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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이틀만에 입법에 눈돌린 與 “경제 3법 우선..이에 비해 공수처는 양념”

중앙일보 2020.10.11 17:17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 간담회를 소집했다. 국정감사 이후 11월 정기국회서 처리할 법안을 점검하고 계획을 세우기 위한 자리였다. 국정감사가 단 이틀밖에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소 보름 뒤에나 진행될 입법 전략을 미리 논의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당 지도부는 ▶이른바 '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공수처법 ▶필수노동자 사회안전망법 등을 우선 처리 법안으로 선정해 처리키로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국감 이틀 만에 ‘맹탕 국감’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인 만큼 야당의 정치 공세에 신경을 곤두세우기보단 11월 국회를 대비해 필수 입법 과제를 점검하자는 취지”라며 “국감이 끝난 직후부터 묵혀왔던 법안 처리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 없이 흐르는 '야당의 시간'

지난 8일 국회 농립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수산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의 답변 태도를 항의하며 회의장을 퇴장하는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 이날 국감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이 해수부 공무원 이모씨 사살과 관련 유가족 증인 채택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무산됐다. [뉴스1]

지난 8일 국회 농립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수산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의 답변 태도를 항의하며 회의장을 퇴장하는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 이날 국감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이 해수부 공무원 이모씨 사살과 관련 유가족 증인 채택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무산됐다. [뉴스1]

국민의힘은 당초 이번 국감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과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건 등을 둘러싼 총공세를 예고했지만 핵심 증인 채택은 번번이 무산됐다. 민주당 내부에서 "이대로라면 아무 긴장감 없이 국감이 끝날 것 같다"(핵심 당직자)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이 증인·참고인 채택을 거부하며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민주당은 “국감이 정체 공세의 장이 돼선 안 된다”(지난 7일 백혜련 의원)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당 의원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국민만을 보고 일해야 할 공직자들이 국감장에 나와 여당 의원 입만 쳐다본다”며 “여당의 증인 채택 방해 공작에 황당함을 넘어 무력감을 느낄 지경”이라고 말했다.
 

"단독 처리" 벼르는 여당 

이낙연(오른쪽 셋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손경식 경총 회장 등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열어 '기업규제3법'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연합뉴스]

이낙연(오른쪽 셋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손경식 경총 회장 등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열어 '기업규제3법'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경제 3법 처리를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대상을 확대하고, 기업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민주당은 이를 ‘공정경제 3법’이라고 부른다.
 
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국정감사가 끝나면 ‘공정경제 3법’을 가장 먼저 처리할 예정”이라며 “11월 정기국회서 별도로 준비하는 민생법안은 없지만, 이들 법안 자체가 민생법안에 해당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은 상법개정안의 핵심 쟁점인 '3%룰'(대주주 의결권 제한)에 대해선 오는 15일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과 주요 기업 측의 논의를 거쳐 이견을 좁힌다는 계획이다.  
 
현행 공수처법과 김용민 의원 개정안 차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현행 공수처법과 김용민 의원 개정안 차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공수처 출범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 여당은 국정감사가 종료되는 26일을 시한으로 못 박고, 이때까지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여당 단독으로 법을 개정해 공수처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미 야당 비협조를 전제로 한 공수처법 개정안 추진 계획을 마련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김용민·박범계·백혜련 의원이 각각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야당이 기한 내에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추천하지 않을 경우 한국법학교수회장 등을 추천위원으로 임명(백혜련 의원 발의안)하는 등 공수처 출범을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먹고 사는 문제인 ‘공정경제3법’과 비교하면 공수처는 ‘양념’이지만, 야당의 추천위원 추천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만큼 연내엔 반드시 마무리를 지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택배기사, 환경미화원 등 필수노동자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자는 논의도 오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돌봄노동 종사자 영상간담회’에서 “공동체에 꼭 필요한 대면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는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필수노동자는 국가의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정진우·김기정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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