 칼을 들고 학생을 바라보고 있는 안은영(정유미). [사진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무지개 칼을 들고 학생을 바라보고 있는 안은영(정유미). [사진 넷플릭스]

지난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은 주요 제작진이 모두 여성으로 구성돼 있다.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드라마란 말도 나온다. 동명 소설 원작자인 정세랑 작가와 드라마에 처음 도전한 이경미 감독, 각각 기획과 제작을 맡은 김현정·신연주 프로듀서와 키이스트 박성혜 대표가 힘을 합쳤다. 여기에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춘 주인공 안은영 역을 맡은 배우 정유미까지 완벽한 여성 히어로물의 라인업을 갖췄다.
 

정세랑 작가, 이경미 감독 호흡
주인공 정유미 배역 완벽히 소화
제작은 키이스트 박성혜 대표

2010년 환상문학 웹진 ‘거울’에서 ‘사랑해, 젤리피쉬’란 제목으로 실렸던 단편은 2015년 장편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민음사)이 되어 출간됐고, 6부작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선보인 리커버 특별판은 2주째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다. 5년간 4만7000부가 팔린 원작은 2달 만에 9만부가량 팔려 나갔다. 9일 서면으로 만난 정세랑 작가는 “낮에는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고 밤에는 소설을 쓸 때 첫 단편을 쓰면서 투잡으로 힘들어하는 주인공을 떠올리게 됐다”며 “친한 친구 중 교사가 많아서 영향을 받았다. 무심한 직장인인 것 같지만 학생들에게 애정 있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고 밝혔다.
 
정세랑 작가

정세랑 작가

안은영은 욕망이 지나간 자리에 진득하게 남은 젤리와 재수 ‘옴’ 붙는다 할 때 옴벌레 등 학생들에게 유해한 것들을 물리치면서 신체 및 정신 건강까지 책임지는 보건교사다. 정 작가는 “어떤 귀신이나 괴물보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글이글한 욕망이 위험할 수 있다고 여겼다”며 “대학 입시나 부동산 이슈처럼 숨어 있던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주제들이 있고 체면 아래에 있던 걸 목격하면 섬뜩한 기분이 든다. 그런 욕망이 떨어져나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면 어떨까 상상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설립자의 손자인 한문교사 홍인표(남주혁)는 유해 물질로부터 보호막을 가지고 있어서 안은영은 그의 손을 잡고 에너지를 충전한다. 정 작가는 “두 사람은 미성년자를 보호하고 시민으로 길러내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교사들에게 경의를 바치고 싶어 만든 캐릭터”라며 “보상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세계에 친절한” 히어로라고 덧붙였다.
 
                이경미 감독

이경미 감독

정 작가가 직접 극본을 쓰며 밑그림을 그렸다면, 이경미 감독은 여기에 색을 입히며 각색해 나갔다. 5일 화상으로 만난 이 감독은 “제안을 받고 원작을 읽었는데 내 머릿속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라 끌렸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소설의 프리퀄 개념으로 여성 히어로 안은영의 성장드라마에 초점을 맞춰 재구성했다”며 “명랑하게 싸우고 있지만 항상 죽음을 맞닥뜨려야 한다는 점에서 고독한 킬러 이미지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야매’ 침술원과 세계 각국의 부적 등 영화의 요소들은 아일랜드 출신 남편 피어스 콘란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2018년 결혼한 이 감독은 “수산시장처럼 외국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코드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깊은 역사를 가진 사이비종교도 낯선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요소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봤다”고 밝혔다.
 
“개봉 전 예매율로 상영 기간이 정해지고 흥행에 실패해 영화제가 아니면 해외 관객과 만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 넷플릭스와 협업에 도전한 그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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