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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지만 ‘갑툭튀’…세상에 없던 ‘O&M 플랫폼’ 만들다

중앙선데이 2020.10.10 00:20 706호 15면 지면보기
최정훈 대표는 통합 운영·관리 전략으로 자산 가치를 높이고 있다. 전민규 기자

최정훈 대표는 통합 운영·관리 전략으로 자산 가치를 높이고 있다. 전민규 기자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점심 메뉴 선택과 같은 사소한 고민부터 학업과 결혼, 출산, 취업과 창업에 이르기까지 삶의 방향을 좌우할 저마다의 이정표를 쉴 새 없이 세워야 한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오너 2세 기업인이라면 어떨까. 가업 승계가 익숙한 그림일 테지만 어디서든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의 줄임말)’ 돌연변이는 있게 마련이다. 때론 익숙한 생태계에서 벗어난 이들의 활약이 또 다른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도 한다.
 

최정훈 ‘이도’ 대표
대보 회장 장남, 가업승계 대신 창업
금융 전문성 바탕 수익성 자산 발굴

인수서 관리까지 원스톱 통합운영
작년 매출 57%, 영업익 122% 늘어

최정훈(42) 이도(YIDO) 대표이사도 그런 인물 중 하나다. 최 대표는 건설과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 등이 주축인 중견그룹 대보 최등규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 2014년 이도를 세우며 홀로서기에 나섰다. 오피스빌딩과 민자도로 등 대체투자 자산을 통합 운영·관리하고 있는 이도는 올 초 빈 사무실로 몸살을 앓던 서울 시청역 인근 씨티스퀘어 빌딩의 공실률을 6개월 만에 0%로 낮추며 시행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도는 이 과정에서 여느 경쟁사와 다르게 움직였다. 초기 금융 조달부터 임차인 모집, 건물 시설관리 등을 도맡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이처럼 특정 자산을 단순 매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후 유지·보수까지 종합적으로 맡는 ‘O&M(Operating & Management) 플랫폼’ 전략을 펼치고 있다. 더욱이 최근 금융사가 주도하는 바이아웃 딜이 늘면서 이도 같은 전문 통합 운영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이도는 2015년 5월 울산대교를 시작으로 투자자산 인수를 위한 금융 조달부터 사후 운영·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모델을 특화시켰다.
 
건설환경공학을 전공한 최 대표는 국내 대형 건설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MIT 부동산금융 석사를 거쳐 증권사 사모투자(PE)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 대보그룹에서도 10여 년간 일하며 경영 수업도 했다. “현대건설 싱가포르 현장에서 근무할 당시 설계·조달·시공을 전문 디벨로퍼(시행사)가 주도하는 것을 보며 선진 기법을 접했습니다. 특히 대체투자와 M&A 거래를 이끄는 핵심이 금융이란 걸 배웠습니다. 건설사·증권사·대보에 이르는 세 번의 회사 생활이 창업의 바탕이 됐어요.”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금수저’의 삶. 하지만 막상 무게를 짊어진 2세는 가업 승계 대신 독립을 택했다. 최 대표는 “내 길을 개척하고픈 욕심이 컸다”고 말했다. 가업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보다는 새로운 트렌드와 기술을 접목한 비즈니스를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고 싶었다. 독립 경영의 첫 발을 뗀 건 재활용, 건설폐기물 처리, 소각과 최종 매립으로 이어지는 환경 부문이다. 이후 민자고속도로 등 교통 인프라 통합 운영, 빌딩·기숙사 등 부동산 운영·관리와 골프장 운영으로까지 발을 넓혔다.
 
언뜻 연관성이 없는 포트폴리오 같지만, 다양한 투자자산을 ‘통합운영관리’한다는 측면에선 일맥상통한다. 경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산을 사들여 통합운영관리로 정상화를 이룬 후 이를 바탕으로 자산가치를 확장하는 ‘밸류 애디드(Value-added)’ 전략이 이도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2018년 경영난을 겪던 ‘클럽디 보은’ 골프장의 경우 이도 인수 후 재개장에 나섰고, 전년 대비 매출이 109% 증가하며 충북 지역 대표 골프장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투자사는 투자만, 운영 업체는 운영만 했죠. 도로를 예로 들면 하이패스 사업, 도로·시설물 관리, 교통순찰 등을 일일이 분리 발주했어요. 효율성과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죠. 이도는 자산 인수와 인프라 운영을 한꺼번에 맡는 서비스를 제공했고,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인정 받았습니다.”
 
폐기물 중간처리 업체인 ‘인천수도권환경’ 인수도 이런 전략에서 출발했다. 옥외 폐기물 선별 작업을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옥내 설비로 바꿔 비산먼지 발생을 줄였고 낙후된 근무 환경도 정비했다. 이런 덕에 인천수도권환경의 하루 처리 폐기물 규모는 기존 3360t에서 7200t으로 2배, 건설혼합폐기물은 100t에서 400t으로 4배로 늘며 업계 선두주자로 뛰어올랐다. 이도는 이밖에 프라임 오피스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 43개, 학교 기숙사 33개, 임대주택 1곳을 맡아 통합운영관리하고 있다.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비롯해 울산대교 등 7개의 교통 인프라 사업장도 운영 중이다.
 
최 대표는 자산을 인수해 가치를 키우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핵심 원동력으로 금융 전문성을 꼽았다. BE(Business Engineering) 그룹을 조직해 투자자산의 수익률과 사업성을 분석·제안하고 직접 금융 조달과 컨설팅에 나선다. 기관투자자와 함께 검증되고 수익성이 높은 자산을 발굴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이런 덕에 이도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472억원, 영업이익 156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은 57%, 영업이익은 122% 늘었다. 기업공개(IPO)도 앞두고 있다. 이르면 11월 중 코스피에 상장할 계획이다. 상장으로 들어올 자금은 환경부문 설비에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직원 급여는 줘야 한다는 게 아버지의 경영 원칙입니다. 저 역시 직원들에게 ‘혼자서 기업을 경영할 수 없다’고 늘 이야기합니다. 투자자에게 수익을, 직원들에게는 보상과 보람을, 나아가 이해관계자 전체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 역시 밸류 애디드 아닐까요.”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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