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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처음 봤을 때 무척 복잡한 감정이 들더군요."

 
경영학을 공부하기 위해 5년 전 한국에 온 방글라데시 유학생 카이를 알람 소부즈(25ㆍ한국외대)의 말입니다. 그가 말한 영상은 바로 방글라데시 유튜브 채널 ‘팀 아짐키야(Team Azimkiya)’. 두 달 전부터 국내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영상 채널인데요. 팀 이름인 '아짐키야'에는 별다른 뜻이 없다고 해요.

[밀실] <49화>
인기 얻는 방글라데시 영상, 상반된 시선

 
‘팀 아짐키야’의 구독자는 7일 기준 27만명을 넘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멀리 고국에서 제작한 영상을 보는 소부즈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방글라데시발(發) 영상이 어떻기에 화제가 됐고, 소부즈는 왜 “복잡한 감정이 든다”고 했을까요?
 
#팀 아짐키야를 둘러싼 상반된 시각, 지금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대머리 깎아라" 어설픈 한국어가 웃음코드

방글라데시 유튜버 '팀 아짐키야(Team Azimkiya)'는 8월부터 국내 누리꾼에게 화제가 됐다. [유튜브 캡처]

방글라데시 유튜버 '팀 아짐키야(Team Azimkiya)'는 8월부터 국내 누리꾼에게 화제가 됐다. [유튜브 캡처]

어린 나이의 방글라데시 학생들이 울창한 숲에 등장해 구호를 외치며 춤을 춥니다. 상의를 탈의하고 아래에는 호피 무늬 치마만 걸친 채로 말이죠. 언뜻 보면 밀림에 사는 원주민이 떠오릅니다.
 
학생들은 춤을 추다 화면 정중앙에 걸린 노란 피켓 앞으로 정렬해 앉는데요. 그러면 선생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등장해 피켓에 적힌 글자를 가리키죠. 여기에는 삐뚤빼뚤한 한글로 적힌 문구가 있는데요. 선생이 어설픈 한국어로 읽는 시범을 보이면, 학생들도 뒤따라 어설프게 따라 읽습니다.
 
학생들은 뜻을 알 리가 없습니다. "김철수(가명) 대머리 깎아라" 같은 우스꽝스러운 문구부터 "독도는 우리 땅" 같은 애국적인 표현까지, 그저 해맑은 표정으로 읽습니다. 이 영상이 가진 '웃음코드'의 핵심인 거죠. 국내 네티즌은 “영상이 웃기다” “학생들이 귀엽다” “한글에 관심을 갖는 것이 신기하다”고 댓글을 남깁니다.
 
팀 아짐키야 영상은 대부분 '신청제'로 이뤄집니다. 15달러, 약 1만 7400원을 지불하면 만들 수 있습니다. e메일로 피켓 속 한글 문구를 적어 보내고, 돈을 송금하면 영상을 만들어서 의뢰인에게 보내주는 거죠. 신청받은 영상 중 일부만 이들의 유튜브 채널에 게재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불편하다" 지적 늘어…"과민반응" 반박도

방글라데시 유튜버 '팀 아짐키야' 영상을 두고 SNS 상에서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트위터 캡처]

방글라데시 유튜버 '팀 아짐키야' 영상을 두고 SNS 상에서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트위터 캡처]

그런데 팀 아짐키야의 영상이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영상 속 복장과 행동이 마치 문명과 동떨어진 원주민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에서죠. 이들을 구경거리로 취급하는 건 인종차별일 수 있다는 건데요. 
 
방글라데시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로 영상 댓글에서도 "한국인들 돈 좀 있다고 이래도 되는 거냐" "자본주의 폭력이다"라는 자조 섞인 표현이 많은 추천을 받기도 하더군요.
 
직장인 최모(31ㆍ서울 관악구)씨도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그는 "문명의 혜택을 누림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원시 부족이라는 웃음 코드를 사용하는 게 비하적인 의미가 내포됐다고 느껴져 불편했다"며 "누군가에겐 그저 웃긴 영상이겠지만, 실제로 당사자들이 아짐키야의 영상을 보면 웃을 수 있겠나"고 반문했습니다.
 
하지만 최씨 등의 비판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비보이 홍텐'을 응원하려 영상 제작을 의뢰한 대학원생 박은지(36)씨는 "팀 아짐키야는 유튜브 영상으로 높은 소득을 얻는 다른 크리에이터처럼 일종의 연기를 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죠.
 

"모욕감" vs "웃음용"…방글라데시인도 의견 엇갈려

방글라데시 유튜버 '팀 아짐키야'를 두고 국내 방글라데시 유학생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카이를 알람 소부즈(25·왼쪽)와 모하마드 압둘아지즈(24)가 밀실팀과 인터뷰하는 모습. 이시은 인턴

방글라데시 유튜버 '팀 아짐키야'를 두고 국내 방글라데시 유학생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카이를 알람 소부즈(25·왼쪽)와 모하마드 압둘아지즈(24)가 밀실팀과 인터뷰하는 모습. 이시은 인턴

한국에 체류중인 방글라데시 유학생들의 목소리도 엇갈립니다. 앞서 "복잡한 감정이 든다"고 했던 소부즈는 "영상을 처음 봤을 때 그들이 입은 옷을 보고 (방글라데시 사람으로서) 모욕감을 느꼈다. 우린 옷을 그런 식(상의 탈의한 채 호피 무늬 치마)으로 입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이들이 한국의 문화를 배우려는 모습은 좋아서 복잡한 마음이다"고 털어놨죠.
 
반면 모하마드 압둘 아지즈(24ㆍ충남대)는 "팀 아짐키야의 복장과 행동은 애초에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이들이 영상을 만든 순수한 의도에 집중하지 않으면 논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유학생 메흐디 알럼(27ㆍ한국외대)은 "팀 아짐키야 영상을 두고 '재미있다'며 웃어넘기는 방글라데시 친구도 있지만, 일부는 '우리나라의 문화를 잘못 보여주고 있다'며 비판한다. 단순히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기 위한 것 같고, 이들 덕에 두 나라가 가까워지는 느낌도 든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전문가 "다른 문화 '타자화' 웃음으로 덮어"

방글라데시 유튜버 '팀 아짐키야'가 구독자 20만 명 돌파 기념으로 게재한 영상에서 온 몸에 진흙을 바른 채 방글라데시 국기와 태극기를 흔들며 춤을 추고 있다. [유튜브 캡처]

방글라데시 유튜버 '팀 아짐키야'가 구독자 20만 명 돌파 기념으로 게재한 영상에서 온 몸에 진흙을 바른 채 방글라데시 국기와 태극기를 흔들며 춤을 추고 있다. [유튜브 캡처]

전문가 중엔 팀 아짐키야의 영상이 제작 의도와 달리 방글라데시 문화를 '타자화(他者化)’하고 비하할 소지가 있다고 보더군요. 우리와 다른 사람으로 구분 짓고, '웃음거리로 삼아도 괜찮은 사람들'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죠. 또한 이들의 복장과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모욕감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상국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현지인이 일부러 '웃음코드'를 그렇게 했다는 점과 스스로 비하감을 느끼는지 아닌지를 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웃음코드 속 '미개한' 방글라데시라는 타자화와 대상화가 자리 잡고 있는데, 웃음이 그 모든 것을 덮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죠.
 
김형준 강원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영상 제작을 의뢰한 이들은 자기 생각을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보여주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크다"며 "반드시 다른 문화를 낮춰보려는 목적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제3자가 이를 봤을 때 이들의 행위가 방글라데시의 문화를 비하한다고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좋아하는 모습에 집중해주세요" 당부

방글라데시 유학생인 메흐디 알럼(27·한국외대)은 "방글라데시와 한국 사람들이 팀 아짐키야의 영상에서 우려스러운 부분보다 두 나라가 가까워지는 좋은 면을 더 봐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현정 인턴

방글라데시 유학생인 메흐디 알럼(27·한국외대)은 "방글라데시와 한국 사람들이 팀 아짐키야의 영상에서 우려스러운 부분보다 두 나라가 가까워지는 좋은 면을 더 봐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현정 인턴

방글라데시 유학생들은 팀 아짐키야 영상을 둘러싼 논쟁을 두고 한국 누리꾼에게 당부의 말을 남기기도 했는데요.
 
알럼은 "영상에서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고쳐나가면 된다"며 "한국 사람들이나 방글라데시 사람들도 이들의 영상에서 우려스러운 부분보다 두 나라가 가까워지는 좋은 면을 더 봐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죠. 소부즈는 "팀 아짐키야가 방글라데시 문화를 잘못된 방식으로 보여준 것은 맞다. 하지만 그들이 진심으로 한국을 좋아하는 모습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먼 나라에서 만드는 '한국용' 콘텐트, 팀 아짐키야 영상을 보며 웃는 건 이들을 은연중에 낮춰보는 걸까요, 그냥 새로운 형태의 유머를 즐기는 걸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윤상언ㆍ최연수ㆍ박건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영상=김현정·이시은 인턴, 백경민
밀실은 '중앙일보 레니얼 험실'의 줄임말로 중앙일보의 20대 기자들이도있는 착취재를 하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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