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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검사 모럴해저드 대책 없다" 국책 연구기관의 우려

중앙일보 2020.10.12 11:00
지난 8월 국회 앞에서 참여연대 소속 회원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8월 국회 앞에서 참여연대 소속 회원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국책연구기관이 최근 출범을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우려와 제안을 쏟아냈다. 하지만 공수처 설치의 위헌 여부는 거론하지 않아 "알맹이가 빠진 보고서"란 지적도 나왔다.  
 
형사정책연구원(한인섭 원장)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주요 내용과 개선방향'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현재 공수처 검사나 수사관의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기 위한 특별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수처 인권보호 강화조치 시급" 

이 보고서를 작성한 박준휘 선임연구위원과 김영중 부연구위원은 "(모럴해저드 예방을 위해) 검찰과 같이 공수처에 기소시민위원회를 두거나 인권보호관 제도 도입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 연구위원은 공수처의 인권보호 강화 조치도 시급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인 구속수사의 경우 경찰의 영장신청→검찰의 청구→법원의 발부란 절차를 거친다며, 검사의 경우를 준용한 공수처에 대해서도 "인권보호 강화를 위한 처장 직속 영장담당관 제도나 상급자의 검토를 반드시 받도록 하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난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에서 백혜련 여당 간사와 김도읍 야당 간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에서 백혜련 여당 간사와 김도읍 야당 간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보고서는 검찰과 달리 공수처엔 항고제도가 없는 만큼(재정신청만 가능), 공수처 차장에게 피고인이 항고하거나 공수처 기소에 정당성을 판단하는 감독관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항고란 검찰의 무혐의처분에 대해 피고소인이 고검과 대검을 통해 불복신청을 할 수 있는 절차를 말한다. 
 

"공수처장 임기와 정년 모두 늘려야"

국책기관인 형사정책연구원의 이런 지적은 출범을 앞둔 공수처에 대한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보고서엔 이런 '견제 장치'와 함께 공수처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한 부분도 포함돼있다. 
 
공수처 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해 공수처장의 임기를 현행 3년에서 4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했고, 정년도 65세에서 70세로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여권에선 65세 정년에 가로막혀 공수처장 인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공수처법 시행일인 지난 7월 15일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중회의실이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정부는 공수처의 업무 수행을 위한 준비를 마쳤으나, 여야가 대립하면서 시한 내 출범을 하지 못하게 됐다. [연합뉴스]

공수처법 시행일인 지난 7월 15일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중회의실이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정부는 공수처의 업무 수행을 위한 준비를 마쳤으나, 여야가 대립하면서 시한 내 출범을 하지 못하게 됐다. [연합뉴스]

보고서는 또한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만 기소권(수사권은 모든 공직자 대상)을 갖는 현행 공수처의 기소권을 모든 공직자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기소권 제한은 지난해 여야간 공수처법 합의 과정에서 공수처 권한 견제를 위해 야당이 강력히 주장했던 내용이다. 현실적으로 이 부분에 대한 법 개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공수처 위헌 논의 내용은 빠져" 

이번 보고서에 대해 『2020년 검찰개혁법 해설』을 펴낸 이완규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공수처의 가장 큰 문제는 공수처가 어떤 정부기관에도 속하지 않아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는 것"이라며 "이 자체로 위헌일 가능성이 높은데, 보고서엔 그 내용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공수처가 특정 기관에 속해 최소한의 통제를 받는 시점부터, 공수처의 권한의 견제와 확대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지난해 국회 입법을 마친 공수처는 올해 7월 출범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위원 추천을 둘러싸고 야당이 반발해 아직 첫걸음도 떼지 못한 상태다. 이에 여당에선 야당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에도 공수처 출범을 가능토록 한 공수처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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