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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의원님 계세요?" 되레 묻는 보좌진…국감장 무슨 일이

중앙일보 2020.10.11 16:57
“강아지를 좀 가져와야 했는데, 강아지 대신 이거 가져왔다.”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말하며 강아지 모양의 인형을 주섬주섬 꺼내 들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인 정 의원은 종량제 봉투에 인형을 넣으면서 김현수 장관에게 “이렇게 하면 불법이냐, 합법이냐”고 물었다. 반려동물 사체 처리와 관련한 정책·법규가 없어 이동식 장묘서비스 업체 등이 성행하는데도 현행법상 불법으로 분류되는 점을 지적하면서다.
 
삽화=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삽화=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2년 전이었다면 정 의원은 인형 대신 반려견을 들어 올렸을지 모른다. 실제로 2018년 10월 10일 국회 정무위의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국감 때는 케이지(cage)에 담긴 벵골 고양이가 등장했다. 김진태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동물원을 탈출한 퓨마를 사살한 이유를 묻기 위해 국감이 열린 정부세종청사 회의실에 데려왔다. 국감장에 벵골 고양이가 ‘출석’한 이유는 단 하나, 퓨마와 닮아서였다. 국회의원의 쇼를 위해 동물을 학대했다는 비판이 들끓었고, 회의장 내 동물 반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7, 8일 여야의 몸풀기를 마친 국감이 12일부터 본격화하는 가운데 과거 논란의 여파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변수 등이 국감장과 그 주변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유명인에 대한 증인이나 참고인 채택이 여야 협의 끝에 없던 일이 됐다. 인기 유튜버인 이근 예비역 해군 대위, EBS 캐릭터 펭수 등이 그렇다. 2018년 선동열 당시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국감장에 출석했던 것과는 대비된다. 당시 손혜원 민주당 의원은 선수 선발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겠다며 선 감독을 증인으로 부른 뒤 “소신 있게 선수를 뽑은 덕분에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했다고 하지 마라. 그 우승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해 야구팬들의 비난을 샀다.
 
삽화=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삽화=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한산한 국회, 국감 맞나=유명인이 덜 오는 것뿐 아니라 풍경 자체가 한산해졌다. 국감 시작을 불과 몇 시간 앞둔 6일 밤 국회 의원회관. 불이 꺼진 의원실을 찾는 게 어려울 정도로 국감 준비가 한창이었지만, 자료를 전달하거나 답변을 준비해야 할 피감기관 관계자들은 예년보다 확 줄었다. 국회사무처의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휴게실 등이 폐쇄돼 대기 장소가 사라진 데다, 출입 절차 역시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간신히 출입증을 받아 회관에 들어온 피감기관 관계자들 일부가 복도를 서성이며 의원실별 질의 내용을 취합하는 정도였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이 한창이던 8일 오후 국회 본청 5층. 대기장소로 쓰이던 복도 중앙의 탁자와 의자가 최소화되면서 관계자들은 우두커니 선 채 TV 화면을 통해 국감 상황을 모니터링했다. 국감장 안에 50인 이상이 들어갈 수 없도록 한 방역 조처 탓에 질의자료를 준비한 의원실 보좌진들과 답변자료를 준비한 피감기관 실무자들이 국토교통위 회의장 앞 복도에 한데 엉킨 모습도 관찰됐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각각 국회의원이나 피감기관장 뒤에 배석했을 인원들이었다. 이들은 상임위 소회의실이나 타 상임위 회의실 등에 나뉘어 대기했지만, 제때 자료를 전달하려 국감장 인근을 수없이 오가야 했다. 각 피감기관에서도 출입 인원을 최소화한 덕에 관계자들이 복도에 돗자리를 깔고 대기하거나, 자료 더미에 기대 쪽잠을 자던 진풍경이 이번엔 없었다.
 
삽화=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삽화=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보좌진도 모르는 의원의 행방=코로나19 방역 조처로 보좌하는 의원이 질의할 때만 배석할 수 있게 된 보좌진들이 자기 의원의 행방을 다른 의원실 직원에게 묻는 웃지 못할 일도 자주 생겼다. 질의순서에 따라 국감장에 배석한 타 의원실 보좌진에게 “화면으로는 확인이 안 되는데, 우리 의원님이 자리에 계시냐”고 묻는 식이다. 민주당의 한 보좌진은 “전에는 국감장에 대기하다가 의원님 주문에 바로 자료를 건네거나, 의원이 잠시 밖에 나간 경우 질의순서를 보좌진이 알려주곤 했는데 이번엔 거꾸로”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의 중소벤처기업부 국감 중에 ‘(오후)10시 30분쯤부터 시작한 보충 질의 땐 여당 측 자리가 텅 비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뜨자 각 의원실 보좌진들이 의원의 행방을 찾아 우왕좌왕하는 일도 있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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