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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한·미 고난” BTS 한마디에…중국 네티즌들 뭇매

중앙일보 2020.10.13 00:02 종합 1면 지면보기
방탄소년단(BTS)의 밴 플리트상 수상 소감을 두고 중국에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일부 중국 네티즌이 “중국 존엄을 무시했다”며 문제 삼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BTS가 모델인 자사 제품을 중국 온라인에서 삭제했다. 현대차는 공식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에 BTS가 글로벌 수소캠페인 홍보대사로 활동한 이미지와 영상을 삭제했다. 휠라(FILA)는 BTS 관련 게시물을 삭제했다.
 

삼성·현대차, BTS 광고 내려
中 외교부 "역사를 거울삼아
평화와 우호 함께 추구해야"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인터넷 쇼핑몰인 타오바오(淘寶)나 징둥(京東) 삼성관에서 휴대전화 ‘갤럭시 20 플러스 BTS 한정판’과 무선 이어폰인 ‘갤럭시 버드 BTS 한정판’의 판매가 중단됐다고 12일 보도했다.
 
중국 네티즌, BTS 관련 한국 제품까지 때리기…삼성·현대차, 입장 안 내놔

 
12일 삼성전자의 중국 온라인몰(사진 위) BTS 관련 제품에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이날 대만의 삼성전자 공식몰(아래)에선 정상 소개했다. [홈페이지 캡처]

12일 삼성전자의 중국 온라인몰(사진 위) BTS 관련 제품에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이날 대만의 삼성전자 공식몰(아래)에선 정상 소개했다. [홈페이지 캡처]

환구시보는 이날 BTS가 6·25 전쟁 70주년과 관련해 언급한 내용을 두고 중국 누리꾼들이 화가 났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7일 한·미 관계에 공헌한 인물·단체에 주어지는 밴 플리트상 온라인 시상식에서 BTS의 리더 RM(본명 김남준)은 “올해 행사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다”며 “우리 양국(our two nations)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남녀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과 미국을 의미하는 ‘양국’이라는 단어 사용이 한국전쟁 당시 중국 군인들의 고귀한 희생을 무시한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전쟁에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정신’으로 참여한 자국군의 희생을 무시했다는 취지다. 중국은 1950년 말 유엔군이 38선을 넘어 북진하자 전격 가담해 마오쩌뚱 주석의 장남 마오안잉(毛岸英)을 포함해 13여만명이 전사했다.
 
BTS의 소감은 웨이보 핫이슈에까지 올랐고, 애국주의 성향을 보인 몇몇 네티즌은 “국가 존엄과 관련된 사항은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며 삼성전자 불매운동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삼성차이나 사이트에 갤럭시 S20 BTS 에디션이 남아 있는 화면을 캡처해 올리면서 “삼성은 이 폰을 깨끗이 처리하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네티즌들의 반응을 환구시보 등 중국 매체가 보도하면서 논란이 퍼졌고, 삼성전자는 중국 인터넷 쇼핑몰에서 BTS 한정판 제품 판매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판매 중단 배경과 관련해 글로벌타임스는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재고가 남아 있지 않아 삭제된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휠라는 지난해부터 웨이보에 BTS의 사진과 광고 이미지 여러 장을 올려왔지만 지금은 관련 게시물을 지우거나 숨김으로 처리해 검색에 노출되지 않도록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휠라·현대차 측은 모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처럼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중국 정부도 진화에 나섰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BTS의 발언이 중국의 국가 존엄과 관련된다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관련 보도와 중국 누리꾼들의 반응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오 대변인은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향하고 평화를 아끼며 우호를 도모하는 것은 우리가 함께 추구해야 하며 함께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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