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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한국은행 머릿돌, 이토 히로부미 친필 고증 후 철거 검토”

중앙일보 2020.10.12 12:58
사적 280호인 서울 한국은행 본관의 머릿돌(정초석). 건물은 1907년에 착공되어 1909년 정초 후, 1912년에 조선은행 본점으로 준공됐고 광복 후 1950년에 한국은행 본관이 됐다. 글씨는 일제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의 친필로 알려져 있다. [사진 문화재청]

사적 280호인 서울 한국은행 본관의 머릿돌(정초석). 건물은 1907년에 착공되어 1909년 정초 후, 1912년에 조선은행 본점으로 준공됐고 광복 후 1950년에 한국은행 본관이 됐다. 글씨는 일제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의 친필로 알려져 있다. [사진 문화재청]

 
일제의 조선총독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친필로 알려진 한국은행 옛 본점(현 화폐박물관) 머릿돌(정초석) 글씨체와 관련해 문화재청이 진위 고증 후 철거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위 국감서 전용기 의원 지적
정재숙 청장 "사적 변경 절차대로 따를 것"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정재숙 청장은 “한국은행 정초석 고증을 언제 마칠 것인가”라는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오는 26일 확인감사 전까지 서체 전문가 등과 함께 현지 조사를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토 히로부미 글씨로 확인될 경우 머릿돌을 철거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한국은행‧서울시 등 관계기관의 의견을 듣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론 낼 문제”라고 답했다.
 
문제의 머릿돌은 1909년 설립된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 옛 본점(사적 제280호)에 속해 있어 문화재보호법 상 현상 변경을 할 경우 관련 절차를 밟아야 한다. 쟁점은 머릿돌이 이토 히로부미의 친필이 맞느냐, 나아가 친필일 경우 철거해야 하느냐로 정리된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문화재의) 현상변경을 요청할 여건이 마련되면 (철거 신청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 머릿돌이 이토 히로부미 친필이란 지적은 수년전부터 제기된 상태다. 2015년 12월 6일자 중앙선데이에 실린 '중앙은행 오디세이' 연재물에서 한국은행 직원이 “(이토 히로부미가)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새 건물에 ‘정초(定礎)’라는 휘호를 남겼다(1909년 7월 11일)”고 처음으로 공개한 바 있다. 이어 2016년 5월 민족문제연구소가 회보 ‘민족사랑’을 통해 이를 공론화했고 뒷받침하는 사료도 다수 제시됐다. 현재 문화재청 홈페이지의 사적 설명에도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 경제 수탈을 위해 일본이 세운 중앙은행으로, 정초석에 이토 히로부미 글씨로 확인되는 ‘定礎 隆熙三年七月十一日’ 기록이 남아 일본이 자행했던 금융 침탈의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39 (남대문로3가)에 위치한 서울 한국은행 본관 건물(사적 280호). 현재 화폐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1907년 착공되어 1909년 정초 후, 1912년에 조선은행 본점으로 준공됐고 광복 후 1950년에 한국은행 본관이 됐다. [사진 문화재청]

서울 중구 남대문로 39 (남대문로3가)에 위치한 서울 한국은행 본관 건물(사적 280호). 현재 화폐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1907년 착공되어 1909년 정초 후, 1912년에 조선은행 본점으로 준공됐고 광복 후 1950년에 한국은행 본관이 됐다. [사진 문화재청]

 
이에 따라 머릿돌 앞에 이 같은 사실을 적시한 안내문을 설치하자는 지적이 수년간 제기됐지만 문화재청과 서울시, 한국은행 3자 간 협의가 수년 간 공전하는 상태다. 전용기 의원은 별도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은행은 ‘문화재청과 협의했으나 마땅한 고증 방법이 없었다’고 답한 반면, 문화재청은 ‘한국은행과 고증에 관해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고 회신했다”면서 “조치 책임에 대해서 ‘서로가 할 일이라며 떠밀기에 급급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감에서 전 의원은 “건물을 없애자는 것도 아니고 정초석 하나 (치우는 것)도 안 될 일이냐”면서 철거하자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 청장은 “사적의 현상 변경 허가가 난 뒤에 한국은행의 의견을 듣고 박물관에 유치하는 등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문화재청 이재원 대변인은 “이미 담당 부서에서 이토 필적 자료는 확보한 상태로 현장조사를 거쳐 진위 여부를 매듭지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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