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병상의 코멘터리]김정은의 초호화쇼..위기의 극장국가

중앙일보 2020.10.11 21:21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기념하는 경축대회가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됐다. [뉴스1]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기념하는 경축대회가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됐다. [뉴스1]

 
 

당창건 기념 퍼레이드..미국본토 공격 가능한 ICBM 선보여
북한내부 심각한 경제사정 감추고 호도하느라 더 화려해져

 
 
1.
김정은이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초호화쇼를 보여주었습니다.  
외형적으론 좋은 볼거리였습니다. 세계최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비롯한 첨단 무력과 평양하늘을 수놓은 비행기 조명과 화려한 불꽃놀이까지..
그런데 그 화려함에 감춰진 내면을 보면, 북한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2.
김정은이 이번 행사를 통해 북한 인민들에게 보내고 싶었던 메시지는 사과였습니다. 그만큼 북한 사정이 어렵다는 방증입니다.
김정은은 이례적으로 매우 감성적인 연출을 했습니다.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라는 등 12차례 사과발언을 거듭하면서 울먹였습니다. 전례없는 일입니다.
김정은은 지난 8월 당 중앙위원회에서 ‘인민생활이 향상되지 못한 결과’에 대해 스스로 자책했습니다. ‘혹독한 대외 정세와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코로나와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와 미국의 제재를 말합니다.  
정말로 심각하나 봅니다. 그만큼 내부 통제를 위한 쇼는 더 화려해야겠지요.  
 
3.
김정은이 미국에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호소입니다. 관심을 가져달라는..
북한은 미국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와 운반체를 과시했습니다. 세계최대 ICBM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워싱턴과 뉴욕을 동시에 때릴 수 있는 다탄두 핵폭탄이 됩니다. 미국을 더 자극하려 했다면 이 ICBM을 시험발사했겠죠.  
미국의 관심은 끌고 싶지만 자극하기는 무서운 것입니다. 아마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났는데도 북한에 관심을 안보이면 시험발사할지도 모릅니다. 그 과정에서 북한의 무력은 계속 증대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정부는 꿈쩍도 않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비핵화 회담에 복귀해야 한다’는 원칙적 반응입니다.  
 
4.
김정은이 미국을 자극하는 벼랑끝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중국이란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중국과는 형제애를 확인했습니다. 시진핑은 축전을 보내 김정은을 ‘동지와 벗’이라며 전례없는 친근감을 표시했습니다.  
김정은 집권초기만 해도 중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김정은이 2018년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하게되자 곧바로 시진핑을 찾아갑니다. 시진핑 집권 5년만의 첫 회담입니다. 결국 중요한 순간엔 중국의 보증을 받아야 미국과 딜을 할 수 있는 처지임이 다시 확인됐습니다.  
 
5.
김정은이 이런 상황에서 주목한 숨통은 남쪽 정부인 듯합니다.  
김정은은 이례적으로 유화 멘트를 날렸습니다.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보내며..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길..기원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입니다. 김정은은 이번 퍼레이드에서 한층 강화된 재래식 무기를 선보였습니다. 남쪽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개발한 대구경 방사포와 미군 신형무기를 닮은 전차와 장갑차까지..이런건 모두 남쪽을 겨냥한 무기입니다. 군사 퍼레이드는 그냥 과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협박이기도 합니다.  
 
6.
사실 김정은의 연설이나 퍼레이드나, 중국이나 미국의 반응이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문제는 북한 문제가 계속 심각해져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한은 중국과 더 가까워질 겁니다. 중국 역시 최근 미국의 봉쇄전략으로 고립화되면서 북한을 더 강하게 끌어안고자 할 겁니다.  
여기에다 미중 갈등마저 심각해지면 남한은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됩니다. 키신저가 경고했듯 ‘아무도 원하지 않으면서 전쟁으로 끌려들어가는 1차대전 직전의 상황’과 비슷하게될까 불안합니다.  
북한은 극장국가며, 평양은 세트장입니다. 겉모습만 보면 안됩니다. 
〈칼럼니스트〉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