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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장이 의사파업 부추겨" 여당 한달만에 국감 반격

중앙일보 2020.10.11 09:00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오른쪽)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달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의대 정원 확대 추진 원점 재검토 등을 내용으로 한 정책협약 이행 합의서에 서명한 뒤 주먹을 맞대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오른쪽)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달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의대 정원 확대 추진 원점 재검토 등을 내용으로 한 정책협약 이행 합의서에 서명한 뒤 주먹을 맞대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은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하기로 한다. 또한 논의 중에는 관련 입법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

 
의료계 파업이 계속되던 지난달 4일 더불어민주당과 대한의사협회가 체결한 합의문 내용이다. 사태 초기엔 “집단행동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던 민주당은 끝내 의사협회와 마주 앉아 합의문에 서명했다. 의료계가 요구했던 ‘정책 철회’가 관철되진 않았지만, 입법 추진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비교적 잘 만든 합의문”이라며 만족감을 표했고, 전공의들은 이틀 뒤 업무 복귀를 결정했다.
 
하지만 지난 7일부터 시작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상황이 달라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료계의 각종 비리 자료를 공개했고, 증인으로 출석한 대학병원장에겐 전공의 파업에 대한 책임을 추궁했다. 의사 파업으로 곤욕을 치른 여당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정책 중단” 주장한 병원장에 비판 집중

 
김연수 서울대학교 병원장이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연수 서울대학교 병원장이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의원들의 공세는 8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에게 집중됐다. 강병원 의원은 김 원장이 의사 파업 당시 교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현재 추진 중인 정부의 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힌 사실을 문제 삼으며 “증인의 언행이 후배 의사들의 불법 행위를 부추겼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고 따졌다. “그렇게 판단하지 않는다. 당시 파업을 중단하라고 호소했다”는 김 원장 답변에 대해 강 의원은 “너무 교묘한 말 바꾸기”라고 비난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김원이 의원은 “공공의료 핵심 전력 중 하나인 서울대병원장의 발언은 천근처럼 무거워야 한다”며 “앞으로 발언에 신중을 기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김 원장이 과거에는 언론 기고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며 “작년과 올해 입장이 바뀌었냐”고 물었다.
 
의사 국가고시(국시) 관리 문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남인순 의원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단체로 국시를 취소한 의대생 2800명에 일일이 전화를 건 사실을 공개하며 “행정력이 낭비됐다”고 주장했다. 강병원 의원도 2년 전 지각생에게 재응시 기회가 주어진 사실이 담긴 보도자료를 내고 국시 부실 운영 의혹도 제기했다.
 
이는 의료계가 파업 당시 의사 국시 접수를 취소한 의대생 본과 4학년생들의 구제책 마련을 요구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1년에 수백개씩 치르고 있는 국가시험 중 어느 한 시험만 예외적으로, 그것도 사유가 응시자의 요구에 의해 거부된 뒤 재응시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라며 의료계 요구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의료계 비리도 잇따라 공개  

 
민주당 의원들은 의료계 비리 문제도 대거 공개하며 의사 면허 관리를 강화하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강 의원은 7일 만삭의 아내를 살해한 전공의의 의사 면허가 취소되지 않은 상황을 공개하며 “아무리 중대 범죄를 저질러도 면허가 취소되지 않는다는 특권 의식 때문에 강력 범죄가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권칠승 의원도 최근 10년간 취소 의사면허 재교부율이 97%에 달하는 통계를 제시하며 “복지부는 왜 의사 관련 업무에 이렇게 무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미 강 의원은 의료인도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면허를 취소하는 법안을, 권 의원은 면허가 취소됐다가 재교부받은 의료인이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면 2년간 면허가 취소되는 법안을 지난달 말 발의한 상태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윤동섭 연세대의료원장, 김영훈 고려대의료원장, 김영모 인하대의료원장 등 주요대학병원장이 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본과 4학년생들의 의사 국가고시 미응시 문제와 관련해 허리 굽혀 사과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윤동섭 연세대의료원장, 김영훈 고려대의료원장, 김영모 인하대의료원장 등 주요대학병원장이 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본과 4학년생들의 의사 국가고시 미응시 문제와 관련해 허리 굽혀 사과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의협과 협의체 구성을 약속한 민주당이 국정감사에서 공세를 펼치자 의료계 일각에서는 “뒤통수 맞았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8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에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며 허리를 숙인 것도 여권의 강공 기류와 무관치 않다.
 
이에 대해 민주당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가장 중요하니, 국회의원으로서 일부 의사들의 잘못된 행태를 지적하는 것일 뿐”이라며 “의료법 개정안도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공공의료 확대 정책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했던 만큼, 국정감사를 통해 공공의료 확충의 필요성을 알리자는 취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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