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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은 코로나 시대 최고 백신”…세계 기아 퇴치 기여

중앙선데이 2020.10.10 00:32 706호 6면 지면보기

노벨 평화상 세계식량계획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9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발표했다. 사진은 2014년 아프리카 수단의 난민 여성들이 다르푸르 인근의 실향민을 위한 칼마 캠프에서 세계식량계획이 제공하는 구호 식량을 받는 모습. [AFP=연합뉴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9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발표했다. 사진은 2014년 아프리카 수단의 난민 여성들이 다르푸르 인근의 실향민을 위한 칼마 캠프에서 세계식량계획이 제공하는 구호 식량을 받는 모습. [AFP=연합뉴스]

올해 노벨 평화상은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에 돌아갔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9일 WFP를 202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WFP는 전 세계 기아 퇴치와 분쟁 지역 평화를 위한 환경 개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노벨위원회는 “다자간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기아에 대항하면서 전 세계 분쟁을 극복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WFP, 재난·분쟁 지역 ‘구호천사’
콩고민주공·남수단·예멘 등 지원

내년엔 전 세계적 식량 위기 예상
단체 평화상은 이번까지 총 28번

특히 기아 인구가 급격히 증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 상황에서 인상적인 역할을 맡아 왔다고 평가했다. 노벨위원회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그날까지 식품은 혼돈을 극복할 수 있는 최고의 백신”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WFP의 공로를 치켜세웠다. WFP 측은 수상 발표 직후 “매우 자랑스러운 순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기아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실제로 예멘과 콩고민주공화국·나이지리아·남수단 등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는 전염병에 폭력·분쟁까지 겹치면서 굶어 죽기 직전의 상황에 처한 주민들이 급증했다.
 
WFP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전 세계에서 총 1억3000만 명이 추가로 기근 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2억6500만 명이 기아에 가까운 상황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30개국 이상의 개발도상국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고 이 중 10개국 국민 100만 명은 이미 기아에 가까운 상태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WFP는 지난 4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올해 전 세계의 기아 대기근을 경고하며 각국 정부에 대응책을 촉구한 바 있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2020년은 이미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량 위기에 있어) 최악의 해가 될 것”이라며 경제적 지원을 요청했다. 이어 최빈국과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대응 지원에 쓰일 예정인 20억 달러(약 2조 4000억원) 외에 3억5000만 달러(약 4312억원)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에서 식량 수출 금지 조치 등 식량 공급망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행위를 중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손광균 WFP 한국사무소 공보팀장은 “사전에 노벨위원회로부터 아무런 연락이나 선정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며 “다만 코로나19로 올해 전 세계 식량 위기가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이었고, 그런 가운데 WFP가 식량 배급을 위해 취했던 여러 노력이 인정을 받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코로나 상황에서 대한민국 외교부와 농식품부·통일부·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의 기여도 컸다. 손 팀장은 “매년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한국산 쌀 중 5만t이 에티오피아·케냐·우간다·예멘으로 간다”며 “이는 연간 4500만 달러에 달하는 공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내년이다. 올해 각 국가의 농업 생산량이 현격히 줄어 내년엔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손 팀장은 “노벨위원회가 WFP를 선정한 이유 중 하나는 식량 위기가 그만큼 엄중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 평화상은 알프레드 노벨의 유지에 따라 국가 간 친선, 군대 폐지와 감축, 평화회의 설립과 증진 등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된다. 현직 국가원수 등 일정 자격을 충족하는 개인과 단체라면 자유롭게 추천할 수 있다. 다만 추천자와 후보 명단은 50년 동안 공개되지 않는다. 역대 주요 수상자로는 미국의 인종 차별에 맞선 마틴 루서 킹, 아파르트헤이트(인종 차별) 폐지를 이끈 넬슨 만델라 등이 있다.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에는 총 318명이 올랐다. 이 중 개인은 211명, 단체는 107곳이었다. 역대 네 번째로 많은 규모다. 주요 후보로는 코로나19 방역의 컨트롤타워 격인 세계보건기구(WHO), 스웨덴 출신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국제언론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와 언론인보호위원회(CPJ) 등이 꼽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바레인의 관계 정상화를 이끌며 내년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받았지만 올해 후보에 올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WFP가 올해 노벨 평화상을 받게 되면서 평화상을 받은 단체는 25곳으로 늘었다. 단체가 평화상을 수상한 경우는 이번까지 총 28차례다. 앞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 유엔난민기구(UNHCR)가 각각 세 차례와 두 차례 수상했다. 이밖에도 유엔과 유럽연합 등이 평화상을 받았다. 1901년 노벨 평화상이 제정된 뒤 올해까지 개인 107명과 단체 25곳이 상을 받았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는 메달과 증서, 1000만 크로나(약 13억원)의 상금을 받는다. 시상식은 12월 노르웨이 오슬로대 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민정·정은혜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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