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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재 曰] 20대 CEO 신애련의 레깅스

중앙선데이 2020.10.10 00:28 706호 30면 지면보기
정영재 스포츠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정영재 스포츠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출근해 보니 책상 위에 책이 한 권 놓여 있다. 표지에는 아리따운 여성이 편안한 표정으로 활짝 웃고 있다. 책 제목은 『안다르, 디테일을 입다』(중앙books). ‘경험도, 자본도, 인맥도 없는 ‘아싸’가 세상이 정한 기준에 용기 있게 도전하다!’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국내에 레깅스와 요가복 붐을 일으킨 안다르(ANDAR)의 20대 CEO 신애련 대표 스토리다. 경남 밀양으로 출장 가는 KTX 열차 안에서 책을 다 읽어버렸다.
 

강사 시절 “불편한 요가복, 내가 만든다”
‘원래 그렇다’는 관행 부수고 대박 신화

신애련은 동네 미용실 원장님을 보면서 다른 사람을 더 멋있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중2 때 부모님을 설득해 미용학원을 다녔다. 뷰티에스테틱학과를 졸업하고 청담동 스파에서 테라피스트로 일했다. 그러다 요가를 알게 됐고, 요가 강사로 직업을 바꿨다.
 
초짜 요가 강사에게 가장 힘든 점은 요가복을 입고 벗는 일이었다. 하루 10시간 이상 착용하고 있으니 불편함을 넘어 조금은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몸에 옷 입은 자국이 생기기도 했다.
 
‘나만 이렇게 불편한 건가? 다른 사람들은 뭘 입을까?’로 시작된 내면의 목소리는 ‘아, 진짜 그냥 내가 하나 만들까?’로 커졌다. 그런데 이 젊은이, 생각했던 걸 그냥 질러 버린다. 전재산 2000만원을 자본금으로 사업자등록을 했다. 2015년 6월 1일이었다.
 
패션이나 디자인을 공부한 적도 없고, 회사 운영은 고사하고 규모를 갖춘 업체에서 일한 적도 없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맨땅에 헤딩’이었다. 발이 부르트도록 동대문을 돌아다니며 원단 시장과 봉제 기술을 배워나갔다. 집을 사무실 겸 창고로 썼다.
 
신애련은 옷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에 더 열정적으로 공부했고, 전공자들과는 다른 관점으로 이전에 없던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는 책에 이렇게 썼다.
 
‘원래 그렇다’는 말은 내가 이 일을 시작한 후 만난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서 참 많이 듣는 말이다. 원래 안 되는 거다, 원래 이렇게 하는 거다…. 하지만 아무리 업계의 관행이라도 내가 납득 할 수 없다면 ‘원래’라는 건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생산, 디자인 전문가인 직원이 “이 원단은 원래 이래요”라고 말하면 나는 이렇게 답한다. “그래요? 그럼 안 그런 원단으로 바꿔보죠.”
 
안다르는 7부와 9부만 있던 레깅스 기장에 8.2부 개념을 만들었다. 무광택 원단을 사용하고 봉제선을 없애 밖에 입고 나가도 민망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다양한 색과 과감한 무늬를 넣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안다르 요가복은 요가 강사들의 입소문을 타고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2015년 8억9000만원이었던 매출이 2019년 721억원으로 81배 늘었다. 신 대표가 월급을 주는 직원이 170여 명이다.
 
‘운동’을 뜻하는 애슬레틱(Athletic)과 레저(Leisure)를 합친 게 ‘애슬레저’다. 운동이 일상으로 들어오면서 애슬레저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신 대표는 세계로 뻗어가는 K애슬레저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더 큰 꿈을 꾼다. 제철 음식과 곡류·채소 위주 식사법인 매크로바이오틱에도 관심이 많다.
 
유치원생 딸을 키우는 워킹맘 신 대표는 최근 겹친 피로로 잠시 쉬고 있다. 짧은 전화 인터뷰를 신청했지만 목이 아파 말을 거의 할 수 없다고 했다. 빠른 쾌유를 빌며 그가 책 출간에 맞춰 했던 인터뷰 한 토막을 소개한다.
 
“(창업이든 부업이든) 본인이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언젠간 해야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아닌,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걸 일정 부분 포기하더라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그때는 실행도 자연스럽게 되더라고요.”
 
정영재 스포츠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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