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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폭발물 신고 출동 경찰, 하필 둘러댄 게 "코로나 방역"

중앙일보 2020.10.11 15:38
폭발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건물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가 다녀갔다고 안내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신고 내용을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않아 영업에 되레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방역 차원, 나가 달라"

11일 경찰과 빌딩 입주 업체 등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오후 5시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대형빌딩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경찰은 이 건물 지하상가에 있는 매장 등을 돌며 “코로나 19 방역 차원에서 건물 밖으로 나가달라”고 안내했다. 식당과 카페, 헬스장 등의 근무자와 손님은 모두 건물 밖으로 나갔고, 약 2시간 동안 출입이 통제됐다.
경찰견 종합훈련센터에서 경찰견이 폭발물 탐지를 시연하고 있다. 기사와는 관련 없음. 연합뉴스

경찰견 종합훈련센터에서 경찰견이 폭발물 탐지를 시연하고 있다. 기사와는 관련 없음. 연합뉴스

당시 빌딩 지하에 위치한 헬스장에서는 수십명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경찰과 함께 온 빌딩 관계자가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와서 그러니 신속히 나가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후 경찰은 경찰견과 함께 헬스장 내부를 수색하려고 했고, “코로나 19 확진자와 경찰견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지적에 “폭발물 신고 때문에 확인하려고 한다”는 답을 내놨다. 경찰은 폭발물 신고로 대피 중 혼란이 생길 수 있어 코로나19를 언급했다고 한다.
 

코로나인 줄 알고 2시간 영업중단 

이 빌딩 지하에 위치한 식당 관계자는 “저녁시간 전에 경찰이 와서 코로나 19 방역 차원이니 협조해달라며 건물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며 “2시간 동안 영업을 하지 못 했다”고 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코로나 19 때문이라는 설명 외에는 아무런 안내도 듣지 못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특공대와 경찰견까지 동원해 건물을 수색했지만 폭발물이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폭발물 신고가 허위로 접수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다만 수색 내용을 숨기고 코로나 19를 허위로 둘러댄 것에 대해 입주 업체 등으로부터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경찰, 폭발물 오인신고 결론 

이 건물의 헬스장은 10일 모든 회원에게 “경찰이 코로나 19 발생 사항이라고 설명한 바 있으나, 이와 무관한 사건임을 알려 드린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헬스장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온 것으로 오해해 영업의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진화에 나선 것이다. 헬스장은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졌던 업종으로 코로나 19로 인한 직접적 매출 타격을 받아왔다.
지난달 서울의 한 헬스장에서 시민들이 거리를 두고 운동을 하고 있다. 기사의 헬스장과는 관련 없음. 뉴스1

지난달 서울의 한 헬스장에서 시민들이 거리를 두고 운동을 하고 있다. 기사의 헬스장과는 관련 없음. 뉴스1

헬스장 관계자는 “업종 특성상 코로나 19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왜 경찰에서 그렇게 둘러댔는지 알 수가 없다”며 “일부 회원들은 코로나 확진 사실을 숨기기 위해 우리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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