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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로 변한 강남 가구거리…‘아트프라이즈 강남’ 열린 논현동 가보니

중앙일보 2020.10.12 17:53
회색 바닷가 모래사장을 배경으로 서 있는 붉은 벽돌집과 담장. 군데군데 허물어지고 구멍도 나 쓸쓸한 분위기가 풍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가구 매장에 전시된 미술품 작품(붉은 벽돌집) 속 풍경이다. 
 
언뜻 인테리어 소품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작품 옆에는 미술관처럼 작가명과 작품 설명도 붙어 있다. 이 그림은 강남구가 주관하는 미술 경연 대회인 ‘아트프라이즈 강남’에 출품된 작품이다. 12일 찾은 논현동 가구거리의 매장 곳곳에는 이 같은 예술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12일 논현동 가구거리의 한 가구매장 쇼윈도에 '아트프라이즈 강남'에 출품된 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허정원 기자.

12일 논현동 가구거리의 한 가구매장 쇼윈도에 '아트프라이즈 강남'에 출품된 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허정원 기자.

지난 9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지하철 7호선 학동역과 논현역 사이에 위치한 논현동 가구매장이 갤러리로 변신한다. 지난 9일부터 미술 경연대회인 아트프라이즈 강남이 열리면서 총 100여점의 미술 작품이 가구 매장을 수놓고 있다. 작품이 전시된 매장의 쇼윈도에는 노란색 테두리가 입혀져 행인들의 눈길을 끈다. 
 
한 욕실용품 업체의 쇼윈도에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중 ‘아담의 창조’ 일부분을 아크릴 조각으로 모자이크한 설치미술(천지창조-서울야경)이 자리잡았다. 마포대교의 모습을 화려한 색으로 입힌 회화(마포대교)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이 함께 전시되고 있었다.
 
12일 논현동 가구거리의 한 가구매장에 '아트프라이즈 강남'에 출품된 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허정원 기자

12일 논현동 가구거리의 한 가구매장에 '아트프라이즈 강남'에 출품된 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허정원 기자

아트프라이즈는 '가구의 도시'로 유명한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2009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예술 경연 대회다. 국적·인종을 불문하고 전 세계 예술가들이 길거리, 상점, 공원, 식당 등에 작품을 전시해 도시 전체가 거대한 미술관으로 변하는 게 특징이다. 
 
2018년엔 총 40개국에서 1400여명의 예술가가 참여했으며 매년 40만~50만명의 관람객이 무료로 전시를 관람한다. 강남에서는 지난해부터 아트프라이즈를 열기 시작해 미국 외 지역에서 행사가 개최된 첫 번째 사례가 됐다. 올해엔 총 748명의 작가가 1625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행사를 기획한 류재현 아트프라이즈 강남 총감독은 “꼭 미술관을 가지 않아도 기존 공간을 바꿔 가구점 쇼윈도 속에서도 쉽게 예술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다”며 “작품을 보러 왔다가 물건을 사고, 물건을 사러 왔다가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술로 지역을 살리는 ‘아트노믹스’(예술과 경제를 합성한 신조어) 콘셉트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기존 아트페어는 코엑스·벡스코 등 대형 전시장에서 주로 열리는 데 반해 아트프라이즈 강남은 13개 가구점에서 흩어져 열린다. 이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장점도 있다는 게 류 감독의 설명이다.
 

가구 매출도 오를까…방호복도 예술 작품으로

아트프라이즈 강남에서는 방호복을 예술작품으로 활용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호복전'도 열린다. 사진은 강남구 유진투자증권 챔피언스라운지에 전시된 '낮은 곳에서' 작품. 허정원 기자.

아트프라이즈 강남에서는 방호복을 예술작품으로 활용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호복전'도 열린다. 사진은 강남구 유진투자증권 챔피언스라운지에 전시된 '낮은 곳에서' 작품. 허정원 기자.

가구업체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날 한 가구업체 관계자는 “오늘 하루만 100여명의 손님이 그림을 보러 매장을 방문했다”며 “바로 작품이나 가구를 구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후 왔던 손님이 재방문하는 등 매출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가을에 전시가 열린 후 시차를 두고 겨울에 매출이 오른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지난해 전시회가 열린 한 중고의류숍의 경우 일 매출이 1.5~2배 늘었다는 기록도 있다”고 말했다. 
 
가구점 외에 독립된 전시관도 있다. 유진투자증권 챔피언스라운지에서 열리는 '코로나19 극복기원 방호복 전(展)'은 의료진이 입는 방호복을 이용해 총 22명의 작가가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하니 작가의 작품 '낮은 곳에서'는 선풍기로 방호복에 바람을 불어넣어 풍선처럼 만든 게 특징이다. 얼굴을 제외하고는 방호복 안팎으로 공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김 작가는 작품 설명에서 "일상을 위해 최전선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의 노고를 표현해 보았다"며 "그들은 우리가 안 보는 곳에서 우리를 위해 있다"고 말했다.
 

사전 예약해야…최우수 작가는 해외 진출도

아트프라이즈 강남에서는 방호복을 예술작품으로 활용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호복전'도 열린다. 사진은 강남구 유진투자증권 챔피언스라운지에 전시된 방호복을 이용한 예술작품. 허정원 기자.

아트프라이즈 강남에서는 방호복을 예술작품으로 활용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호복전'도 열린다. 사진은 강남구 유진투자증권 챔피언스라운지에 전시된 방호복을 이용한 예술작품. 허정원 기자.

 
관람객은 현장에서 휴대전화로 QR코드를 인식해 온·오프라인 투표를 할 수 있다. 여기에 전문가 심사로 5개 상위 팀을 선정해 최우수 1개 팀에는 1000만원, 우수 4개 팀에는 400만원의 상금을 준다. 이들은 내년 2월 아트프라이즈 강남 쇼케이스에 출전하게 되며, 최우수 1개 팀은 미국 아트프라이즈에 출전할 기회도 부여된다. 
 
다만 현장 관람은 아트프라이즈 강남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유튜브 등을 통해서 온라인으로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침체된 논현동 가구거리를 살리고 코로나19로 지친 주민들에게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행사를 준비했다"며 "안전하고 창의적인 온택트 문화행사가 가능하다는 것을 전세계에 보이겠다"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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