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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예방법 핑계로 통제…만사형통으로 활용 안 돼”

중앙선데이 2020.10.10 00:37 706호 5면 지면보기

전문가들 의견

서창록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서창록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코로나19 방역과 국민의 기본권이 서로 충돌한다.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가.
“인권은 원래 서로 상호 의존적이다. 그래서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잦다.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가 대표적이다. 어린이 인권도 중요하지만, 보육교사 인권도 중요한데 무조건 법적으로 의무화해놓으니 충돌이 발생하지 않나. ‘무조건, 일방적’이란 식의 강요를 요구하는 순간 방역과 기본권의 갈등은 불가피해진다.”
 
해외에선 개인의 자유, 기본권을 보장해달라는 요구가 크다.
“유독 한국에서는 개인의 자유를 보장해달라는 목소리가 작은 편이다. 다른 목소리가 작아서 방역이 성공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정부 정책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는데 마치 하나만 선택해야 하고 정치 이슈화로 번지는 게 아쉽다.”
 

서창록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메르스 때 급하게 만든 법 한계
무조건·일방적 규정, 갈등 불러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영국 시민들이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서 모여 시 당국의 코로나19 확산 방지 정책에 반발하며 ’거짓말, 마스크, 제한 조치에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영국 시민들이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서 모여 시 당국의 코로나19 확산 방지 정책에 반발하며 ’거짓말, 마스크, 제한 조치에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통제는 모두 정당한가.
“이 법이 국민을 통제하는 만사형통으로 활용되고 있어 문제다. 정부의 행정 조치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지 결코 국민 통제용이 아니다. 2015년 메르스 당시 급하게 제정된 법률인 만큼 국민 기본권에 대해 섬세하게 다루지 못한 조항들이 많다. 기본권 제한이 너무 많다. 예를 들어 이동통신 3사에 이태원 방문자 명단을 서울시에 제출하라고 했는데 거기에는 전화번호뿐만 아니라 다른 정보도 많다. 법이 이러니 무조건 내놓으라고 하는 것도 말이 안되고, 그게 과연 얼마나 방역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보에 해당하는지도 의문이다.”
 
K 방역 성공에 취해 기본권 논의가 전혀 이뤄지고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진보 인사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정권에 들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논의보다는 통제 위주의 정책을 펴서 아이러니하다. 과거 보수 정권 때 광화문 차벽 설치에 대해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얼마나 많은 비판을 했었나. 지금은 내부에서 그런 목소리 내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또 사회적으로 ‘개인정보 주는 것쯤이야’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분위기도 여전히 크다.”
 
해외에선 ‘특수상황’을 이용해 국민 통제가 남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맞다. 아프리카의 경우 권력자들이 국가 위기를 틈타 권력을 키워나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상황에선 그런 우려에 대한 건설적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방역 감수성이 떨어진다’란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한다.”
 
김나윤 기자 kim.na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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