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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한 죽음을 피하는 길은

중앙선데이 2020.10.10 00:20 706호 21면 지면보기
이만하면 괜찮은 죽음

이만하면 괜찮은 죽음

이만하면 괜찮은 죽음
데이비드 재럿 지음
김율희 옮김
윌북
 
이 책에는 33종의 죽음 이야기가 소개된다. 저자는 영국 출신의 내과 의사이자 노인 의학 전문의다. 40년 가까이 의사로 활동하며 숱한 죽음을 지켜보면서 배운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병원에서 제공되는 온갖 치료를 받다가 끝내 세상을 떠나는 환자를 보면서 저자는 종종 참담한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공을 많이 들인 환자가 끝내 죽었기 때문이 아니다. 치료가 오래 지속되는 기간은 ‘기나긴 죽음’의 시간이기도 하다. 죽음의 시간을 삶의 시간으로 저자는 돌려놓고 싶어 한다.
 
저자에 따르면, 현대 의학은 주로 생명 연장에만 초점을 맞춘다. 환자의 고통이 연장된다는 사실은 쉽게 뒷전으로 밀려난다. 환자의 통증과 함께 모욕감도 연장된다. 인간의 자존감과 자율성을 상실한 환자가 고통과 모욕감 속에 죽음을 맞이하곤 하는데, 저자가 참담함을 느끼는 이유다.
 
공적으로 잘 논의되지 않는 ‘의료의 한계’를 저자는 담담하게 풀어놓고 있다. 예컨대 관을 통해 환자에게 음식을 투여하는 경우, 위루관을 삽입한 치매 환자 중 56%가 1개월 이내에 사망하고 90%는 1년 이내 사망한다고 했다. 치매 환자에게 관 영양 공급을 할 때 발생하는 흉부 감염인 흡인성 폐렴이나, 체중 감소를 예방할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도 없다고 한다. 또 드라마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심폐 소생술의 경우도 실제는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고 한다. 환자의 옷이 찢어지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가운데 삽관과 주삿바늘 등의 고통을 견디면서 죽어가야 한다.
 
저자는 ‘생전 유언장’을 한 번 써볼 것을 권한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노화와 노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그리고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배영대 학술전문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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