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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러 이어…마침내 나달도 메이저 20승

중앙일보 2020.10.13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라파엘 나달이 프랑스 오픈 13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12개의 작은 사진은 앞선 12차례 우승 당시 트로피를 든 나달. [AFP=연합뉴스]

라파엘 나달이 프랑스 오픈 13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12개의 작은 사진은 앞선 12차례 우승 당시 트로피를 든 나달. [AFP=연합뉴스]

“나의 가장 큰 라이벌, 20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축하해. 넌 그럴 만한 자격이 있어.”  
 

나달, 프랑스 오픈서만 13번 우승
아직 끝나지 않은 두 라이벌 시대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9·스위스·세계 4위)는 12일(한국시각)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단식 결승 직후 소셜미디어에 이렇게 썼다. 이 대회에서 13번째 정상에 선 라파엘 나달(34·스페인·2위)에게 전한 축하였다. 나달은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20회 우승 기록도 세웠다. 페더러에 이어 두 번째다. 나달은 “페더러와 오랜 시간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며 같은 시대에 같은 기록(20회 우승)을 나눌 수 있어 정말 영광”이라고 말했다.
 
나달과 페더러는 진정한 ‘세기의 라이벌’이다. 2003년 윔블던에서 메이저 첫 승을 기록한 페더러는 한동안 역사상 가장 위대한 테니스 선수로 꼽힌다. 1980년대 테니스 스타 존 매켄로는 2006년 “페더러는 눈감고도 투어 선수 절반을 이길 수 있다”고 했을 정도다. 그 페더러의 라이벌인 나달이 2005년 등장했다. 나달은 그해 프랑스 오픈에서 첫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나달은 2006, 07년 프랑스 오픈 결승전에서 연거푸 페더러를 꺾었다.
 
시작부터 페더러와 나달은 뗄 수 없는 사이였다. 전혀 다른 개성의 선수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비교 대상이 됐다. 단색 톤의 셔츠와 반바지를 주로 입은 페더러는 ‘신사’라는 수식어가 어울렸다. 플레이도 차분하고 정교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반면 나달은 긴 머리칼을 휘날렸다. 팔 근육을 훤히 드러내는 화려한 민소매 셔츠를 입은 ‘야생마’였다. 지칠 줄 모르는 끈질긴 스트로크에 상대는 질려 쓰러졌다.
 
이토록 다른 모습의 두 선수는 테니스 팬을 설레게 했지만, 둘은 큰 압박감을 느꼈다.  
 
페더러와 나달은 30대가 되면서 서로를 잘 이해하는 동반자가 됐다. 둘 다 부상으로 공백기가 길어졌고, 은퇴설까지 흘러나오자 마음을 나누는 라이벌이 된 것이다. 페더러는 “경쟁하고 세계 1위에 오르고 우승하는 것보다 오래 테니스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나달도 “우승보다 오래 코트에서 뛰는 것을 생각한다. 페더러를 보면 나도 더 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페더러에겐 나달, 나달에겐 페더러가 있었기에 이 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메이저 대회 20승 선수를 같은 시대에 두 명이나 만날 수 있었다. 둘의 위대한 기록 행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페더러는 “우리는 서로가 있어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었다. 20번째 우승이 앞으로 우리 둘의 선수 여정에 소중한 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더러와 나달의 시대는 아직 저물지 않았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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