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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새로운 게임…세상서 제일 큰 ICBM 일단 과시했다

중앙일보 2020.10.11 16:35
북한은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전했다.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설을 하면서 오른손을 높이 든 모습. [뉴스1]

북한은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전했다.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설을 하면서 오른손을 높이 든 모습.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당 창건일(10·10일) 열병식을 통해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4A')을 공개한 것을 놓고 “실제 개발보다 정치적 선언 전략에 가까울 것”이라고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38노스는 특히 초대형 ICBM과 관련해 2017년 북한이 시험 발사한 화성-15형(최대 사거리 약 1만 3000㎞)과 비교해 “길이는 4~4.5m, 직경은 0.5m가량 더 큰 화성-16형으로 추정된다”며 “이동식 ICBM으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사이즈”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북한이 미 대선(11월 3일)을 한 달 앞두고 신형 ICBM을 공개한 것은 다분히 미국의 관심을 잡아두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화성-15형보다 고도화된 로켓을 보여줌으로써, 차기 미 정부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이다.
 

“세상에서 제일 큰 로켓 있다” 과시한 北

10일 열병식에서 공개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보이는 미사일. 이동형 미사일 발사대(TEL)의 차축이 11개(22륜)다. [조선중앙TV 캡처]

10일 열병식에서 공개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보이는 미사일. 이동형 미사일 발사대(TEL)의 차축이 11개(22륜)다. [조선중앙TV 캡처]

 
통상 ICBM과 같은 전략무기는 적들에게 들키지 않아야 하고, 이동식 발사대에 탑재했다면 신속하게 옮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북한이 10일 공개한 ICBM은 초대형으로, 이동식 발사대(TEL)도 11축(22륜)으로 개조했다. 화성-15형은 9축(18륜) 발사대에 실었다.
 
이와 관련, 38노스는 북한이 ICBM 개발 기술을 과장하는 “전형적인 '후르시쵸프 전략'(1950~60년대 소련이 핵무기 위력을 과장하기 위해 구사했던 위장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신형 ICBM의 1단 추진체와 관련한 지상 시험을 했다는 공개적인 증거가 없고, 북한은 지금까지 열병식을 통해 신형 ICBM을 처음 공개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다.
 
나아가 NK뉴스의 분석 전문가 안킷 판다는 “북한은 (퍼레이드에서) 대형 무기 시스템 모형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38노스는 “초대형 ICBM은 북한이 다탄두 개별유도(MIRV·한 대의 미사일로 여러 표적을 유도 타격하는 핵탄두 탑재) 기술 능력이 향상된 것처럼 보이고 싶은 정치적 목적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북한은 '화염과 분노' 시기인 2017년 11월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한 뒤, 이듬해인 2018년 2월 8일 건군절 열병식에서 실물을 공개했다. 이 때문에 2년 8개월 만에 열병식에서 신형 ICBM 실물을 공개하고, 그것도 사전 시험 발사 없이 공개한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8년 2월 8일 조선중앙TV가 녹화 중계한 '건군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가 공개됐다. [연합뉴스]

지난 2018년 2월 8일 조선중앙TV가 녹화 중계한 '건군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가 공개됐다. [연합뉴스]

 
북한이 이례적으로 올해 당 창건 75주년 행사에서 ICBM 공개 이벤트를 벌인 것은, 미국을 겨냥해 “여전히 ICBM 도발 국면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위협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측도 이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열병식 직후 “실망했다”는 국무부 메시지로 맞대응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게임' 준비 중인 김정은…대선 이후 고강도 도발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인사한 뒤 남측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인사한 뒤 남측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열병식에서의 신형 ICBM 공개는 북한이 현재는 ICBM 이미지만 활용했을 뿐, 미측의 '레드라인'에 해당하는 실제 시험 발사까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종의 '저강도 도발'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미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을 고려하면, 차기 미 정부와의 협상 레버리지 확보 차원에서 고강도 도발 카드를 당장 쓰지 않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10일 당 창건일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으로 보이는 북극성-4A.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10일 당 창건일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으로 보이는 북극성-4A. [조선중앙TV 캡처]

김 위원장은 열병식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절대로 선제적으로 쓰이지는 않겠지만, 우리를 겨냥해 군사력을 사용하려 한다면 우리의 가장 강력한 힘을 총동원해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대선(11월 3일)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화와 도발이라는 선택지를 모두 열어놓는 포석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 “더 강력한 ICBM을 공개함으로써 11월 선거의 승리자에게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듯 했다”면서도 “발사하지 않고 전시만 하는 방식을 택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도발하지 않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김 위원장이 올 초 언급한 '새로운 전략무기' 관련 교시가 거둬들여 졌다는 신호는 아직 없다"며 "올해 신종 코로나와 바이든(민주당 대선후보)의 선전이라는 두 가지 변수로 도발의 시기와 강도가 조정된 것일 뿐, 여전히 도발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결국 이번 열병식 신형 ICBM 공개가 일종의 '맛보기'였다면, 대선 결과에 따라 실제 신형 ICBM 시험 발사라는 '본 게임'에 나설 수도 있단 것이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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