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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기소유예한 성매매 태국여성, 헌재는 뒤집었다…왜

중앙일보 2020.10.11 09:00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성매매 알선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태국인 여성이 자신은 피해자라며 해당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가 받아들였다.  
 
A씨는 수사를 받을 때부터 “난 성매매 피해자”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A씨가 처한 상황을 살펴본 헌재는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은 잘못됐다”며 재판관 9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A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11일 밝혔다. A씨에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마사지사 취업으로 알고 한국행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A씨는 같은 태국인 여성 B씨의 취업 소개로 한국으로 들어온다. B씨는 A씨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항공권도 제공했다. A씨가 도착하자마자 B씨는 그를 마사지 업소로 데려간다. 그런데 이 마사지 업소는 성매매도 이뤄지는 곳이었다. B씨는 A씨에게 성매매를 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취업하게 해줬다며 ‘소개비’를 요구했다. B씨에게 줄 돈이 없었던 A씨는 총 4차례 성매매를 하게 된다.  
 
이후 검사는(광주지검 순천지청) 2018년 A씨의 성매매 알선 혐의를 인정해 기소유예 처분을 한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보이지만 피의자의 사정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는 않는 처분을 말한다. 하지만 A씨는 이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A씨는 “기소유예 처분이 나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심판을 헌재에 냈다.
 

“성매매 피해자” 주장 왜?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 처벌법)은 ‘성매매 피해자’에 대한 처벌 특례와 보호 조항을 정하고 있다. 성매매 피해자의 성매매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이다. 또 경찰이나 검찰 같은 수사기관에서 피의자나 참고인이 성매매 피해자로 볼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피해자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법으로 정해뒀다.
 
그럼 성매매 피해자는 어떻게 규정할까. 법은 ▶위계ㆍ위력이나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람 ▶고용관계 등에서 감독자 등에게 마약ㆍ향정신성의약품 등에 중독돼 성매매를 한 사람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당한 사람 등을 말한다.  
 

헌재, “A씨 자유의사로 성매매 선택했다 단정할 수 없어”

A씨는 한국에서 성매매는 하지 않고 마사지만 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입국했다. 그런데 한국에 와보니 곧장 외부와 분리된 낯선 마사지 업소로 오게 된다. A씨와 유일하게 말이 통했던 B씨는 성매매를 요구해왔고, 헌재는 이런 상황에 대해 “A씨가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A씨는 같이 들어온 친구들과는 헤어졌고, 가진 거라곤 소액의 생활비뿐이었다. B씨가 요구한 성매매를 거부할 경우 앞으로 일어날 상황에 대처하기 곤란했을 거란 판단이다. B씨는 이런 상황을 모두 알고 소개비 명목으로 성매매를 요구했다. 헌재는 “태국과의 시차 및 거리, A씨의 경제적 여건, 언어장벽이나 우리나라 법을 잘 모르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씨가 휴대전화 등으로 외부 도움을 구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A씨 상황을 살폈다. 이어 헌재는 “A씨의 자유의사로 성매매를 선택했다고 단정해선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성매매 과정에 B씨의 직접적인 협박이나 A씨의 적극적인 거부가 없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봤다.
 
수사기관이 짚어내지 못한 사정들에 대해서도 헌재는 “A씨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며 수사기관의 잘못을 지적했다. A씨는 “성매매 당시 마사지 업소 업주 등이 지키고 있지 않았다면 도망쳤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리고 실제로 A씨는 성매매 직후 방콕행 항공권을 전달받아 출국하려다가 B씨에 의해 감금되기도 했다. A씨는 이후 마사지 업소 업주로부터 “A는 감금, 협박, 강요에 의한 인신매매의 피해자임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내용으로 조정 성립을 받기도 했다.  
 

직접적 협박ㆍ적극적 거부 없더라도…성매매 피해자 인정

헌재는 “수사과정에서 A씨는 자신이 성매매 피해자임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는데도 검사는 A씨가 ‘성매매 피해자가 아님’을 증명할 추가적인 수사를 하지 않고 A씨의 혐의를 인정해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며 “이를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헌재 관계자는 “외국인 여성 이주노동자의 경우 언어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심리적 취약성을 고려해 성매매에 이르는 과정에서 직접적인 협박이나 적극적 거부가 없더라도 위력에 의해 성매매를 강요당한 성매매 피해자에 해당할 수 있음을 밝힌 사건”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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