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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판정 안 났는데, 트럼프 수백명 앞 또 노마스크 연설

중앙일보 2020.10.12 00:02 종합 12면 지면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 남쪽 2층 발코니에서 마스크를 벗고 수 백 명의 지지자에게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 남쪽 2층 발코니에서 마스크를 벗고 수 백 명의 지지자에게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염성이 없다고 백악관 주치의가 10일(현지시간)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주치의, 음성 여부 안 밝히고
“전염시킬 위험 없다” 발언 논란
트럼프, 마스크 벗고 “기분 좋다”
퇴원 땐 수퍼맨 티 입으려 하기도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는 이날 저녁 9시쯤 발표한 성명에서 “대통령이 오늘 오전 진행한 PCR(중합효소 연쇄반응) 검사에서 더는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 위험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와 이를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이후 열흘째고, 지난 24시간 동안 열이 안 났으며, 모든 증상이 개선됐다”면서 “여러 종류 진단 검사에 따르면 더는 바이러스가 활발하게 복제되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주치의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음성 반응을 보였다고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과 접촉을 본격적으로 늘리려는 시점에 대통령을 엄호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낮 백악관에서 코로나19 확진 이후 처음으로 공개 행사를 열었다. 코로나19 ‘수퍼 전파지’로 지목된 백악관에 수백 명의 유권자를 불러모은 것이다. 백악관은 이때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더는 전염성이 없다고 발표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남쪽 2층 발코니에서 내려오지 않아 잔디밭에 있는 청중들과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다. 하지만 청중들 사이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았다. 어깨와 어깨가 닿도록 촘촘하게 서서 트럼프 대통령 연설을 들었고 “4년 더” 등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 위험이 없다고 밝힌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가운데).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 위험이 없다고 밝힌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가운데). [AFP=연합뉴스]

마스크를 쓰고 발코니에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를 벗은 뒤 “기분이 좋다”면서 연설에 나섰다. 평소 백인 일색인 트럼프 선거 유세와 달리 이날 행사는 흑인과 라틴계 등 소수 인종 유권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흑인 우파 활동가인 캔디스 오웬스를 주축으로 소수 인종과 계층으로부터 트럼프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기획됐다. CNN은 흑인과 라틴계 유권자들이 민주당에서 공화당 지지로 돌아서도록 설득하는 게 이날 행사의 기획 의도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연설은 교외 거주자, 특히 백인 여성을 설득하기 위한 내용으로 채워졌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 차별 반대 시위대가 저지르는 폭동과 소요를 제압하겠다는 개념인 ‘법과 질서’를 주제로 연설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급진적인 좌파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라고 몰아세웠다. 인종 차별 반대 시위가 격해지면서 방화 약탈 등 폭동으로 번지는 데 불안감을 느낀 교외 거주 여성 유권자 마음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곧 본격적인 선거 유세에 나선다고 밝혔다. 오는 12일 플로리다주, 13일 펜실베이니아주, 14일 아이오와주에 출격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안전하게 이동할 것인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사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런 ‘과시 행보’를 이어가는 데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병원에 입원 중일 당시 퇴원하면서 와이셔츠 속에 수퍼맨 티셔츠를 입고, 대중이 처음 자신을 봤을 때 와이셔츠를 벗으며 이를 내보이고 싶다는 구상을 했다. 하지만 실제 행동에 옮기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백희연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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