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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북두칠성 본딴 경복궁 배치…근정전은 북극성

중앙일보 2020.10.11 13:00

[더,오래] 이향우의 궁궐 가는 길(27) 

정도전은 왕이 마음을 바르게 하고 덕을 닦음으로써 오복을 모두 누릴 수 있다고 했다. 강녕전 일곽의 다섯 전각 이름에서도 당시 왕에게 요구했던 도덕적 개념을 읽을 수 있다. 강녕전 일곽에는 모두 다섯 채의 집이 있는데 이중 동소침을 연생전(延生殿), 서소침을 경성전(慶成殿)이라 부른다.

 
정도전은 천지가 생성하는 것을 본받아 왕이 만물을 다스려야 하는 이치를 집 이름으로 밝혔다. “연생전과 경성전에 대하여 말씀드리면, 하늘과 땅은 만물을 봄에 낳게 하여 가을에 결실하게 합니다. 성인이 만백성에게 인(仁)으로써 살리고 의(義)로써 만드시니, 성인은 하늘을 대신해서 만물을 다스리므로 그 정령(政令)을 시행하는 것이 한결같이 천지의 운행을 근본 하므로, 동쪽의 소침을 연생전이라 하고 서쪽 소침을 경성전이라 하여, 전하께서 천지의 생성(生成)하는 것을 본받아서 그 정령을 밝히게 한 것입니다.”
 
강녕전은 왕의 시어소(時御所)이며 연거지소(燕居之所)로 왕이 일상생활을 하며 침전으로 사용하는 곳이다. 왕은 이곳에서 일상적인 생활뿐 아니라 업무공간으로 확장해 쓰기도 했다. [중앙포토]

강녕전은 왕의 시어소(時御所)이며 연거지소(燕居之所)로 왕이 일상생활을 하며 침전으로 사용하는 곳이다. 왕은 이곳에서 일상적인 생활뿐 아니라 업무공간으로 확장해 쓰기도 했다. [중앙포토]

 
연생전과 경성전의 배치는 음양의 대치되는 개념으로 해석한다. ‘연생’은 생명의 기운을 맞이한다는 뜻이고, ‘경성’은 완성함을 기뻐한다는 뜻이다. 이는 음양의 이치에도 맞닿아 있으니 동쪽에 양의 기운인 봄을 두고 서쪽에 음의 기운인 가을을 배치한 것이다. 연생전 뒤쪽과 경성전 뒤쪽에 연길당(延吉當)과 응지당(膺祉當)이 있다. 두 이름 모두 복을 받아들인다는 의미이다.

 
1917년 창덕궁 내전의 화재로 왕의 침전인 희정당(熙政堂)과 왕비의 침전인 대조전(大造殿)이 불타자 경복궁의 강녕전과 교태전 건물을 뜯어다 옮겨지었다. 현재 경복궁의 강녕전과 교태전은 1996년에 궁궐지, 북궐도형, 조선고적도보, 현장 발굴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복원된 것이다.

 

서양과 다른 동양의 별자리 체계

북극성이 있는 별자리 자미원은 하늘의 중심 되는 별자리이다. 임금이 계신 대궐에 비유하며 중궁의 별들은 모두 인간 세상의 일을 상징한다. [사진 pxhere]

북극성이 있는 별자리 자미원은 하늘의 중심 되는 별자리이다. 임금이 계신 대궐에 비유하며 중궁의 별들은 모두 인간 세상의 일을 상징한다. [사진 pxhere]

 
동양의 별자리 체계는 별자리 구성이나 연결 모양에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서양식 별자리와 완전히 다르다. ‘3원 28수’는 하늘에 보이는 사계절의 별을 북극 근처의 세 영역인 3원(자미원, 태미원, 천시원)과 바깥쪽의 28개 별자리 영역인 28수로 나눈 것이다. 동양 천문은 제왕학을 별자리로 풀이해 북극성을 제왕의 자리로 보고 있다. 왕이 즉위하는 것은 북극성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자미원(紫微垣)은 북극 하늘의 중앙에 위치한다. 고대인은 자미원을 지상 세계의 궁궐과 같다고 생각하였다. 북극성이 있는 별자리 자미원은 하늘의 중심 되는 별자리이다. 임금이 계신 대궐에 비유하며 중궁의 별들은 모두 인간 세상의 일을 상징한다. 태미원(太微垣)은 고대 중국 천문학에서 천구를 세 구역으로 나눈 삼원 중 상원으로 북두칠성보다 남쪽에 있다. 태미원은 정원을 감싸는 담을 상징한 것으로 그 중심에는 오제좌(五帝座)가 위치한다.

 
삼태성(三台星)은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의 물을 담는 쪽에 길게 비스듬히 늘어선 세 쌍의 별이다. 서양의 큰곰자리의 발바닥 부근에 해당하고 태미원에 속하는 별자리이다. 삼태성은 우리 겨레가 오래전부터 매우 아껴온 별자리 가운데 하나로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과도 비유해 삼공의 지위를 삼태성이라고도 한다.

 
삼태성은 천하의 태평성대를 주관한다고 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이 별을 숭배했고, 여러 문헌에 자주 나타나는 별자리다. 옛사람은 삼태성이 밝아지면 천하가 태평성대를 누린다고 하여 매우 중요하게 관찰하였다.

조선왕조의 법궁인 경복궁(景福宮)은 자미원(紫微垣)의 별자리 격국(格局)에 따라 건물이 배치되었다. 예를 들면 법전인 근정전이 북극성(北極星), 편전 영역의 사정전, 만춘전, 천추전은 삼광지정(삼태성), 강녕전의 다섯 채 침전은 5제좌이다.

 

왕이 사무실 겸 침소로 쓴 강녕전

강녕전은 왕의 시어소(時御所)이며 연거지소(燕居之所)로 왕이 일상생활을 하며 침전으로 사용하는 곳이다. 왕은 이곳에서 일상적인 생활뿐 아니라 업무공간으로 확장해 쓰기도 했다. 자신의 침소에서 가까운 대신을 만나 일상 업무를 보기도 하고 왕실가족을 위한 연회를 베풀기도 했다.
 

정면 11간, 측면 5간의 55칸 집 강녕전은 각 궁궐에 지은 임금의 처소 중 그 규모가 가장 크다. 강녕전은 정면 대청마루 앞쪽에 월대를 두고 정면과 양 측면에 계단을 두었다. 강녕전의 내부는 마루를 가운데 두고 양쪽의 방을 각각 아홉 칸으로 구성했다. 우물 정자(井) 모양으로 구획되는데 이는 9가 극양(極陽)의 수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조각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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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우 이향우 조각가 필진

[이향우의 궁궐 가는 길] 교사로 명예퇴직 후 조각가로 작품을 제작하면서 우리 역사와 전통문화를 배우고 알리는 궁궐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궁궐에서의 오랜 활동을 바탕으로 조각가의 심미안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궁궐의 아름다움을 직접 그리고 글을 썼다. 우리 궁궐의 정다운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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