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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1초까지 다 쓰고 수건 던져” 박보검 설득한 멋진 누나 신동미

중앙일보 2020.10.12 00:02 종합 18면 지면보기
‘청춘기록’에서 이민재(신동미)가 패션쇼에 선 사혜준(박보검)을 자랑스러워하는 모습. [사진 tvN]

‘청춘기록’에서 이민재(신동미)가 패션쇼에 선 사혜준(박보검)을 자랑스러워하는 모습. [사진 tvN]

tvN 월화드라마 ‘청춘기록’이 실제 해군 입대를 앞두고 마지막까지 촬영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박보검과 모델에서 배우로 거듭나기 위해 입대를 미루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극중 사혜준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순항 중이다. 10회 시청률은 8.2%(닐슨코리아)로 월화드라마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tvN ‘청춘기록’ 든든한 매니저역
‘왜그래 풍상씨’ 이어 물오른 연기

“숫자가 아닌 삶에 대한 열정, 열려있는 사고가 청춘의 중요한 특성이란 생각으로 시작한 작품이다. 청춘들이 처한 현실의 고단함을 말하려는 게 아닌 이겨내고 이기는 이야기”라는 하명희 작가의 말처럼 26세 동갑내기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안정하(박소담), 모델 겸 배우 원해효(변우석), 포토그래퍼 김진우(권수현) 등 각양각색의 청춘이 한데 아우러진다.
 
청춘이라는 단어와 한 발짝 떨어져 있던 이들도 합류한다. 젊을 적 가정에 소홀한 죄로 집안의 구박 덩어리가 됐지만 시니어 모델에 도전하는 71세 사민기(한진희), 가정형편 탓에 대학을 중퇴하고 취업한 모델 에이전시에서 경리와 마케팅을 겸하다 얼떨결에 회사를 차린 39세 이민재(신동미)가 유독 반짝반짝 빛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도저히 찾아올 것 같지 않던 ‘꿈’이 생기면서 남들이 갖지 못한 생동감과 돌파력을 갖게 된 것. 이들이 뿜어내는 긍정적 에너지는 주변 사람들조차 ‘나는 특별한 존재’란 생각을 갖게 한다.
 
신동미(43)가 소화한 이민재 캐릭터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다. 해외 에이전시와 통화를 하다가 회사명을 묻는 말에 중국집 스티커를 보고 얼떨결에 ‘짬뽕 엔터테인먼트’라 답할 정도로 대책 없는 스타일이니 어른이랍시고 충고를 늘어놓거나 자기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실수할지언정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 속에서 배울 점을 찾는다. 극 중 “누구나 가슴에 썅년(혹은 개호로 자식) 한명씩은 품고 살아간다”는 대사가 등장할 정도로 서로 믿지 못하는 연예계에서도 마음을 터놓고 기대고 싶은 언니 혹은 누나가 되어주는 것이다. 작은 일에도 함께 기뻐해 주고 씩씩대며 같이 화내주는 그의 모습은 ‘내 편’이 있다는 든든함을 느끼게 해준다. 선택받지 못해 좌절하는 순간에도 “그 사람이 틀리고 네가 맞을 수 있어”라며 “남은 시간 1초까지 다 쓰고 수건 던져”라는 말은 가장 달콤한 당근이자 채찍이다.
 
이는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다가 지난해 KBS2 ‘왜그래 풍상씨’로 털고 일어선 신동미의 삶과도 오버랩된다. 1998년 연극배우로 시작해 2001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이후 20여편의 단막극에 출연하며 바쁘게 살아왔지만 몇 개 작품을 빼고는 이렇다 할 대표작 없이 방황하던 그였다. 지난해 인터뷰에서 신동미는 “스스로 바닥이라고 생각했을 때 ‘왜그래 풍상씨’를 만났다”며 “항상 최고가 되고 싶어 안달복달했는데 그러려면 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 작품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한계를 넘어설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유준상과 47세 동갑 부부로 손 마를 새 없이 세차장 일을 하며 시동생 넷을 자식처럼 키우는 간분실 역을 소화하기 위해 민낯을 택했다. “어려 보여서 걱정했다”는 문영남 작가의 우려를 씻어냈고, 자신이 만든 ‘나는 도회적인 이미지만 소화할 수 있다’는 편견도 떨쳐냈다. 과감한 결단과 도전 덕분에 그는  KBS 연기대상에서 여자 조연상과 베스트커플상 등 2관왕을 거머쥘 수 있었다. 이민재의 대사처럼 수건을 던지며 항복을 선언하기 직전까지 최선을 다한 순간이 있었기에 다시 오르막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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