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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개정안, 삼성 지배구조도 영향권

중앙일보 2020.10.12 00:03 경제 3면 지면보기
조성욱(左), 이재용(右). [뉴시스]

조성욱(左), 이재용(右). [뉴시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삼성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삼성생명이 ‘일감 몰아주기’(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유도하는 보험업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동시에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하는 양상이다.
 

규제대상 되는 총수 일가 지분
20%로 하향시 삼성생명 해당돼
지분 팔면 삼성전자 지배력 약화
보험업법 개정안과 함께 부담

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등 삼성 계열 6개사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일감 몰아주기 상시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삼성생명은 삼성카드(71.9%)와 삼성자산운용(100%),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99.8%), 삼성생명금융서비스보험대리점(100%), 삼성SRA자산운용(100%)을 자회사 형태로 두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총수 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상장회사, 그 회사가 50% 넘게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는 내부거래 감시를 받는다. 삼성생명은 현재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지분 20.8%를 보유해 법안 통과시 감시 대상이 된다. 현행법에선 30% 이상일 때만 대상에 들어갔다.
 
이번 개정안은 삼성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의 지분 약 8.5%를 보유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 등 총수 일가가 삼성생명 지분(20.8%) 중 일부를 매각할 경우, 삼성생명뿐 아니라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까지 약화하는 구조다.
 
삼성지배구조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삼성지배구조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박용진·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도 ‘삼성생명→삼성전자’ 출자 구조를 겨냥하고 있다.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회사의 계열사 주식가치 반영 방식(취득원가→시장가) 변경을 골자로 한다. 보험회사의 자산 리스크를 줄인다는 명분이지만, 실제 통과하면 삼성생명은 총자산의 3%(약 9조원)를 제외한 20조원어치 이상의 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익명을 원한 재계 관계자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삼성 지배구조에 대한 ‘주공’(주공격수) 역할을 한다면,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보공’(보조공격수) 격”이라고 해석했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이 없을 경우, 이재용 부회장은 사실상 삼성물산이 보유한 전자 지분(5%)으로 경영권을 행사해야 한다. 국민연금(11.1%)보다 지분율이 낮다.
 
삼성에 앞서 현대자동차·LG 등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대해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현대차의 경우, 2015년 블록딜을 통해 총수 일가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29.9%까지 낮췄다. 공정거래법이 부분 개정돼 일감 몰아주기 관련 총수 일가 지분 규정이 30%로 정해졌을 때다. 구광모 대표를 포함한 총수 일가 지분이 29%인 ㈜LG는 지난해 11월 자회사인 LG CNS 주식(85%) 가운데 35%를 매각해 50% 미만으로 맞췄다.
 
삼성 안팎에서도 삼성생명이 보유한 전자 지분 문제를 어떻게든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늘어나는 추세다. 5년에 거쳐 분할 매각하는 방안, 삼성전자가 자사주로 사들이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지난 5월 대국민 사과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올 8월에는 삼성생명의 지분 4.7%를 보유한 삼성문화재단의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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