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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중’ 국민당이 물꼬 텄다···“美와 국교 회복” 대만의 도박

중앙일보 2020.10.10 05:00

대미복교(台美復交)

[더데일리시그널 캡처]

[더데일리시그널 캡처]

최근 대만과 중국 언론에서 화제가 된 단어다. 말 그대로다. 미국과 대만의 국교를 회복하자는 뜻이다.

지난 6일 대만 입법원 본회의장 모습.[EPA=연합뉴스]

지난 6일 대만 입법원 본회의장 모습.[EPA=연합뉴스]

지난 6일 사건 때문이다. 대만의 국회인 입법원은 이날 결의안 둘을 입법위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하나는 ‘대미복교’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과의 재수교를 외교 목표로 세우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정부에 요청하는 게 골자다. 또 다른 결의안은 중국의 명백한 위협이 있을 경우 미국에 지원을 요청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우장안(歐江安)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여야 입법위원들의 미국과의 수교 추진 결의안 채택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둬웨이 캡처]

오우장안(歐江安)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여야 입법위원들의 미국과의 수교 추진 결의안 채택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둬웨이 캡처]

당연히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정부는 결의안을 환영했다. 오우장안(歐江安)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여야 입법위원들의 미국과 대만의 외교 및 안보 관계에 대한 지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중국(중국 공산당)이 들으면 펄쩍 뛸 일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의 훼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엔 ‘신줏단지’와 같다. 합법적 중국 정부는 오직 자신들이지 대만이 아니라는 선언이다.

1972년 중국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1972년 중국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방 국가 중 이를 가장 먼저 따른 게 미국이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1972년 상하이 공동성명에서 처음 인정하고, 79년 대만과 단교했다. 그리고 중국과 수교했다.

중국은 대만에 공식적으로 경고했다. 주펑롄(朱鳳蓮) 중국 국무원 대만 판공실 대변인은 6일 “대만은 중국의 불가분 한 일부분”이라며 “이를 해치는 분열 행위와 외부 간섭을 결단코 반대하고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결의안을 발의한 주체다.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당시 대만 총통이 싱가포르에서 만난 모습. 마잉주 총통은 국민당 소속 정치인이다.[AP=연합뉴스]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당시 대만 총통이 싱가포르에서 만난 모습. 마잉주 총통은 국민당 소속 정치인이다.[AP=연합뉴스]

대만 제1야당 국민당이다. 국민당은 결의안을 제출하면서 최근 대만과 미국과의 관계가 진전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 등 78년 단교 이후 최고위급 미국 관료가 대만을 방문한 걸 근거로 들었다. 이제 대만이 미국과의 국교 회복을 대미 외교 목표로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당이 어떤 당인가. 92년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바탕으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발전을 추구해나간다는 ‘92합의’를 맺을 때 대만 집권당이다. 이후 줄곧 ‘친중’ 행보를 보였다. 독립 성향이 강한 민진당과 달리 안정적인 양안 관계를 바탕으로 한 경제발전을 강조했다. 그런 국민당이 중국이 펄쩍 뛸 ‘미국과의 국교 회복’을 천명한 거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국민당도 어쩔 수 없었다. 지난해 홍콩 시위 사태 이후 대만에서 ‘친중’ 목소리는 발붙이기 어렵다. 올해 1월 총통과 입법원 선거에서 민진당에 참패한 국민당으로선 기존 친중 노선으론 돌아선 민심을 달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이미 국민당은 지난 6월 당내 개혁 방안의 하나로 중국이 제시한 통일 방안인 ‘일국양제’(一國兩制)를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정하며 ‘독립’ 노선을 표방했다. 지난 3월 국민당 주석이 된 장치천(江啓臣)의 뜻이었다. 장 주석은 “일국양제는 베이징 당국의 목표일 뿐이며, 국민당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한다. 중국도 이런 구도를 안다. 진찬룽(金燦榮)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미국의소리 방송에 “대만의 기본 판세에 변화가 생겨 국민당과 민진당 분할 구도가 민진당 편향 구도로 바뀌었다”고 평가한다.

그래도 수교는 혼자 하나. 미국이 동의해야지.

[사진 위키피디아]

[사진 위키피디아]

대만이야 79년 단교 이후 언제나 대미복교를 원했다. 미국이 중국을 의식해 외면했을 뿐이다.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왼쪽)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가운데), 장중머우 TSMC 전 회장. [사진 대만총통실 트위터]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왼쪽)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가운데), 장중머우 TSMC 전 회장. [사진 대만총통실 트위터]

그런데 요즘, 기류가 다르다. 2018년 미·중무역 전쟁이 본격화된 이후부터다. 미국으로선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대만이 중요해졌다. 미국은 이미 대만을 중국을 포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트너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대만의 대중 압박 효과도 실제 경험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는 큰 역할을 했다.

지난 5월 대만 공군 기지에서 이륙 중인 F-16V 전투기.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5월 대만 공군 기지에서 이륙 중인 F-16V 전투기. [로이터=연합뉴스]

그러기에 미국은 F-16V와 같은 고급 군사 무기를 대만에 팔고,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무부 차관을 대만에 보내는 등 과거에 상상하지 못한 행동을 하고 있다. 대만이 가진 ‘재수교’의 희망을 키우는 행동이다.

그럼에도 ‘대미복교’ 대만엔 목숨 건 도박이다.

중국 인민해방군. [중국군망 캡처]

중국 인민해방군. [중국군망 캡처]

중국에 대만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양보할 수 없는 ‘핵심이익’이다. 대만과 미국의 수교가 중국엔 사실상 선전포고인 이유다.

 
이미 중국은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차관이 대만을 방문한 지난달 17일 이후 지속해서 자국 전투기와 폭격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수시로 진입시키며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편집인은 “미국이 (대만과) 국가 간에만 가능한 실질적 관계를 맺으면, 중국군이 반드시 군사적으로 대만을 해방시킬 거라 믿는다”고 경고한다.

중국 공군 Su-30 전투기와 H-6K 폭격기가 대만 방공식별 구역을 순항하고있다. [중국군망 캡처]

중국 공군 Su-30 전투기와 H-6K 폭격기가 대만 방공식별 구역을 순항하고있다. [중국군망 캡처]

미국에서도 중국의 군사행동을 예감할 정도다. 미국 해군 차관을 지낸 세스크롭시 허드슨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미 의회 전문지 더힐에 "미국은 11월 (대선에서) 권력 이양 위기에 휩싸여 개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엔 11월 3일보다 더 좋은 (대만) 공격 순간이 없다"고 경고했다. 마이클 모렐 전 중앙정보국(CIA) 부국장도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리는 1월 20일을 전후해 중국의 대만 공격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결국 대만의 대미복교 도박. 성공 여부는 미국이 대만의 전략적 가치를 얼마나 크게 보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지난해와 올해 홍콩 시위 사태에서 말로만 비판했을 뿐 중국에 아무 힘을 못 쓴 미국이다. 과연 대만은 어떨까. 홍콩과는 다르게 전쟁 위험을 무릅쓰고 수교할까. 결정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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