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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목으로 패고 성희롱도…정부 믿고 간 해외인턴 갑질 속출

중앙일보 2020.10.12 23:16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이 운영하는 청년 해외 인턴 사업에서 저임금, 성희롱과 폭행까지 현지 업주의 갑질 피해 때문에 종도 포기자가 속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외동포재단 한상기업 청년 인턴 중도포기 속출

국내에서 열린 해외 취업 박람회의 모습. [뉴스1]

국내에서 열린 해외 취업 박람회의 모습. [뉴스1]

1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이 주관하는 한상기업 청년채용 해외 인턴십 사업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복지·임금·처우 등에서 상당수 문제가 파악됐다.
 
해당 사업은 재단이 청년들에게 6개월간 매월 100만원씩 총 600만원을 지원하고, 이 금액과 별도로 현지 기업으로부터 월급을 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경쟁률이 4.5대 1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김 의원 측은 설명했다.
 
재단에 중도포기자로부터 접수된 12건의 피해사례를 보면 폭언·폭행·성희롱이 대부분 내용을 차지했다. 2017년 인도의 한인 건축 관련 A 컨설팅 업체에 근무한 A씨의 경우 현장 소장이 업무가 느리다는 이유로 배를 가격하고, 각목으로 체벌까지 해 결국 일을 관두게 됐다고 증언했다.
 
2018년 슬로바키아 기업에서 근무하던 인턴 2명은 사업주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당하고 중도에 귀국했다고 한다.
 
이밖에 수준 이하의 복지로 고통을 겪는 사례도 있었다. 2019년 한상기업 인턴십에 합격해 중남미 기업에 취업한 B씨는 기업주가 약속했던 월 500달러에 해당하는 숙식을 받지 못했다. 결국 B씨는 한국에 있는 부모에게 주택 임대를 위한 보증금을 빌려 집을 구해야 했다.
 
B씨는 또 “기업주가 현지 어학비를 지원한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현지인 직원과 자신이 모국어를 가르쳐주는 게 전부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무급·저임금 문제도 심각했다. 2017년 166명, 2018년 134명, 2019년 258명의 전체 출국자 중 무급인턴은 각각 37명, 23명, 36명으로 집계됐다. 그밖에 월 500달러 이하 저임금을 받고 근무한 청년들도 전체 558명 중 154명에 달했다. 김 의원은 “규정상 무급으로 근무했던 청년들은 최소 매달 500달러에 상응하는 현물을 받아야 한다”면서 “이들이 이에 해당하는 현물을 지원받았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자연히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2017~2019년 전체 558명 출국자 중 43%에 달하는 240명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의원 측은 대기업의 현지법인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C기업과 L기업의 현지법인은 인턴십 취업자들에게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을 지급했을 뿐 아니라 숙소와 중식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김 의원 측은 설명했다.
 
김 의원은 “최저임금조차 지불하지 않았던 대기업들의 행태에 유감”이라며 “재단에서 지원금까지 주면서 무급으로 해외에서 청년들을 고생시키는 사업은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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