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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면” vs 바이든 “화상”…15일 2차 TV토론 사실상 무산

중앙선데이 2020.10.10 00:46 706호 3면 지면보기

미 대선 D-24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바이든 후보가 지난달 29일 1차 TV토론을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바이든 후보가 지난달 29일 1차 TV토론을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오는 15일 열릴 예정이던 미 대선후보 2차 TV토론이 사실상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미 15일 ABC방송과 타운홀 방식의 별도 토론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2·3차 일주일씩 미루자”
바이든 “토론 일정 변경 안 된다”

트럼프, 주말 유세 재개하기로
바이든, 지지율 차 9.7%P로 벌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는 8일(현지시간) 대선후보 TV토론의 형식을 놓고 온종일 날카롭게 맞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비대면 토론이 제안되면서 토론 형식과 남은 횟수를 놓고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미 대선 토론위원회(CPD)가 이날 2차 TV토론을 비대면 방식의 화상 토론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불참을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비즈니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위원회가 토론 방식을 바꿨다고 들었다. 받아들일 수 없다. 나는 가상 토론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상 토론은 시간 낭비”라며 “(각자) 컴퓨터 앞에 앉아 토론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격으로 토론할 경우 “그들이 원할 때 언제든지 발언을 차단할 수 있다”고 문제 삼았다. 지난달 29일 1차 TV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90분 동안 바이든 전 부통령을 128회 방해한 것으로 집계됐다. 1차 토론 이후 진행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과 맞물려 CPD는 토론의 효율과 참석자의 안전을 위해 변화를 꾀했다.
 
트럼프 캠프는 일정을 연기해서라도 대면 토론을 벌이자는 입장이다. 2차 TV토론을 15일에서 22일로 일주일 미루고, 22일로 예정된 3차 TV토론을 29일로 연기하자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나는 전염성이 없다”며 대면 토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바이든 캠프는 화상 토론으로 바꾸는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토론 일정 변경은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트럼프 측이 15일 TV토론 불참 결정을 내리는 것은 자유지만 당초 예정된 22일 3차 TV토론은 미룰 수 없다면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민주·공화당은 다음달 3일 대선 전에 세 차례 TV토론을 하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29일 1차 토론이 열렸고 오는 15일과 22일 두 차례 일정이 잡혀 있다. 1차 토론 이틀 뒤인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이 확진 판정을 받자 바이든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음성 판정을 받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CPD는 토론 방식 변경을 사전에 두 캠프와 상의하거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발표 직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랭크 파렌코프 주니어 CPD 공동의장은 “토론을 원할지 말지는 후보에게 달린 문제”라며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캠프는 토론회 주최 측이 바이든 후보를 돕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빌 스테피언 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은 성명을 통해 “가상 토론은 처음부터 가능성이 없었다”며 “유권자는 실패한 바이든 후보의 지도력에 대해 직접 질문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케이트베딩필드 바이든 캠프 대변인은 “토론 날짜는 트럼프가 아니라 CPD가 정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세 번의 토론 개최를 승낙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15일 토론회에서 손을 뗀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22일로 예정된 마지막 TV토론에는 참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실 지금 TV토론이 더 필요한 쪽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코로나19 확진 이후 바이든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소 무례하게 비치더라도 바이든 후보를 거세게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콘크리트 지지층’을 열광시키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앞서고 있는 바이든 후보는 노출 리스크를 줄이는 게 유리한 만큼 대선 직전에 열리는 29일 토론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실제로 9일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41.9%로 51.6%의 바이든 후보보다 9.7%포인트나 뒤졌다. 2주 전 6.5%포인트 차이보다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승패를 가를 플로리다 등 6개 경합주에서도 44.6% 대 49.2%로 4.6%포인트 차이가 났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이번 주말 플로리다주를 시작으로 대선 유세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10일 저녁 플로리다에서 선거 유세를 벌인 뒤 11일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앵커가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왔느냐’고 수차례 물었지만 답변을 피하다가 “내일(9일) 다시 검사를 받을 것”이라며 “컨디션이 너무 좋아 오늘 밤에라도 당장 유세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앞서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는 이날 백악관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의료팀이 처방한 코로나19 치료 과정을 모두 마쳤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치료를 매우 잘 받았다”고 밝혔다. 콘리 주치의는 이어 “10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후 열흘째 되는 날로, 의료팀이 수행한 첨단 치료기법 경과에 기초해 대통령이 안전하게 공식 일정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음성 판정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CNN과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은 백악관 익명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숨쉬기 불편해 보일 때가 있으며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정보가 불투명한 상태라고 전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감염병연구소장도 MSNBC 인터뷰에서 “코로나19는 상태가 좋아 보이고 좋게 느껴지다가도 갑자기 나빠질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는 만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완벽한 신체 표본인 데다 엄청나게 젊기 때문에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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