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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투어의 성지로 거듭난 일본의 쓰레기 섬

중앙일보 2020.10.10 09:00
 

일본 나오시마

그 유명한 ‘땡땡이 호박’입니다. 일본이 낳은 세계적 거장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 작품이지요. 일본 세토(瀨戶)내해의 작은 섬 나오시마(直島)에 있습니다. 선착장에 빨간 호박이, 선착장 가는 길 해안에 이 노란 호박이 있습니다. 어쩌면 생뚱맞은 풍경인데, 바닷가에 덩그러니 놓인 호박 조형물이 어쨌든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나오시마는 아트 투어의 성지로 불립니다. 인구 3000여 명의 작은 섬이 애오라지 문화의 힘으로 부활했기 때문입니다. 미쓰비시(三菱)사의 구리제련소가 70여년간 폐기물을 쏟아내던 땅이 나오시마입니다. 이웃 섬들의 처지도 비슷했습니다. 데시마(豊島)는 1975년부터 16년 동안 기업들이 몰래 산업폐기물을 파묻던 땅이었고, 이누지마(犬島)에는 1909년부터 10년간 운영되다 문을 닫은 구리제련소가 흉물로 남아 있습니다. 이제 이들 섬에서 산업화의 그늘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문화의 향기만 오롯합니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이끈 주인공이 ‘베네세 홀딩스’의 후쿠다케 소이치로(福武總一郞) 이사장입니다. 그가 남긴 말을 옮깁니다. ”역사와 자연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 인간이라는 키워드가 존재할 리 없다.” 폐허는 인간이 자연에 남긴 흉터입니다. 그 상처를 지우는 일도 온전히 인간의 몫일 터입니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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