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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부족 으름장 놓던 정부, 내년 2700명 없어도 문제 없나"

중앙일보 2020.10.12 16:10
“의사를 늘리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큰일 날 것같이 하더니 이제는 내년에 2700명 의사 배출이 안 돼도 큰 문제가 없다는 투 아닌가요.”
 

김영훈 고대의료원장 인터뷰서 "거리로 내몬 건 정부"
국시 문제 해결 주문…"바이러스에 틈 보일 때 아냐"

좀처럼 풀리지 않는 의대생 국가시험 응시 문제와 관련해 김영훈 고려대의료원장이 12일 정부를 겨냥해 이렇게 말했다. 
 
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료원장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미응시 문제'관련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의대생들에게 의사 국가시험 재응시 기회를 요청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료원장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미응시 문제'관련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의대생들에게 의사 국가시험 재응시 기회를 요청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의대생 거리로 내몬 건 정부”

 
김 원장은 1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책임은 의료계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 등의 정책을 추진한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애초에 이들(의대생)을 거리로 내몬 것은 정부”라며 “공부에 전념하던 학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광장으로 나오고 국가고시 시험 대상자의 90% 이상이 시험을 거부했다. 학생들이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거리로 나왔는지 들어보지 않고 무작정 사과만 요구하는 것이 맞는 일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장은 “코로나 대응이 시급한 시기에 청년 의사의 반발을 불러올 게 뻔한 의료 정책을 졸속으로 강행한 건 정부였다”고 재차 비판했다. 의사 수 부족을 문제로 꼽는 정부가 정작 본과 4학년들이 국시를 치르지 못하면 배출 인력이 줄어드는 사실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10년 동안 매년 400명씩 의사를 늘리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큰일 날 것 같이 으름장을 놓더니 이제는 내년에 2700명의 의사 배출이 안 되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료원장 등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미응시 문제' 관련 간담회에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게 의대생들에게 의사 국가시험 재응시 기회를 요청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료원장 등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미응시 문제' 관련 간담회에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게 의대생들에게 의사 국가시험 재응시 기회를 요청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매년 배출되는 의사는 약 3100명으로 상당수가 병원의 인턴으로 간다. 의대 본과 4학년 학생들이 올해 실기를 치르지 못하면 1년 더 기다려 시험을 봐야 한다. 올해는 응시 현재 대상 3172명의 14%인 446명만이 응시한 상태다. 이대로면 당장 내년 배출되는 의사가 400명으로 대폭 준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당장 병원들은 인턴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몇 년 후면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김 원장은 “한 때는 칭찬받던 코로나 전사들이 전선에서 벗어난 게 그들만의 잘못인가”라며 “그들의 사기를 저하하고 이탈하게 한 ‘지휘관’의 책임이 더 크다”고 말했다. 
 

‘사과 요구’에 “의대생이 무슨 손해 끼쳤나”

 
정치권 일각에서 요구하는 ‘대국민 사과’와 관련해서도 비판했다. 김 원장은 “무엇보다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와 동맹휴학이 구체적으로 무슨 손해를 끼쳤길래 정치권은 막강한 힘을 이용해 그들의 사과를 받아내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부가 입장을 바꿨다고도 주장했다. 김 원장은 “‘시험을 보겠다는 명확한 의사 표시가 없어 추가적인 국시 응시 기회를 논의하는 데 한계가 있다’던 보건복지부는 의대생들이 진통 끝에 국시 응시 의사를 표현하자 이제는 ‘국민에게 사과하고 반성하지 않으면 국시 추가 응시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을 바꾸더니 더 나아가 ‘국민적 동의가 없다면 추가 응시 기회를 주기 어렵다’고 조건을 달았다”고 지적했다. 
 
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료원장 등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미응시 문제'관련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의대생들에게 의사 국가시험 재응시 기회를 요청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윤동섭 연세대의료원장, 김연수 서울대학병원장, 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료원장, 김영모 인하대의료원장. 장진영 기자

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료원장 등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미응시 문제'관련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의대생들에게 의사 국가시험 재응시 기회를 요청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윤동섭 연세대의료원장, 김연수 서울대학병원장, 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료원장, 김영모 인하대의료원장. 장진영 기자

앞서 주요 대학병원장들은 지난 8일 “의대생들에게 의사 국시 응시 기회를 달라”며 대리 사과했다. 김영훈 원장과 김연수 서울대학교병원장, 윤동섭 연세대학교 의료원장, 김영모 인하대학교 의료원장 등은 당시 성명을 발표하며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문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 질책은 선배에게 해 달라. 의대생들이 미래 의사로서 태어나 국민 곁을 지킬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병원장들은 성명서 발표 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을 만나 재응시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김영훈 원장은 “병원장들의 대국민 사과를 보고 그럴 필요까지 있었냐는 후배들의 목소리도 들었다”며 “그러나 사과를 해야 한다면 사회적 갈등 상황의 원인을 제공한 잘못된 의료정책을 선제적으로 막지 못한 선배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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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장들이 90도로 숙여 사과했지만 정부 방침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국민의 양해를 구하지 않고 국민적 공감대가 없는 상황에서 국시 허용은 불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의대생들이 사과를 한다 해도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추가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공을 넘겼다. 
 
김 원장은 “지금은 전 세계가 코로나 판데믹으로 인해 사상 초유의 엄중한 시기다. 의료 인력의 공백이 가져올 후폭풍은 상상하기 싫을 정도”라며 “의대 졸업생에게 면허 시험을 면제하고 코로나 방역 현장에 선투입하기로 결정한 나라들도 있다. 지금은 우리가 바이러스에 틈을 보일 때가 아니”라며 정부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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